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 종이에 먹펜, 41X58cm, 2010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가 순천 선암사에 있다. 이름도 참 멋있다. ‘신선이 되는 다리’라는 뜻의 승선교(昇仙橋)다. 이 다리를 건너 선암사에 가서 도를 닦으면 부처가 된다는 뜻이다.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강선루(降仙樓)가 지척에 있다.
불교를 탄압하던 조선시대 생활이 궁핍해진 절에서는 스님이 목수가 되어 법당을 짓는다. 직접 기와도 굽고, 단청과 불화도 그렸다. 쇠를 녹여 범종을 만드는 스님에 돌다리를 쌓는 스님도 있었다. 선암사 호암 스님이 숙종 39년(1713)에 세운 승선교는 잘 만든 돌다리로 보물 제 400호다. 벌교 홍교도 호암스님이 쌓았다고 한다.
높이 7m, 길이 14m, 너비 3.5m로 무척 큰 승선교는 양쪽 기단을 천연 암반에 두고 훌륭한 솜씨로 쌓았기 때문에 폭우에 계곡 물이 범람하여도 끄떡없다. 앞뒤의 잡석만 쓸려 내려갈 뿐 장대석으로 쌓은 홍예 틀은 그대로 남아 있다.
승선교를 제대로 보려면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사진 찍기 좋은 너럭바위에서 보면 다리 밑으로 보이는 강선루(降仙樓)와 승선교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강선루는 작은 개울 위에 지었다. 왜 멀쩡한 자리를 두고 위태로운 자리에 지었을까. 멋을 아는 스님이 그림과 같은 구도를 위하여 터를 잡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