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북종(北宗) 신수(神秀)는 대승경론을 배경으로 돈오점수의 실수(實修)를 설명한다.신수 이전은 실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초조 달마계 선이었지만, 신수는 교학을 근거한 선리와 제법실상을 실증해야 함을 중요시한 것이다. 이러한 신수의 선수(禪修) 방법은 불타가 개발한 삼학(三學)의 일치, 돈오와 점수의 일치 등의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교리발달상에서 나타난 본증묘수(本證妙修)의 행, 돈오점수, 선계일치 등의 사상에 어긋남이 없는 선리(禪理)의 정통성을 지녔음을 살필 수 있었다.”

『북종선(北宗禪)』(운주사)의 저자 혜원 스님의 언급이다. 여기에 이 책의 발간 의의와 목적이 다 나타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 알다시피 한국불교는 선종이, 그중에서도 간화선이 주류이다. 그 간화선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육조혜능이 등장하게 되고, 당연히 그와 대척점에 섰던 신수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

문제는 세속의 역사기록과 다르지 않게, 종교사의 역사 또한 승자의 역사로 도배된다는 점이다. 신수는 여러 이유로 혜능에 밀려 주변으로 몰려버린 선사이다. 그러나 ‘남종 혜능 북종 신수’라고 하고, 북종선 또는 남종선이라고 하고, 문화 또한 북종과 남종이 구별되는 것처럼 신수에 의해 주창된 북종선의 가치는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냥 막연하게 진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혜능선 즉 남종선에 비해 신수의 북종선은 정말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일까. 중국선종에서 남돈북점의 실체는 무엇인가. 과연 남종만이 돈이고, 북종은 점인가. 혜능은 돈말 말하였고 신수는 점만 말했을까. 남종은 정통이고 북종은 정도가 아닌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여러 의문들에 대한 문제제기에 근거한 학문적 고찰이다. 한국불교계에서는 마치 금단의 영역처럼 여겨온 북종의 신수선(神秀禪)에 대한 이론적 규명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북종선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불식하고 진실을 밝혀내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바라밀다행의 정로를 교학을 방편으로 간명직절(簡明直截)하게 설명한 북종신수의 사상은 현대의 수행자들에게 더 없이 좋은 선수행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혜원 스님은?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구택대학 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동국대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 겸 불교대학원장, 불교문화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유마경이야기』『선가어록』『신심명·증도가』『선어록 읽는 방법』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논문으로 「계율과 청규의 관계에서 본 현대한국의 선원청규」「간화선에서의 疑와 看에 대하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