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련사(주지 진경스님) 불일미술관(학예실장 여서스님)에서는 11월 15일부터 24일까지 이윤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윤희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에서 다년간 수학하며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 왔다. 2005년 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일상의 소재를 통해 작가의 마음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윤희 작가는 자연과 점점 멀어지고 팍팍해지는 현대생활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삼는 것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것은 때로는 깨끗한 물 한 잔일 수도 있고 시원한 파란 하늘일수도 있다. 숲속을 거닐며 심신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이윤희 작가의 그림에는 간결한 절제미가 있다. 담담하고 무심하게 어떤 사물을 툭 보여준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휴식 같은 요소가 들어있다.

 

 이윤희 작가는 어린 시절 삼촌과 시골길을 걷다가 땅거미 지는 저녁 무렵의 마을을 멀리에서 바라보았다고 한다. 여기저기 굴뚝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가끔씩 개 짖는 소리도 들려오던 길을 걸으며 작가는 잠시 아득해졌다. 처음으로 자신이 살던 시골마을을 저 멀리서 바라보았던 느낌은 작가에게 생경스러운 느낌이었고, 홀연히 세상 밖으로 나와 있는, 입체적인 모습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상과 나를 분리시키기도 일치시키기도 하면서, 세상 속의 보잘 것 없는 한 존재인 나이지만 내가 있어야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되새겨왔던 이윤희 작가는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낸다. 그래서 이윤희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때로 나무로, 타일 위에 올려진 신발로, 반으로 접혀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윤희 작가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나의 일상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 시간 속에 멈춰있는 듯한 의자,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벽의 작은 균열들, 그 안에서 만나는 낯선 느낌의 시간들. 이윤희 작가의 그림이 전시된 대로 따라 걷다보면 일상의 숲 속에 숨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