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사찰에서 수행하고 있는 섬휘 스님이 불교시대사와 함께 『수필로 읽는 금강경 ‘나는 나다’』를 내놓았다.

 

첫 장을 펴면 탑골공원에서 손을 잡은 노부부에게서, 생의 길 모퉁이에서 미워하고, 상처 주고, 그러다가 다시 끌어안고 울던 세월을..... 할머니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젖은 사랑을 말리고 있는 할아버지를 본다.

 

 사랑이,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 노부부의 손등을 파고드는 한때이다.
사랑은 늙을수록 파랗게 돋는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한 때를 캐내는, 캐내어야 하는 도굴꾼이다. - 7쪽

 

저자는 이런 섬섬옥수의 감성으로 <금강경>을 노래한다.

 

 ‘범소유상’은 제상, 모든 상이다. 허상은 비상, 상 아님이다. 견은 진실에 다가감이다. 여래는 중도의 탄력으로 피어나는 꽃이다. ‘범소유상 개시허망’은 색불이공 공불이색, ‘약견제상 비상 즉견여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이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부처부터 인간부처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처가 인연의 다리를 놓음으로 굴러간다. 정적상태가 아니라, 동적 연동 작용을 그려 보인다. 상이 상 아님을 본다 함은 상을 배제하고 보라는 뜻이 아니다. 상을 고정된 가치로 규격 짖지 않아야 숨겨진 얼굴을 볼 수 있다. 존재를 떠나 진리가 따로 있지 않다. 색불이공, 공즉시색이다. - 76쪽

 

 ‘중생이라 하는 것은 중생 아님을 말함이니,’ 헐벗고 천대받는 민중을 외면하고, 마음 어디를 뒤적거려 부처를 얻겠단 말인가?
굶주리고 멸시받는 그들이 부처임을 안다면…… 그럼에도 불법이 이어져 온 것을 보면 기적이다 할 만하다. 탐욕으로 혼탁한 세상을 밝힐 등불로 간화선이 제격인가? 자문해 볼 일이다.
‘일체유심조’를 보자. ‘모두 마음이 짓는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불법은 곧잘 마음을 거울에 비유한다. 거울은 가감없이 비춘다. 흔들리는 깃발을 마음이 드러내므로 깃발이 존재하듯, ‘일체유심조’에 따르면 세상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양자물리학도 같은 입장이다. 보는 관찰자에 의해 시공간이 열린다. -본문 359쪽-

 

반야지혜를 32분으로 설명한 『금강경』은 중생들의 삶을 좀 더 부처로 가는 길을 안내하지만, 어느 정도 불교를 이해한다는 사람들도 막상 책을 집어 들면 정신이 몽롱해지며 독해하기가 힘들어진다.

 

이 책은 그런 『금강경』을 조금이라도 이해가 쉽도록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읽고 이해하기 위해 수필 형식을 빌려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아상我相’은 금강에 비견될 만큼 깨기 힘든 무명이 되겠다. 아상으로서 금강은 가장 값진 쓰레기라는 역설이 된다. 깨어 버려야 할 돌멩이로는 쓰레기요, 반야의 깨달음을 불러 오는 단단함이라면 보석이 된다. 무엇이 되었든 나에게는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를 이루는 것으로서 부수어 버려야 할 무엇이고, 다른 하나는 나답게 하는 것으로서 캐내어야 할 무엇이다”

 

섬휘 지음 ∥ 불교시대사
신국판 ∥ 154*227*25㎜ ∥ 484쪽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