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화는 별금강의 특산 꽃나무이다.
만리화는 높이가 한뽐(100-150cm) 정도의 크지 않은 꽃나무로서 꽃의 모양과 크기는 개나리와 같고 색은 황금색이다.

 

잎은 닭알모양(길이5-7cm)인데 끝은 좁고 뾰족하며 변두리에는 잔톱날세움이 있고 잎 양면에는 털이 있다.
3-4월경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고 열매는 닭알모양의 튀는 열매이며 끝은 뾰족하면서 좀 납작하다.

 

 

 

이 꽃은 오늘에 와서 별금강을 비롯한 금강산과 구월산 설악산의 산골짜기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만리화는 그 향기가 만리까지 풍긴다고 하여 그 이름도 만리화로 불리우고 있으나 다른 꽃에 비하여 특이한 향기는 느낄 수 없다.
만리화가 원래 지상의 꽃이 아니라 하늘 궁전에 있던 꽃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꽃에는 어찌하여 하늘에 있던 꽃이 별금강에 내려와 퍼지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깃들어있다.

 

먼 옛날 별금강에서 도를 닦은 한 도사가 천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을 때 있은 일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하늘에 올라온 천선은 선녀들의 안내를 받으며 하늘궁전의 여러 곳을 돌아보다가 궁전과 그 주변의 동산들에서 짙은 향기가 끝없이 풍겨나고 있는 것을 보고 신비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어느 날 천선은 안내를 맡은 선녀에게 어찌하여 하늘궁전에 이처럼 짙은 향기가 늘 그득 차 있는가고 물어보았다.
선녀는 생긋이 웃으며 그 향기는 만리화가 풍기는 향기인데 너무도 향기로워 만리까지 간다고 하면서 곳곳에 소담하게 피어있는 자그마한 꽃포기를 가리키었다.

 

 

 

꽃포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향기를 맡아보던 천선은 문득 자기가 도를 닦던 별금강이 그리워지면서 이 꽃을 별금강에 가져다가 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천선은 옥황상제로부터 지상에 한번 다녀오라는 령을 받게 되었다.
천선은 이 기회에 별금강에 들려 만리화를 심고 싶은 소원을 황제에게 아뢰었다.

 

옥황상제도 자기가 도를 닦던 곳을 잊지 않고 더 아름답게 꾸리려는 천선의 마음을 기특히 여겨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드디어 만리화 한포기를 정히 떠가지고 별금강에 내려온 천선은 아늑하고 양지바른 곳을 택하여 만리화를 심었다. 순간 별금강 주위는 만리화 향기로 차고 넘치었다.

천선은 소원을 성취한 기쁨에 겨워 별금강의 도사들을 불렀다.
“내 이번에 별금강에 내려오면서 귀한 보물을 가져왔는데 그대들은 한번 알아맞춰보오.”
도사들은 영문을 몰라 서로 마주 보면서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한 도사가 먼저 물어보았다.
“무엇을 가지고 오셨는지 알려주사이다.”
“뭐라구? 아니 그럼 아직 무엇을 가지고 왔는지 모르겠나?”
“예, 모르겠소이다.”
도사들은 천선의 주위를 돌면서 무엇을 가져왔는지 알아맞춰 보려고 했으나 종시 알 수 없었다.
“그대들은 눈으로만 찾으려 하지 말고 냄새를 맏아보오.”
“예? 냄새라니요?”
“그래 아무 냄새도 안난단 말이요?”
“예? 안나오이다”
“허 그럴수가 있나.”
천선은 영문을 몰라하는 그들을 데리고 방금 심어놓은 만리화 앞으로 가서 냄새를 맡아보게 하였다.

 

도사들은 하늘궁전의 꽃이라는데 신기하여 앞을 다투어 다가들며 코까지 대보았으나 향기가 특이한 것은 모르겠다고 하고 심지어 어떤 도사는 별금강의 도라지꽃 향기보다도 못하다고 하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천선은 지선을 불러다 냄새를 맡게 하였더니 그는 과연 하늘궁전의 꽃이 다르다고 하면서 지상의 꽃보다 향기롭기는 하나 골안 멀리까지 풍길 향기로는 못된다고 하였다.

 

그제서야 천선은 만리화의 향기는 도를 터득한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리화 향기의 신비로운 조화에 대한 천선의 이야기를 듣고 난 별금강 도사들은 이때부터 만리화를 신선이 되기 위하여 닦는 도에 대한 도통의 정도를 가늠해보는 거울로 삼게 되었다. 하여 도사들은 이 꽃을 가까이 하여도 향기를 느끼지 못할 때는 아직도 속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서 도를 더 닦아야 함을 자각하였고 멀리에서도 향기가 느껴질 때에는 신선이 되어간다는 신심을 가지게 되었다.

 

별금강의 도사들이 저저마다 자기들의 거처지에 이 꽃씨를 받아다 심고 자래우게 되니 별금강 골안에  만리화가 널리 퍼지게 뒤였다. 이런 만라화가 후세에 와서는 사람들이 착한가 착하지 못한가를 가려보는 마음의 거울로 되었다고 한다.

 

신선들과 같이 마음이 착한 사람은 이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꽃의 향기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세기 어느 때인가 별금강을 찾은 심보 사나운 지주놈이 이 말을 듣고는 만리화 향기를 맡아 보면서 마치 꽃향기를 느끼는 듯이 “꽃이 참 향기롭구나. 세상에 이처럼 향기를 풍기는 꽃이 또 어데 있을고.”라고 하여 숱한 사람들을 웃긴 일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