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괘불재 및 음악회 성료
괘불전에 정성껏 만물공양 올리며 평화로운 세상 발원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달마산 미황사(주지 금강스님)의 가을축제인 괘불재와 음악회가 지난 10월 15일(토) 오후 1시부터 미황사를 사랑하는 2천여 사부대중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괘불재는 보물 1342호인 폭 5미터,높이 12미터 크기의 대형 괘불탱화를 사찰 앞마당 불단에 모시는 괘불이운 의식을 시작으로 한해 농사의 수확물, 한 해 열심히 노력해 이룬 성과물 등을 부처님 전에 올리는 만물공양, 평화로운 세상을 발원하는 고불문 낭독, 행복의 기도를 올리는 통천과 축원,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의 법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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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괘불재 및 음악회 모습. 만등만월의 장관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사진 제공=김다빈 

괘불재는 참석한 이들이 각자가 지난 1년 동안 노력한 결실을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리는 만물공양으로 시작됐다. 동네 농부들은 한 해 수확한 농산물들을 정성껏 포장해 괘불 부처님 전에 올리고 가장 지극한 마음으로 오체투지 큰 절을 올렸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들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각자 가장 소중한 결실들을 부처님 전에 회향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이 후속 작품으로 촬영한 새 영화 ‘올드 마린보이’의 최종 편집본이 완성되었음을 괘불 부처님 전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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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불재의 꽃 '만물공양'. 불자들은 지난 한 해 저마다 마련한 수확물을 괘불전에 올린다. 사진제공=김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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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불이운해 올리는 의식을 운집한 사부대중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김다빈 

지홍 스님은 법어에서 “미황사는 주지 금강 스님을 비롯한 대중들의 원력으로 폐허의 사찰에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우뚝 섰다”고 치하하고 “이제는 미황사의 이런 원력과 결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현대사회에 더 많은 중생들을 위한 노력으로 거듭나야 하고, 그것이 부처님께서 21세기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당부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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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불재에서 법문을 한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 사진제공=김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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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축원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다빈

이날 괘불재는 괘불이운과 육법공양 의식에 이어 만우, 호명, 청수 스님의 예불, 대흥사 주지 월우 스님의 고불문, 고요하고 맑고 행복한 마음을 담은 기도 ‘통천’(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금강 스님의 축원이 차례로 진행됐다.

서원문은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이, 음성공양은 박남준 시인이 대표작 ‘흰 부추꽃으로’를 낭송했다. 

괘불재에 이어 저녁 6시부터는 대웅전 앞마당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범능스님의 삼경에 피는 꽃’을 주제로 입적 3주기를 맞는 민중가수 출신의 ‘노래하는 수행자’ 범능스님을 추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범능스님은 출가 전 ‘광주출전가’를 만들고 부른 가수 정세현으로, 노래패 친구와 함께 민중가요 운동을 펼치다 85년 전남대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우리소리연구회’를 꾸려 활동했던 민중가수 출신이다. 93년 예산 수덕사에서 출가한 후에도 11개의 음반을 내며 명상 음악가로 활약했다. 범능스님은 지난 2013년 6월 돌연 쓰러져 끝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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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불재에 이어 열린 음악회 모습. 유명가수를 초청하지 않고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한다. 사진제공=김다빈  

범능스님을 기리는 이날 음악회 무대에는 범능스님의 오랜 친구인 고규태 시인의 이야기와 시 낭송, 명상음악가 박양희 씨, 만우 스님의 여는 음악, 판소리 이병채 선생, 진진과 이가영 모녀의 노래 연주, 광주 은빛소리하모니카합주단, 서정 초등학교 학생들의 합창,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리코더 연주, 금강스님의 발원 ‘달이랑 별이랑 사람이랑’ 등이 연주됐다.
 
한편 미황사 미술관 자하루에서는 이달 말까지 한국화가 조병연 화백의 '조약돌 부처님' 특별전시가 열렸고, 자하루 아래뜰에서는 장터가 섰으며, 범종각 옆에서는 윤문희 미술학원에서 나와 페이스페인팅 행사를 열었다. 또한 사찰문화재연구소에서도 나와 단청그리기 체험행사를 진행했고, 선다원찻집 마당에서는 상생바자회(해남군장애인복지재단)와 땅끝무화과홍보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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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불재 열리던 날 밤의 미황사 '만등만월'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에서 열린 2016년도 괘불재와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달마산 위에는 휘영청 보름달(滿月)이 구름을 열고 나와 도량을 환하게 비추자, 도량 안에 밝힌 1만 개의 연등(萬燈)들이 저마다 자비의 달이 되어 온 누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