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이란 아라한의 약칭이다. 아라한은 범어 아르한(arhan)의 음역이다. 아라한은 보통 응공, 즉 공양을 받아 마땅한 자, 공양으로 복을 심는 밭(福田), 진리에 상응하는 자(應眞), 나고 죽는 윤회에서 벗어난 자(不生),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자(無學) 등으로 불린다.

나한은 불제자들이 도달하는 최고의 계위로, 이들은 생사윤회를 초월하여 최고의 깨달을 이루었다고 하며 덕이 높은 성자로 추앙 받는다. 나한이 보살과 다른 것은 실존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부처님의 10대 명호 중에 응공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부처님도 아라한 중의 한 분이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사실상 아라한은 부처의 경지에 오른 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 아라한이 대승불교가 등장하면서 소승의 성자로 격하된 측면이 많다. 이타를 추구하는 보살에 비해 자신의 해탈을 우선 추구한다는 이유에서 나한의 의미가 낮게 평가된 것이다.

나한은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신앙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나한의 수는 16, 500, 1200 등으로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십육나한과 오백나한이 우리들 귀에 익숙한 숫자이다. 십육나한 신앙은 당나라 현장 스님이 서기 645년에 번역한 <대아라한난제밀다라소설법주기>에 기초한다. <법주기>는 부처님 열반 후 800년경에 난제밀다라 아라한이 쓴 것이라고 한다. <법주기>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16인의 나한에게 불멸(佛滅) 이후에도 영원히 이 세상에 머물며 각지에서 불법을 수호하며 중생을 제도하라는 부촉을 내린다. 이들은 모두 삼명(三明), 육통(六通), 팔해탈(八解脫)의 무량한 공덕을 갖추고 있어서 삼계의 오탁에 물들지 않는다.

이들은 경율론 삼장은 물론 외도의 경전에도 능통했고 신통력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중생들에게는 더 없이 참된 복전이었던 것이다.

오백나한에 대해서는 여러 경전에 기록이 남아 있는데, <증일아함경>이나 <십송률>에 의하면 부처님이 중인도 코살라국의 사위성에서 500명의 나한들을 위하여 설법했다고 전한다.

나한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책 『오백나한』(휴먼앤북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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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불자들은 나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태반이다. 심지어 나한을 칠성각이나 산신각처럼 우리나라 고유의 신앙 중의 하나로 여기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다. 나한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또 그럴 기회도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강화도 정수사 주지 진효스님이 오백나한 불사를 진행하며 『오백나한』이란 두툼한 책을 엮어낸 것의 의미가 작지 않다.

진효 스님은 “오백나한에 대한 문헌이나 형상에 대한 기록은 아직까지 자세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며 “상(相)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심귀명례의 심정으로 모든 불자들을 불법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서 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한다. 병진스님의 그림을 토대로 16나한과 오백나한의 모습과 해설을 친절하게 붙였다.

오백나한이 불성과 속세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발원하며 역저를 펴낸 진효 스님의 원력이 옹골차게 결실을 맺었다.

*진효 스님은?

범어사에서 일타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수지했고, 중앙승가대학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제천장애인복지관 관장과 대한불교 조계종 감사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차의 성지이며 고찰로 유명한 강화 정수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