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여의봉] 5 - 새해 덕담

오래된 미래
한 번 인연 맺으면 죽을 때까지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니라면 빨리 정리할 필요도 있는 듯합니다.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긴 안목에서 보면 좋은 일도 되기 때문입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과 장기적 흐름 속에서 오늘을 사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오래된 미래’와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기자심
능력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살아남은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살아남아야 큰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양심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 무엇을 위해 스스로의 마음까지 속여야 하나요? 다 좋습니다. 하지만 자기 마음을 속이면 그 다음은 내 인생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그 증거는 요즘 TV뉴스가 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를 낼 필요가 없는 이유
화는 상대방이 가진 모습이 나에게도 있을 때 치미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닌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인 강요일 따름이다. 제가 옳다는 것도 제 판단일 따름입니다. 잘못은 누구나 합니다.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다만 간절하게 고치고자 하면 반드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스스로 해야 합니다. 스스로 정말 궁하면 고칩니다. 아무리 궁해도 남이 강요한다고 그걸 고칠 사람은 없는 듯합니다. 화를 낼 필요가 없어지는 대목입니다.

크게보기

국립중앙박물관 서남아시아실에 전시 중인 비로자나불.

일기일회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은 무한정이 아닙니다. 언젠가 더 이상 인연이 안 찾아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새 인연도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더 좋은 인연을 만날 연도 그리 많지도 않으며, 설령 만났다고 해도 오래가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그걸 알면 한 번의 만남이라도 매우 소중해지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가 평생, 아니 몇 생을 거듭해도 딱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는 좋은 인연들일 수 있습니다.

생로병사
나이 들면 ‘까먹는’ 게 정상입니다. ‘틀리지 말아야지’, ‘꼭 기억해야지’라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처님도 생로병사가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그 가운데 늙음에 대해서 우리는 별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병이 들어 매우 아픈 것 빼고는 모두 늙어가는 인생입니다. 잠시 28청춘도 되지만 그건 금세 기울고 시들해집니다. 늙어 조금씩 기력이 상실되고 기억력도 없어지는 것은 고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여러분.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나이를 받아들이지 말고 기쁘게 즐기세요. 잊을 건 잊어서 좋고 힘들면 안 해서 좋고. 조금만 놓으면 그만큼 편해집니다. 늙으면 기억력이 없어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치매가 아닙니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러면 놀랍게도 덜 잊어지게 될 것입니다.

크게보기

노욕
요즘 노욕을 부리는 분들이 많은데 나이는 속일 수 없습니다. 가끔 다 내려놓고 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 세상 가서 참 많이 쉬어야 합니다.

심한 운동을 하고 멈추면 정말 호흡이 가쁩니다. 안정을 취하는 데 정말 한참이 걸립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습니다. 나이 들면서 조금씩 쉬면서 자연을 닮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사후에 저 세상에서 좀 더 짧게 쉴 수 있습니다. 왜 그래야 하냐고요? 이승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 밀릴수록 다시 만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노욕을 부리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학생을 가르쳐야 교수들도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은 모두 욕심 때문입니다. 환갑이 안 되도 자기 분수를 모르고 만족을 모르면 ‘노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헛된 노욕이 여러분의 발목을 반드시 잡을 것을요!

악몽
좋은 잠을 자야 합니다. 그럼 상서로운 꿈을 꿀 수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상쾌하게 일어나 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희망에 부풉니다. 다시 잠을 잠이 들 때까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생각하고 실천하며 보살행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루, 아니 매주, 매달, 매년을 선순환하게 되면 ‘악몽’은 절대 꿀 수가 없습니다. 안 그럴까요?

크게보기

자연
강원도가 있고 평창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산림수도로 우리나라의 산소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지자체’일 것입니다. 오대산도 있고 계방산도 있고 가리왕산도 있습니다. 숲길을 걷다보면 걷는 사람도 풍경이 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곳이 대자연입니다.

가끔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이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올 겨울 2018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군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오대산에는 월정사, 상원사만 가지 마시고 동대, 서대, 남대, 북대, 중대를 비롯한 적멸보궁도 잊지 말고 찾아가세요. 선재동자는 물론 자연이 되어 갈 것입니다. 목이 마를 때 누군가 물 한 모금 준다면 그 분이 바로 문수보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