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여의봉] 12 평소에는 이러지 않았잖아!

억울한 게 있어서 남에게 이르러(어리광? 고자질?) 온 사람이 있습니다.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매우 소중하게 여겨 어렵게 삼자대면을 시키면 좀 이야기와 다른 상황이 연출됩니다. 그러니 이 분은 상대방이 평소와 다르다고 아까는 그렇지 않았다고 거짓된 모습이라고 합니다. 글쎄요? 물론 이 분의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까도 평소에도 이 분은 이렇게 '짜증'을 냈거나 '역정'을 냈던 것입니다.

평소에는 상대방이 정말 그랬을까요? 평소에 이랬어도 그랬다고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별것도 아닌 게 감히 내게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평소에 상대를 얕봐서 그랬던 것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당연히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해도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달려들고 따지며 말 안 듣고 하니 억울한 거죠. 그래서 달려온 것 아닐까요?

결국 확실한 것은 평소라는 그 말도 과거일 따름입니다. 남 탓이란 사람 탓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시간 탓 장소 탓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자기 탓을 안하는 사람들의 대사는 이와 같은 일정의 패턴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런 사람들은 '유유상종'하여 끼리끼리 모여서 놉니다. 시끄러운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둘이 있을 때 서로 싸우면서, 남들에게 이르고 다 모여서 이야기할 때는 "평소에는 이렇지 않았잖아!"하면서 억울해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도 '순위'가 있나 봅니다. 정말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호랑이는 여우가 달려들어도 무시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합니다. 체면이 중요한 게 아닌 듯합니다. 먹고 사는 일이든 도를 닦는 일이든 다 마찬가지 같습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호랑이라고 생각해도 안 됩니다. 내가 여우든 호랑이든 최선을 다해서 성심껏 사람을 대하면 이런 것은 없어질 듯합니다. 평소에 그냥 겸손하게 성심성의껏 살면 어떨까요?

그럼 간혹 잘못을 해도 거꾸로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어, 이 분이 평소에 안 그러는데 실수를 하네?" 너무 같은 말에 다른 버전인가요? 아니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걸 거야!"라는 말은 어떻습니까?

자, 어떤 말을 들으며 보고 말하며 살고 싶습니까? 삼원이 있습니다. 세 마리 원숭이가 말하고 듣고 봅니다. 그 뜻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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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자 구산스님의 시심마

"왜 내 말을 자르는 거야?"

"왜 내 말을 자르는 거야?"라고 자주 말하는 사람은 세상이나 상대방을 쉽게 생각하고 결국 '남 탓'을 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열등감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물론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결정적이며 매우 소중하면서도 간결하다면 상대방뿐만 아니라 모두가 경청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도 과정상의 한 마디 말이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면 모두들 끝까지 경청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내 말이 정말 바람직한 말이었다면 내가 하는 말에 자를 곳은 저절로 없어지며, 말이 잘렸다고 하소연할 필요는 더더욱 없어집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결국 자신이 잘못해서 당하고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지 않는다고만 그것만 생각하고 억울해 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정말 억울하신가요? 뭐가 그리 억울한가요? 대체 왜 그렇게 억울해 하는 거죠? 뭐가 부족한 거죠? 스스로 부족한 것을 허용했을 때 그렇게 열등감을 느낄 때 신경질적으로 변하며 성질을 부립니다. "왜 내 말을 자르는 거야?"라고 말입니다.

거꾸로 상대방은 이 사람이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뭘까?"하며 듣고 있다가 좀 곤란해 합니다. 그러니 "왜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거야?"라며 감히 말을 자르게 되는 듯합니다. 물론 경청을 안 하는 이 분 잘못도 있지만, '말'이란 메시지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간결성과 중요성이 결여되면 안 될 듯합니다.

결국 억울한 것은 스스로 억울한 일을 만든 것입니다. 내 말을 더 간결하고 소중하게 못 만든 스스로의 잘못입니다. 나아가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소중하게 만든다면 "왜 말을 자르는 거야"라는 말은 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아니 그보다 '가끔 왜 내가 이렇게 황당한 말을 하는데도 모두들 진지하게 듣는 거지?'라며 놀라게 됩니다. '난 조크로 떠드는데 왜 다 다큐로 생생하게 듣는 거지?'라고 말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많다면 '도인'의 경지에 오른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하던, '말이 막걸리'라도 '남'들이 그렇게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뭘 해도 걸림이 없고 무애자재하게 됩니다.

열등감으로 억울해하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의 마음속 '미완'의 과제를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불기자심입니다. 남 탓하지 마시고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기 바랍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기서 '좋은' 이란 그냥 '좋았으면 하는' 또는 '좋은 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어쩌면 지극히 적절하지 못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이나 상대의 기분을 끌어올릴 수도 있으면 좋은데 그보다는 그냥 '좋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Not bad' 나 'so, so'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가 아침에 들었을 경우 폭발력을 갖는 '오늘'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표현으로 돌변합니다.

어제까지의 과거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사람들. 오늘 하루라도, 아니 오늘부터라도 행복해지고 싶은 이들의 이성과 감성을 자극합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얼굴이 포함되면 금상첨화가 됩니다. 웃는 얼굴에 편안한 말로 아침을 여는 것은 나눔이라는 '보살행'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요즘 계속 해서 미소 지으며 '좋은 아침입니다'를 크게 외칩니다. 정말 다 좋아합니다. 아니, 다 좋아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물론 저입니다. 가끔 사무실 앞에 서 있는 나무들도 기분이 좋은 듯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너무 나갔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