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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눈시울을 붉혔다. 허운 스님에 관한 글을 쓰면서 한숨도 쉬고, 마음 아파도 했으며, 참회도 많이 했다. 절집에서 장판 때가 묻었다고 할 만큼의 적지 않은 세월 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아온 자신이 부끄러워서다.”

중국 근현대 불교의 선지식 허운 스님의 행적과 순례기를 담은 평전을 쓴 정운 스님의 말이다. 공부와 포교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난 정운 스님마저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질 만큼 훌륭한 삶을 살다간 허운 스님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 어떤 분이길래 한국의 비구니 학승으로 하여금 한숨과 참회를 하게 했을까.

‘중국 근현대 불교의 선지식’이란 부제를 단, 『허운』(클리어마인드)이란 제목의 두툼한 양장본 책을 처음 받아본 순간, 매우 중요하고 묵직한 내용일 것이라는 예감이 밀려왔다. 기자생활에 장판 때가 묻을 만큼의 관록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익히는 느낌이나 통찰이라고 할까. 그러나 그런 감에는 우선 이 책의 저자 정운 스님에 대한 신뢰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정운 스님은 80년대 초 출가해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승이다. 동국대 강사로 출강 중인 스님은 2009년 한국불교신라연구원 제3회 학술상을 수상했고, 2010년도 1학기 교수평가에서 베스트 렉쳐(Best Leckturer)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력과 빼어난 글쓰기로 한국불교학의 미래를 책임질 학승의 반열에 오른 분이 쓴 책이니 우선 이런 감이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정운 스님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준 허운 스님은 어떤 스님일까. 이에 대한 정운 스님의 설명을 들어보자.

“허운(虛雲, 1840∼1959)스님은 청나라 말기·국민당·공산당으로 세대가 바뀌는 불운한 시대에 사셨던 분이다. 암울한 중국 땅, 개혁세력이든 반란세력이든 공산당이든 불교를 미신이라고 치부했던 시대에 생존했던 허운은 중생들의 아픔을 달래고, 중국불교 재건을 위해 사바세계에 오신 부처님이었다.”

허운 스님은 이처럼 정운 스님에게 있어 부처님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허운 스님은 임제종 43세, 조동종 47세의 법맥을 이은 선종의 선사였다. 스스로나 제자들에게 철저하게 지계를 강조했고, 참회와 간경, 염불을 겸하였다. 곧 선사이자 율사이며 강사였다.

“드디어 법회 날 수백 명의 곤명 사람들이 수탉의 수계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복흥사에 모여들었다. 스님이 수탉에게 삼귀의와 오계를 설해 주는데, 수탉은 조용히 땅에 엎드려 있었다. 이후 닭은 도량을 다니며 곤충을 잡아 먹지 않았고, 축생을 괴롭히지 않았으며, 대웅전에서 종소리가 들리면 대웅전 앞으로 달려갔다. 2년 후 수탉은 승려들이 대웅전에서 독송을 끝낼 무렵, 그 자리에서 선 채로 죽었다. 허운은 수탉의 장례를 치러 주고 묘비명까지 세워 주었다.” <책 223페이지>

120세에 열반한 허운 스님은 출가 후 행각을 거듭하는 삶을 살았다. 60세 이전까지는 당신의 수행을 위해 행각을 했고, 60세 이후에는 제자들을 위해, 중생구제를 위해 잠시도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허운 스님의 삶에 시나 읊고 차를 마시는 소요자족한 즐거움은 없었다. 불사에 헌신했고, 제자들을 교육시키고자 고군분투했으며, 대장경을 모아 법이 이어지도록 했고, 중생들을 거둬들이는 연민심과 무정물이나 축생들에게까지 베풀었던 자비심 등 그의 삶 자체가 보살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개인에게는 고난과 역경의 삶이었지만, 중국불교의 입장에서 그는 선지식이요, 쇠잔한 불교를 부흥시킨 대보살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불교매체에 연재됐던 원고이고, 후반부는 허운 스님에 관한 평전이다. 평전은 허운 스님이 살다간 시대적‧불교사적 배경, 행적과 사상, 허운과 같은 세대 승려들, 스승의 가르침을 전개하는 제자들에 관한 내용들이다.

정운 스님은 말한다. “허운 선지식과의 소중한 인연, 허운에 관한 평전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 나는 부처님께 감사했고, 행복했다”고. 평전을 집필하는 동안 홀로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는 정운스님. 아마도 정운 스님의 경계가 이 책을 쓰는 동안 허운 스님의 그것에 가까이 도달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