여는 말
법정스님께서는 “패랭이꽃은 장미꽃이 될 수 없고
장미꽃은 패랭이꽃이 될 수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꽃은 자기만의 빛깔과 모양으로 꽃을 피우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남을 닮으려고 한다며
다음과 같이 일갈하신 적이 있다.
“저마다 업을 달리하면서 자기 삶을 살고 있는데,
어째서 남의 흉내나 내면서 범속하게 살려 하는가?”

 

#
풀과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누구도 닮으려 하지 않는다.
풀이 지닌 특성과 나무가 지닌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눈부신 조화를 이루고 있다.
풀과 나무들은 있는 그대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생명의 신비를 꽃 피운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불행해 진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 된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 진다.
                          <홀로 사는 즐거움> 중에서

 

#
삶이 하나의 흐름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그 어떤 형태의 삶이라 할지라도 틀에 갇혀 안주하다 보면 굳어진다.
굳어지면 고인 물처럼 생기를 잃는다.
사람은 동물이라 움직임이 없으면 무디어지고 또한 시들고 만다.
살아 있는 것은 무엇이든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변화 없는 삶은 이네 침체되고 무기력해진다.
진부해지고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생활에 리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
사람은 저마다 자기 빛깔과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자기 자신답게 살려면 그 빛깔과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특성은 묵혀둔 채 남을 닮으려고 한다.
자기 특성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어떤 일에 전념할 때
우리 마음은 온갖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평온해진다.
이런 상태가 마음의 안정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중에서

 

#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을 보다 값있게 살 줄 알아야 한다.
가치 부여를 할 수 없는 삶은 단지 생존일 뿐,
생존에만 급급한 나머지 생활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인간이라고 부를 있을 것인가.
많이 가지고 떵떵거리며 산다 할지라도
마음이 넉넉하지 못하면 값있는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비록 가진 것이 적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최선의 다해서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간다면
그는 당당한 인생을 이룰 수 있다.
                       <물소리 바람소리> 중에서

 

#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은 자체가 즐거움만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울적할 때는 노래를 불러보라.
막혔던 가슴이 조금씩 열릴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심호흡을 몇 차례하고 나서
방안을 쓸고 닦는 청소라도 해보라.
마음에 낀 먼지와 때가 함께 벗겨지고
그 자리에 맑은 바람이 감돌고 따뜻한 햇살이 비칠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중에서

 

#
우리는 지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이다.
그러니 살아 있을 때 이웃과 따뜻한 가슴을 나눠야 한다.
사람의 자리를 잃지 않고 사람 된 도리를 지키려면.

 

#
비슷한 여건 속에 살면서도 어떤 사람은 자기 처지에
고마워하고 만족하면서 밝게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불평과 불만으로 어둡고 거칠게 사는 사람이 있다.
나는 행복한가, 불행한가?
나는 행복의 대열에 끼고 싶지
불행의 대열에는 결코 끼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
사람에게는 그 자신만이 지니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우주가 그에게 준 선물이며 그 자신의 보물이다.
그 특성을 마음껏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긍정적인 사고가 받쳐주어야 한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일마다 잘 풀린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도리어 될 일도 안 되고 일마다 꼬인다.
이 세상은 공평무사하게 누구에게나 스물 네 시간이 주어져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인생은 달라진다.
이 귀중한 우주의 선물을 우리는 순간순간 어떻게 쓰고 있는가.
부정적으로 쓰고 있는가, 밝은 마음으로 쓰고 있는지
어두운 마음으로 쓰고 있는지 시시로 물어야 한다.
                                  <홀로 사는 즐거움> 중에서

 

맺는 말
작가로서 나는 무슨 꽃일까. 무슨 특성이 있을까. 대학시절 불교학생회에서 활동했던 산사순례 같은 경험 때문인지 등단 후 불교적인 단편소설을 주로 썼다. 나를 기대했던 선후배들이 적잖게 실망들을 했다. 작가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독자를 잃게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나는 교편을 접고 불교 관련 잡지사로 옮기면서부터 더욱더 불교적인 세계관에 빠져들었다. 샘터사로 이직한 뒤에는 월간 <샘터> 고정필자인 법정스님을 만나 스님의 제자까지 되었으니까. 눈앞에 보이는 길을 걸었을 뿐 작위적인 행위는 없다시피 했다. 역시 <샘터> 고정필자인 최인호 작가와도 교분을 쌓았다. 어느 날 최인호 작가가 고백하듯 내게 “너의 문장은 불교적이다. 그것은 축복이니 다른 소재는 기웃거리지 마라.” 하고 조언했다. 내게 벼락같이 영감을 준 말이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일말의 갈등을 해소시켜 준 조언이었다. 그러고 보니 작가로서 나의 꽃은 공화(空花)가 아닐까 싶다. 특성이라면 비바람에도 결코 눕지 않는 들풀의 근성? 고해 같은 사막을 건너는 무상한 이웃,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파란 잡초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