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66 – 초대받지 않은 자리에서 조언하지 말아야 하나?

 
대비를 촉촉하게 적시는 비가 가뭄을 해소하여 많은 분들의 시름을 덜게 하소서!
열심히 살려는 사람인 것 같아 선의로 연락을 해서 만난다. 이런저런 고려나 제안을 하면 쉽게 안 받아들인다. 선택은 자유이지만, 칼럼니스트의 입장에서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으니 메일 등을 통해 자주 계약 내용이나 매뉴얼을 바꾸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다. 어렵게 아껴서 전한 조언을 참고 안 하는 건 괜찮다.

그런데 어쭙잖은 ‘변호사’나 다른 ‘전문인’의 의견을 들어 튕겨내고 나름 부정한다. 칼럼니스트와 관련된 일은 칼럼니스트가 더 잘 알 수도 있기에 전한 것이다. 그런데 부정되고 튕겨져 나왔다. 언젠가 사건이 터진 후에야, 그들이 그리고 그 의견에 기댄 자신이 틀린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좀 안타깝다. 그러고 보니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렇게 주위의 충고를 안 받아들이고 살았는지. 조금은 나아진 듯한데, 안 그런 부분도 많아서 뭐라고 자만하기가 어렵다. 여하튼 마치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울부짖듯이 살았던 과거가 오늘따라 많이 부끄럽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제일 못하는 바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글은 내 이야기고 내 생각일 따름이다. 그런데 간혹 어떤 이는 모두 자기 이야기라고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왜 그러고 싶은지를 보고 반성하고 참회하고 당장 여기서 바로 고치면 좋겠다. 아주 미안하지만 난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나 스스로조차도 제대로 못 쳐다보고 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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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지구 산골오지 땅띵마을 전경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몇 년 전 몇 명이 뜻을 모아 여행을 함께 갔다. 수행에도 관심이 많은 한 중년의 남자가 처음으로 동행했다. 그를 소개한 여성분은 선뜻 같이 가자고 했다가 보류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다른 희망자를 취소시켰기에 동행인의 숫자도 맞춰야 하기에 부득이 같이 같다.

멀리서 보면 여성에게 안마를 해주겠다고 한다든가 다른 여자들한테 살며시 손이나 어깨를 만지는 등 스킨십을 시도한 듯하다. 그러나 남자 입장에서 볼 때는 조금 위험했다. 그런데 저녁에 한두 명의 여성분들이 좀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소개한 분도 남들 앞에서 안마해준다고 해서 무척 불편했다고 한다. 다른 남성분도 굳이 나쁜 뜻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서 여행도 짧으니 그냥 지나가주면 좋겠다고 여러 명에게 부탁했다. 여행이 끝나고 귀국 후 이 남성분도 즐거웠고 뜻 깊었다고 말한 것을 봤다.

그런데 이 남성분이 갑자기 회계 담당도 아닌 분에게 전화를 걸어 엉뚱한 시비를 걸었다. 매우 싼 참가비 탓에 개인회비를 더 모아서 비싼 저녁도 먹고 술도 먹으며 다 함께 즐겼다. 그런데 공항에서 바꾼 개인회비의 환율과 거스름돈이 안 맞는다고 따졌다. 자신은 아니라고 하는데 담당자도 아닌 이 분이 듣기에는 마치 죄인취급을 하고 아랫사람에게 대하듯이 ‘보고’를 하라고 했다.

환전 장소도 공항이 아닌 은행이었고 회비로 거둔 돈도 틀리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는 식으로 오직 자기 기억이 맞는다는 등 막무가내로 이야기를 했다.

더 이상 이야기를 할 필요를 못 느낀 참가자는 회계를 담당한 분이 지금 아프니 나중에 그분께 직접 묻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마치 잘못을 잡은 양 의심을 계속하며 계속 전화를 이어갔다. 결국 ‘신뢰가 안 된다며, 피하는 거냐며 그렇게 살지 말라!’는 식의 모욕적인 안하무인의 말도 했다.

그제야 다른 곳에서도 스킨십이 많아 문제가 있었고 회비 문제를 걸고 넘어져 중간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는 말도 전해 듣게 되었다. 자신이 일으킨 선명하고도 확실한 ‘강제(성)추행’ 건도 사람들이 참고 있고 남성분들도 이해를 구해줬음에도 스스로의 기억에 문제가 있는데도 자신이 정의의 칼을 쥔 사도라는 병을 앓고 있는 듯했다.
 

듣다못해 부득이 그 상황을 다른 이들한테 전했더니, 그제야 더 황당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사실은 작은 스킨십을 한 게 아니라 손을 얹고 목을 만지며 걸어가는데 뒤에서 어깨를 감싸다가 몸을 비비기도 했다고 한다. 왜 그런 이야기를 진작 하지 않았냐고 하니, 자신들 때문에 즐거운 여행을 망치기 싫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런 사고를 친 남자는 다른 곳에서 재정에 ‘의혹’을 제기했더니 ‘성희롱’이라고 몰아붙인다고 떠들었다고 한다. 당사자와의 대화 속에서도 사과를 건성으로 했다가 피해 여성은 분노했고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했으나 결국 바쁘다며 다시 전화하겠다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 후 고소를 했다고도 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 남자에게 진실은 뭐고 정의는 뭐였을까? 여러분이라면 그 때 이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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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지구 산골오지 땅띵마을 전경

동창회

얼마 전 한 친구가 동창회를 했다고 한다. 잘 못 나가는 그 친구는 졸업 후 20여 년 만인가 처음으로 다른 동기들을 만났다고 한다. 믿을 수 없지만, 네이버 최, 다음 백, 박 교수, 김PD, 홍 부장, 김 전무, 나 변, 김 사장, 최 원장, 임 작가, 안 교수, 그리고 자신 등등이 모였다고 한다. 대충 직함을 듣고 술김에 적었는데 틀렸을 수도 있다. 어쩜 다들 그리 멋있게 늙었는지 부럽기만 했다고 한다.

한 친구는 여전히 목소리가 컸지만, 나이는 비켜가지 못한 듯하다. 전공 대로 취업한 친구는 한두 명이고 인문학도로서는 대부분 상상도 못하는 IT, 영화, 법률, 학원, 서비스 등의 다양한 진로선택의 분야에서 우뚝 서 있었다. 대체 왜 인문학을 전공하고 문과를 나온 거지? 은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서로의 과거에 대한 엄청난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

이 폭로전 속에는 ‘친구가 아파서 누워 있어서 병문안 왔는데 다른 동기의 여자 친구이기도 한 여자 동기의 이름을 잠결에 불렀다든가’, ‘친구가 대학 3학년 때 설악산에 올라가다가 퍼져서 동행한 다른 친구가 업어줬다든가’, ‘몇 년 전 여자 동기 결혼식 때 친구가 나이 많은 신랑의 발바닥을 엄청 세게 때렸다든가’ 그런데 친구는 하나도 기억을 못했다고 한다. 계속 ‘정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는 동기들의 고향, 출신고교와 해당기수 등 소소한 것까지 다 외우고 있는 두 명의 친구도 있었다. 그래서 친구가 그들에게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이 있었다고 옛날에 들었다고 한다. 세상에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냐고 했더니, 돌아온 답은 정말 놀랍다. “다 기억하지!”와 “왜 못하는데!”였다. “그들은 내 친구가 학창시절에 뭘 했는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는 아무것도 기억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친구의 일이 전혀 기억이 안 난다.

※ 이 칼럼은 우리 모두가 맑고 밝은 어쩌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시민들의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와 무관하며, 부분적인 일례에 대한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