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76 -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우리 안에는 우주가 생기기 이전부터의 섭리 또는 진리가 있다고도 합니다. 보이진 않지만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그것'을 보기 위해, 우리는 우리 내면에 있는 먼지(고통과 번뇌 등)를 닦으며 수행을 합니다.

그것을 보고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도'이고 우리 불교에서는 대승, 소승, 금강승의 '승'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보살의 길에 선 우리는 4무량심이라고 해서 자애, 연민, 기쁨, 평정 등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가능하면 한시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닦다 보면 언젠가부터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런 마음의 소리에 따르면 '법'에 맞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그런 마음의 소리를 누구는 양심의 소리라고 합니다. 이걸 무시하거나 등한시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따르시면 안 될 것 같은 일도, 아닐 것 같은 일도 잘 되곤 합니다.

혹시 틀리는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마음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고 해서 불기자심(不欺自心)이라는 말도 있는 듯합니다. 부처님의 법, 즉 다르마는 다른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여기에도 있습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말고, 꼭 그 법을 구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의 목소리, 양심에 따라 오직 실천하는 것이 바로 불기자심의 보살행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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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차관의 차 우리는 모습 (사진=하도겸)

빈 수레 강사

교육을 받으러 가면 참 흥미로운 강사가 많습니다.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를 한다면서 대충 네이버만 뒤져도 '뽀록'나는 거짓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히 흥미 위주로만 하다 보니, 강의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즐거우면 뭘 할까요? 거짓이고 왜곡인데.

한두 가지만 잘못했다면 지나가는 데 한 시간 내내 근거가 부족하거나 대충 지어내고 엮어낸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역사적인 진실'에 가까운 근거로서 사료가 있다는 듯이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득이 지적을 하면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고 버럭 화를 내거나 흥분을 합니다. 이런 강사들은 바로 여기까지인 것입니다. 시쳇말로 딱 걸린 겁니다.

요즘 수행도 안 하고 공부도 제대로 안 했으면서도 대중 앞에 서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내실을 기하지 않아 내공이나 실력은 없는데 자기 홍보만 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히트를 칠 텐데, 일부러 스스로를 '히트상품'이라고 과대광고를 합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이런 빈껍데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빈 수레 강사 자리에 스님을 비롯한 성직자나 정치가를 비롯해 기업가 예술가 등등 누구를 넣어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를 하면 됩니다.

원죄

언젠가 어디서인가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까 두려웠습니다.
굳이 나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도리어 좋은 일로 봐줄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때는 왜 그리 두려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외면하거나 애써 무시하다가 용기를 내어 주위를 바라봅니다.
막상 둘러봐도 실상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그'조차도 내게 흥미를 잃은 듯 반색조차 없습니다.

찰나의 외로움에도 어두운 아픔을 느낍니다.
상처입니다.
우리의 원죄는 고독의 상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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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한 다인을 만났습니다. 40년이 넘도록 차계(茶界)에 있었던 유명한 인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의 얼굴이 참으로 험합니다. 차갑고 못됐고 고생을 많이 했으면서도 엄격한 그런 모습만 보입니다.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처럼 앞에서는 점잖은 척하지만 실제로는 뒤돌아서서 '욕'을 하는 그런 모습이 읽힙니다.

아는 분 소개여서 인사는 정중히 드렸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차인[茶人]이 어떻게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만!'으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금 제가 남 말 할 여유가 없습니다. 제 얼굴부터 책임져야 하는데 이런 불평이나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얼른 화장실 가서라도 거울을 한 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비워야 하는 이유

고통이 심한 사람일수록 욕심이 많은 듯싶습니다.
욕심을 비울수록 고통은 줄어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욕심을 다 비우면 고통은 사라질까요?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을 저는 알음알이로 입만 떠벌리는 사람이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욕심을 다 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다 비워지는 것이 있을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채워져 있었을 때는 안 보이더니, 다 비우니 비로소 내 모습이 드러납니다.

좀 더 닦으면 무엇으로 만들었고 무슨 색이며 얼마나 큰 지 등이 드러납니다.
비로소 내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근기가 드러난 듯합니다.
그 그릇에 난 상처를 보고 수리도 해 봅니다. 덧칠도 합니다.

당신은 오늘 그 그릇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울 것인가요?
보고 고치고 채우는 모든 것이 보리심과 보살행이어야 합니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