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여의봉] 9 실수의 연속일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일상의 실수

음식을 한다고 항상 같은 맛은 아닙니다. 그 날의 기분도 포함되는 듯합니다. 맛있는 김치죽을 끓이려고 보니, 처음에 밥이 충분히 있는 것을 확인 못했습니다. 국은 다 끓었는데……. 작은 사고라고 사고인데 사고가 났으면 바로 멈췄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었는데…….

순간적인 판단의 실수로 냉장고에 버려져 있던 반의 반 그릇도 안 되는 밥을 국에 던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미음도 못 만들 정도로 적은 양이어서, 결국 안성탕면 하나를 넣어 김치라면으로 수술시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게 죽인지 밥인지 아니 면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허겁지겁 먹다 보니 배만 불렀습니다. 매일 이렇게 살다보니, 오늘 뭘 먹었는지는 일상다반사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국밥을 한다면서 남은 찬밥의 양을 미리 체크도 하지 못한 우를 범했습니다.

아주 작은 실수이지만 늘 하던 습관대로 하는 매너리즘은 이렇게 사람을 가끔 늪인지도 모르는 수렁에 빠뜨리곤 합니다. 일상은 늘 이런저런 실수의 연속일 수 있습니다. 다만 0.0001%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아마도 이게 인생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너무 사소한가요? 부처님은 어땠을까요?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즐거운 실수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창피하고 분하고 억울해서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실수가 늘 고통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고통은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그걸 실수로 끝냈을 때 생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수를 교훈으로 삼아 고치고 개선하고 나아진다면 훌륭한 경험일 따름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도 하나봅니다. 오늘의 실수 모두 제가 한 것이기에 떳떳하게 받아들이며 즐겁게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신이 나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눈을 깜빡거리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과 입은 개선장군인가 봅니다. 부처님도 아재개그를 잘했을까요?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크게보기

전 서울시장 관저 앞 루미나리에(사진=하도겸)

당당한 실수

만남 가운데 일어난 일은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그래서는 안 됩니다. 체면이 중요해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유치하고 창피한 일이라도 당당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절인연이라 다른 때도 아니고 지금 일어난 것은 바로 함께 하는 사람도 알아야 할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배워야 할 교훈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 이유가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바벨탑

사람들은 하늘로 좀 더 가까이 올라가고 싶나 봅니다. 재벌들은 더 높은 빌딩을 지으니, 이웃종교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바벨의 탑과 같습니다. 더 높은 곳에 자기 방을 만들어도 결국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1층 이하(지하층 포함)로 내려와야 합니다. 헬리콥터장을 설치해도 그걸 타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언제나 탈 수는 없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1층 이하에서 시작되고 1층 이하에서 끝나게 되나 봅니다.

그런데 1층 이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이들은 다시 한 번 1층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1층이 바로 우리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무리 높은 층에 살더라도 당신도 우리 국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크게보기

숭산 스님의 스승인 고봉 스님의 글(사진=하도겸)

당신도 작가라고?

요즘 작가들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개나 소나 다 작가!’라는 속어까지도 자주 듣게 됩니다. 사실 작가를 만나면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당신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다른 작가와의 차이점은 뭔가요? 정말 작가정신이 있어야 작품이 아닐까요?

몰입하여 무아지경을 느끼고 만족하며 만들지 못한 작품(전시 등 모든 일 다 포함)은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이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작가라면 우리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런 정말 당신만의 작품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인맥으로 사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생존하면 성공인가요? 그런 생각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게 아닐까라는 걱정스러운 말이 적지 않습니다. 일로만 승부하는 문화예술인을 만나고 싶습니다. 자기 분야 아니면 어슬렁거리지 말고 오직 한 우물을 팠으면 합니다.

얼마 전 한 전람회에서 작가의 부모가 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되도 않는 사진을 사는 문화계 인사들을 봤습니다. 전시를 하는 그 젊은 재외 작가보다 칭찬하며 사 주는 주변의 문화예술인이 더 징그럽기만 합니다. 정말 왜 그러세요? 이런 사람들이 정말 블랙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심?

진심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드러나곤 합니다. 말로는 존경한다며 사랑한다며 좋아한다며 별의 별 말을 다합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할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식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화장실 가기 전과 간 후가 어찌 같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진정한 마음이라면 그렇게 알량하지는 않을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