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여인과 걷다』 펴낸 정진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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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의 만남은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의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동국대에서 삼국유사 연구로 학위를 받은 정진원 박사의 말이다. 그녀가 『삼국유사』를 가지고 오랫동안 이렇게 맞춰보고 저렇게 주물러 보면서 깔깔거리고 궁금해 하고 글쓴이의 의도를 가늠해보는 놀이를 하며 공부도반들과 나누어 온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고려 말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는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역사서이다. 책이 쓰이던 당시는 나라가 여러 위기에 처해있어 백성들의 삶이 곤궁하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어두운 시대였다. 일연 스님은 암울한 시대에 처한 백성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그들이 삶에 희망과 기대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위로와 힘을 보태주기 위해 선조들이 이루었던 모범적인 훌륭한 업적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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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남자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는 『삼국유사』는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

“『삼국유사』는 남성 중심의 역사책이지만 『삼국사기』나 『고승전』 등과는 달리 여성성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남자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여성인 경우가 많죠. 행간의 뜻을 읽어보면 훌륭한 남성 뒤에 그보다 몇 배 더 현명한 여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삼국유사의 반전 코드입니다.”

정 박사는 『삼국유사』를 이야기 역사서로 바라볼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탄탄한 구성의 풍부한 이야기들에 주목한다. 특히 그 이야기 속에서 실제적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여러 여성들의 지혜로운 활약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삼국유사 삼대 미녀와 스캔들의 주인공, △삼국유사 속 우리 개국 시조 어머니들, △삼국유사의 성모와 국모로 당당한 여인들, △삼국유사의 대표스님들 뒤에 우뚝 선 킹 메이커 여인들, △삼국유사의 어머니들과 관세음보살 등과 같은 장 제목들에서 드러난다.  

저자는 철학박사 학위 이전에 『석보상절』로 문학박사를 받은 국어학자다. 역사서이면서 동시에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인 『삼국유사』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접근 방식은 그래서 가능했다.

15일 서울 조계사 부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정 박사는 “삼국유사에는 21세기 한국을 브랜드화할 K-Pop에서 K-Classic으로의 콘텐츠가 밤하늘의 쏟아질 듯한 별들처럼 가득하다. 그 첫 발자국을 서툴게나마 떼고 독자들과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며 책 발간 동기를 전했다.

맑은소리맑은나라, 200쪽, 13,000원

 

저자 정진원은?

홍익대에서 석보상절로 문학박사 학위를, 동국대에서 『삼국유사』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2015년 삼국유사학술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헝가리 국립 ELTE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삼국유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대중 강의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주본화엄경 각필연구』, 『중세국어의 텍스트언어학적 접근』 이 있고,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 <자장과 선덕여왕의 불국토 프로젝트>라는 주제의 글을 불교 잡지에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