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대승불교를 추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초기경전이나 아소까왕(이하 아소까)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고 등한시해왔다. 그러나 아소까는 불교역사에서 비중을 두지 않으면 안 될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아소까는 기독교로 치자면 사도 바울과 같은 위치에 있는 분이다. 부처님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아소까가 아니었다면 불교는 세계종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동남아 상좌부불교에서 아소까의 위치는 대단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아소까는 아직까지도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한국불교가 대승불교에 편중된 불교이기 때문이다. 상좌부불교와 대승불교를 함께 겸할 때 비로소 온전한 불교가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불교는 세계불교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소까는 누군가? 부처님 열반 이후 200년 뒤(기원전 250년 경)에 인도를 통치했던 대왕이다. 아소까는 인도 전역에 많은 각문을 남겼다. 돌기둥이나 바위에 새긴 각주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38개에 이른다. 아소까가 각문을 남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부처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소까는 불교에 귀의한 이후 전쟁을 완전히 포기한 왕이다. 이런 왕은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아소까는 석주에 이런 글을 감동적인 글을 남겼다. “전쟁의 북소리가 담마의 북소리가 되도록 하겠다. 내가 왜 이 각문을 새기는가. 내 후손들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최고의 목표인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소까는 선언을 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이를 실천에 옮겼다. 불문에 귀의한 후 38년 재위기간 동안 그는 전쟁을 한 번도 치르지 않았다. 어떻게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복지정책과 자선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 마침내 행복을 주는 것으로 전쟁을 예방했다. 그의 복지와 자선활동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까지 확대됐다. 이익을 주는 나라에 쳐들어올 나라는 없다. 그만큼 그는 뛰어난 정치가였고, 행정가였으며, 수도승 이상의 성인군자였다. 그의 수행력을 두고 일부 학자들은 아소까가 출가자였다는 해석이 나왔을 정도다.

전 세계 역사상 황제나 왕은 많았으나 그들 대부분은 잠시 영화를 누리거나 불행하게 생애를 마치고 역사 속에 사라져갔다 오직 아소까만이 전륜성왕의 길을 걸었기에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인 존경과 추앙을 받고 있다. 오늘날 인도의 국기나 인장, 화폐 등에는 아소까가 만든 석주의 법륜 문양과 인장이 찍혀 있다. 인도 대통령궁의 제일 가운데에는 불상이 서 있고, 아소까홀이 있으며, 아소까 각문에 새겨져 있는 황소상이 홀 앞에 있다. 이렇게 인도라는 대국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는 아소까가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인물로 남아 있다. 이것은 한국불교가 지나치게 중국 선불교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상좌부불교, 대승불교를 통틀어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공경의 면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로 이해한 면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철저히 실천한 면에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복지활동과 자선활동의 면에서, 84000개가 되고도 남을 불탑과 승원을 지은 면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도 전역과 주변 여러 국가에 전파한 면에서, 불교가 세계종교가 되는 초석을 놓은 점에서 아소까와 비교할만한 사람은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아무도 없다. 한국불교가 아소까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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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한권으로 읽는 아함경’ 출간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일아 스님이 이런 위대한 왕이자 성자이며 수행자인 아소까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묵직한 책을 펴냈다. 책의 이름은 『아소까(Asoka)』(민족사). 각문(刻文)과 역사적 연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일아 스님은 이번에 내는 아소까 책을 내는 이유를 “불교에 이런 훌륭한 분이 계셨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이 분이 목표했던 것과 실천했던 것을 널리 알려 오늘의 불교가 그 것을 뒤따르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쪽에 치우쳐져 고립되고 있는 한국불교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아소까는 부처님께 귀의한 후 ‘담마에 의한 정복’을 추구했다. 아소까의 가르침의 근본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동일한 것이기 이는 곧 불법에 의한 정복을 의미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불국토 건설이다. 아소까는 담마에 의한 정복, 즉 불국토 건설을 주창했고, 그 첫 걸음은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복지정책이고 자선활동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복지 및 자선의 대상은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동물들을 위해서도 약초를 심었다. 인도 전역은 물론 그리스, 이집트, 시리아, 마케도니아, 그 반대쪽으로는 네팔, 아프카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미얀마, 남쪽으로는 스리랑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런 정책이 실행되고 이어졌다. 그런 뒤로 아소까는 그 지역에 이른바 ‘담마 사절단’을 파견해 법에 의한 정복을 시도했다. 스리랑카나 미얀마 등 오늘날에도 대단한 불교국가 형성은 모두 아소까의 법에 의한 정복, 즉 세계의 불국토화 정책이 남긴 결과에 다름 아니다. 아소까가 아니었다면 불교는 자이나교와 같이 인도의 한 종교에 머물렀을 것이다.

일아 스님이 아소카 연구에 관심을 둔 것은 대학원 시절, 아소까 각문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부터다. 당시 각문의 내용을 보고 감동을 받은 그는 그 뒤로 아소까 관련 자료도 모으고, 각문의 번역도 하면서 철처하게 준비를 했다. 그렇게 수집한 연구자료를 정리하는 데만 1년이 꼬박 걸렸다.

아소까는 각문에 새겨진 언어인 프라끄리뜨어의 발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산스크리트어의 발음인 ‘아쇼카’를 주로 사용했지만, 각문에 새겨진 언어의 발음을 사용하는 것이 아소까왕의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므로 아소까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일아 스님은 강조했다. 산스크리트어는 고급언어인 반면 프라끄리뜨어는 아소까 재임 당시 서민들이 쓰던 인도 고대어였다. 각문의 내용을 읽을 대상이 상류층만이 아니라 모든 대중들이어야 함을 고려한 아소까의 배려가 각문 언어의 선택에도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아소까 각문은 그 내용면에서도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지침으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정치인, 행정가, 지도자들의 필수적 지침이 아소까의 각문 내용에 다 포함되어 있다. 일아 스님은 이 대목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의 특징은 △판독 가능한 38개의 바위각문, 돌기둥각문을 완전히 번역해 게재했고, △△아소까에 대한 역사적 조명, 즉 그의 일생과 각문의 연구 등을 자세히 다루었으며 △아소까 각문에서 말하는 담마(아소까 법칙으로 번역된)와 빠알리 경전에 나타난 담마를 비교하여 양자가 똑같은 흐름임을 증명하였으며 △아소까 각문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하여 자선활동과 복지활동을 어떻게 하였는지를 자세히 다루었고 △아소까의 위대함, 그의 유산을 다루어 인도에 끼친 영향을 살폈다는 점이다.

불교의 바울, 아소까에 대한 제대로 된 본격 조명서인 일아 스님의 역저 ‘아소까’의 출간이 단순히 불서 한 권 더 보태는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아(一雅)스님은?

서울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했다. 서울 명동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에 입회하여 가톨릭신학원을 졸업하고 수련생활 후에 계성여중 수녀교사로 재직 중에 수녀원을 탈퇴하였다. 법정 스님 추천으로 조계종 비구니 특별선원 석남사에 법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운문승가대학을 졸업했다. 태국 위백아솜 위빳사나 명상수도원과 미얀마 마하시 위빳사나 명상센터에서 2년간 수행하였다.

미국 뉴욕 스토니블룩 주립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였고, University of West 비교종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르 받았다. LA Lomerica 불교대학 교수, LA 갈릴리 신학대학원 불교학 강사를 지냈다. 석사논문으로 ‘대표적 대승경전과 아함경 비교연구’와 박사논문으로 ‘빠알리 경전 속에 나타난 부처님의 자비사상’이 있다. 편역서에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과 ‘행복과 평화를 주는 가르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