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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의 무아윤회설(2)

무아윤회설은 일견 자가당착을 면할 수 없는 것 같다. 무아설과 윤회설은 서로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성에서 현대의 학자들은 불교의 윤회설을 ‘민중 교화를 위하여 불교 안에 채택한 하나의 통속적 종교 관념’이라고 보고자 한다. 무아설과 업의 주체 문제는 현대 학자들이 아니라 이미 아함에도 문제되고 있다. 일례를 들면 중아함경 권11(고려 17.1126b)에 “만일 색이 무상하고 수. 상. 행. 식이 무상하다면, 살고 있는 자는 누구이며 고락을 받는 자는 누구란 말인가?‘라고 묻고 있다.

그러나 무아설과 업보 . 윤회설은 과연 그렇게 서로 모순하고 있을까? 아함에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답변을 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잡아함 권 13(고려 18.836a)의 다음과 같은 경설이라고 본다.

“어떤 것을 제일의 공경이라 하는가. 비구들이여, 눈은 생길 때에도 오는 곳이 없고 멸할 때에도 가는 곳이 없다. 이와 같이 눈은 참답지 않아 생기고 생겼다가는 모두 멸하나니, 업보는 있지만 지은 자는 없느니라. 이 근간이 멸하고 나면 다른 근간이 이어받나니 세속의 수법數法과는 다르니라. 귀.코.혀.몸.의지에 있어서도 또한 이와 같이 말하지만 세속의 수법과는 다르니라.”

세속의 수법이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것이니,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고 결합을 연하여 식별이 있으며 이와 같이 널리 설하고 내지 아주 커다란 괴로움이 무더기가 집기 하느니라. 다시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기 때문에 저것이 멸한다.’는 것이니 무명이 멸하기 때문에 결합이 멸하고, 결합이 멸하기 때문에 식별이 멸하며, 이와 같이 널리 설하고 내지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멸하나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을 제일의 공법경이라 하느니라.

따라서 이 경설을 중심으로 이함의 윤회설이 그의 무아설과 과연 모순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고찰하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인데, 이 고찰은 먼저 무아설의 그 ‘무아’가 어떤 내용을 가진 것인가를 검토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계속)
 

고익진 저     불교의 체계적 이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