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7-03-04 (토) 19:28
인생이 묻고 붓다가 답하다
이필원 지음, 마음의숲
336쪽, 1만4000원
“죽음이 뭐예요”라고 묻는 어린 아이에게 즉답을 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비유는 어린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적절한 비유는 그 어떤 사실적 묘사보다도 더 훌륭하게 어떤 사태를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비유는 부패한 정치인을 가장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수단이다. 비유는 ‘나’를 가장 정확하게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다. 비유는 사람을 가려 사귈 수 있게 하고, 비유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이필원 동국대(경주) 파라미타칼리지 조교수는 초기경전부터 대승에 이르기까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붓다의 100가지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바로보고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들에 답을 찾고자 한다. 경전 속 붓다의 비유를 제시하며 우리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꾸짖고 개인의 이기주의를 꼬집는다.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방향을 정확히 집어준다.
저자는 경전 속 이야기를 재해석 했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표현과 언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면, 어느 날 붓다가 길 위에 떨어져 있는 종잇조각과 새끼를 가리키며 무엇에 사용했던 물건 같으냐고 물었다. 종이에선 향냄새가 났고, 새끼에선 생선 비린내가 났다. 향을 싼 종이와 생선을 묶은 새끼를 통해 현명한 이를 가까이 하면 향내가 나지만, 그렇지 않은 이를 가까이 하면 비린내가 난다는 ‘관계’에 대한 조언을 이야기했다.
한 당나귀가 소 떼 뒤를 따라가면서 ‘나는 소다, 나는 소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나귀는 진짜 소가 될 수 없다. 고양이가 호랑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진짜 소는 ‘나는 소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소로 살 뿐이다. 이처럼 ‘어떻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면 된다. 붓다는 비유를 통해 ‘단지 생각할 뿐’인 삶을 살지 말고, 현실에 발을 딛고 살라는 교훈을 준다.
저자는 사람 마음가짐부터 사회 전반의 이야기까지 고루 담으며 세상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세상을 바로 보는 방법, 사람을 바로 보는 방법을 전하며 불교철학을 깊이 있게 전해준다. 국이 짠지 싱거운지 알기 위해선 반드시 그것을 직접 떠 마셔야 하는 법. 경전 속 비유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것을 상황에 맞게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순전히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