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골 막바지에 있는 선창구역의 마지막폭포가 황룡폭포이다.
이 폭포를 황룡폭포라고 부르게 된 것은 절벽이 황금빛을 띠고 있고 그 위에서 쏟아지는 폭포 또한 누런빛을 띠고 있어 마치 누런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치달아 오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폭포를 또한 하늘의 옥황상제가 누런 몸뚱이를 내놓고 덕수를 맞다가 바위로 굳어졌다는 데로부터 옥황상제의 덕수폭포라고도 일러왔다고 한다.

폭포는 절벽의 중간에서부터 아래로 둥그스름한 바위가 내밀고 있어 이단폭포로 되어있는데 그 바위를 자세히 보면 신통히 옥황상제가 벌거벗고 앉아 덕수를 맞는 모습처럼 보인다. 둥근 대머리와 번들거리는 이마, 두 눈과 코, 너무 좋아 헤벌쭉 벌어진 입, 두툼한 묵과 유들유들한 몸통이 역력하다.

 

이 폭포에는 어떻게 되어 옥황상제가 덕수를 맞다가 바위로 굳어졌는가 하는 이야기와 그가 이곳에 내려와 덕수를 맞을 때 있은 일에 대한 이야기가 깃들어 전해오고 있다.

 

먼 옛날 무더운 어느 여름날 이였다고 한다. 그때 하늘의 옥황상제가 별금강구경을 내려왔다.
하늘의 선녀들이 별금강에 목욕을 하려고 내려갔다가 올라올 때마다 참말로 별금강은 이 세상에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감탄하곤 하기에 옥황상제는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워 그처럼 감탄하는 가를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별금강에 내려온 첫 순간부터 옥황상제의 입에서는 감탄하는 소리가 연방 터져 나왔다. 듣던 바대로 별금강의 바위와 담소들은 하나하나가 다 그대로 스쳐 지날 수 없는 절경이었다.

 

옥황상제가 볼수록 기묘한 주변 경치에 거듭 감탄을 하며 선창구역 막바지에 있는 황룡폭포에 이르렀을 때였다. 아득히 높은 벼랑위에서 구슬같은 물방울들을 뿌리며 장쾌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본 순간 그는 달아오른 몸을 씻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구쳐 올랐다. 마침 사방을 둘러보니 오가는 사람도 없고 짐승들도 보이지 않았다.

 

옥황상제는 주저 없이 옥관과 관복을 홀랑 벗어 바위 위에 올려놓고 폭포 밑으로 들어가 앉았다.
머리로부터 시작하여 온몸을 시원하게 다독여주는 폭포수는 달아올랐던 그의 몸을 순간에 상쾌하게 식혀주었다. 그는 너무 좋아 “에이 시원해라. 에이 시원해”하면서 떨어지는 물을 두 손으로 받아 온몸에 끼얹으며 문대였다.

 

 

 

한참 이려고 있는데 어디선가 골안을 울리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 신선한 곳에서 벌거벗고 목욕하는 자가 누구나?”
옥황상제가 그 소리에 놀라 살펴보니 옥관과 관복을 벗어놓은 너럭바위 위에 웬 백발노인이 서 잇는 것이었다.
옥황상제는 별것이 다 접어든다는 생각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물을 맞고 있었다. 그러자 백발노인이 더욱 성을 내며 들고 있던 석장으로 너럭바위를 두드려댔다.
“어서 냉큼 나오지 못할가?”
뉘 앞에서 감히 망동인가 하는 눈길로 노인 쪽을 바라보며 옥황상제가 호통을 쳤다.
“여봐라. 난 옥황상제다.”
깜짝 놀랄 줄 알았던 노인이 대답이 뜻밖이었다.
“옥황상제면 하늘에서나 옥황상제이지 땅에서도 옥황상제라더냐?”
“뭐라구? 하늘이 있어 땅이 있다는 걸 모르고 감히...”
“천만에, 땅이 있어 하늘도 있는 것이니 잔말 말고 빨리 나오지 못할가? 나는 이 별금강을 지
키는 산신이다.“
“산신?”
“그래, 네가 내 앞에서 자기 죄를 속죄하지 않으면 다시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할 줄 알라.”
산신은 옥황상제의 옥관과 관복을 거머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배포유하게

“어디 두고 보자, 누가 못이기는가. 감히 날 몰라보다니.” 하고 중얼거리며 산신이 다시 나타나 빌기를 기다렸다.
한 달이 가고 1년이 지나도 산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옥황상제는 자기를 불만스럽게 대한 산신에게 벌을 내리고 싶었으나 하늘에 오를 수 없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옥황상제는 산신에게 찾아가 옥관과 관복을 돌려달라고 빌지 않고, 그냥 거기서 덕수를 맞으며 세월을 보내다가 바위로 굳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