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길
ecogil21@naver.com 2016-07-11 (월) 12:42사대강을 다시 생명이 흐르는 자연의 강으로!!! -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⑧ 낙동강4
폭파되어 사라질 뻔한 낙단보의 마애불
문수 스님의 추모제를 끝내고 우리는 구미보에서 출발합니다. 이 보는 구미라는 지역을 모티브로 하여 거북이 모양으로 만들어진 보입니다. 그곳에서 약 20km 떨어진 낙단보까지는 물의 흐름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낙단보를 향해 걷는 도중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분이 돌아와 우리를 기쁘게 반기며 인사하십니다. 단장이신 법일 스님의 대학동문인 초우 스님의 조카로, 스님으로부터 이미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했는데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와 하십니다. 걷다보면 4대강 순례 녹색조끼를 입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반가워서 이것저것 갖고 있던 것을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낙단보 옆 마애불
낙단보 좌안 바로 옆에는 그 유명한 마애불이 있습니다. 공사도중 폭파될 뻔하다가 발견되었습니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공사가 어려워 그냥 묻어버리거나 파괴된 게 얼마나 될까 걱정됩니다. 문화재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다가 결국 지역의 스님과 불자 그리고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보존되어왔습니다. 그러나 마애불은 최근까지도 제대로 보호시설이 되어있지 않아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방치된 것을 적조암 원종 스님(사진)이 많은 노력으로 대곡사의 산하 마애사라는 이름의 절로 등록하여 관리하고 계십니다. 이 마애불은 천년 전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낙동강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곳 흙속에 부처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건설회사에 주의를 하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사를 서두르다 결국 부처님 얼굴 윗부분에 다이너마이트 구멍이 뚫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초 이명박정부 때 성역화해주고, 문화재보호를 위해 주변도로를 저속화하도록 하고 4대강 문화관에 마애불을 홍보해주겠다고 약속했건만 공사이후 모두 없던 일로 무시해버렸다고 합니다. 원종 스님은 당시의 약속사항을 근거로 국토부와 끈질긴 협상으로 결국 종교시설로 허가를 받고 매년 초파일행사와 산사음악회 등을 개최해오면서 지켜내 오셨습니다.
야생의 자연은 아름답지 않은 것인가?
낙단보에서 상주보는 아마도 낙동강의 보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일 것입니다. 상주보 근처는 이미 넓디넓은 레저위락시설이 되었습니다. 4대강사업을 끝낸 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준공식에 맞춰 ‘낙동 12경’을 발표했습니다. 이 12경중에 많은 곳이 보가 있는 곳입니다. 상주보도 그중 10경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토목적으로 왜곡되어 길들여진 우리의 미학적 감각은, 천연그대로의 자연, 야생의 자연은 아름답기보다 혼란스럽고 지저분한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길들여진 자연, 인공적 개조를 거쳐 가꾸어진 안전한 자연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스스로를 살펴봅니다. 대체로 성형미인보다 자연미인이 아름답다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성형하여 이렇게 가공된 것을 실제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게 아닐 런지요. 그렇듯 사람들이 이렇게 토건적으로 훈습된 아름다움에 길들여지는 것이 걱정됩니다.
1982년, 전두환 정권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추진했을 당시 수해방지, 수질개선, 하천공간의 이용률을 높이고 유람선과 수상 레포츠를 띄우기 위한 목적으로 1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하여 한강하구 김포대교 밑에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올림픽 개최도시에 걸맞게 둔치에 수많은 체육시설이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한강은 2.5m 평균 수심을 유지하며 항상 둑과 둑 사이에 물로 꽉 들어차 풍성하게 흐르는 강이 되었습니다. 이 한강의 모습은 한국인에게 강의 이미지로서 기득권을 확보했습니다. 이명박의 4대강개발사업은 바로 한강의 모델을 전국화한 것이고 이제 우리 후손들에겐 이런 비정상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
위락시설로 가득찬 경천대
모래가 사라지고 물만 가득한 경천대
상주보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낙동강의 8개중 마지막 보입니다. 이곳의 장관인 경치가 한눈에 보이는 천룡사 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정말 근처에 많은 레저 관광시설이 발견됩니다. 도남서원을 비롯하여 경천섬공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상주자전거박물관, 상주보캠프촌 휴, 경천대랜드, 드라마촬영지, 조각공원 등과 경천대 관광지, 상주시 전통의례관, 상주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경천대라는 경승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름다운 모래톱으로 유명한 경천대의 경치는 사라지고 모래 없이 물이 꽉 들어찬 경천대의 모습과 강 한가운데 <경천대 카누체험>이라는 수상레저센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그럼에도 경천대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6월 6일 65일째, 낙동강 칠백 리 공원 근처에서 추적거리는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팀들과 함께 빗속을 걷고 자전거 도로가 끊어져 산을 넘어 마을로 내려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일정을 준비해준 여여거사님은 참여한 사람들에게 낙동강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해주려고 징검다리처럼 돌이 놓인 보를 가로질러 건너는 이벤트를 계획했건만 비가 오는 관계로 물에 들어간 법일 스님과 유연스님의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것으로 그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낙동강본류와 내성천이 합쳐지는 삼강교 밑의 절인 용화사의 주지스님께서 우리에게 공양간을 내어주시고 따뜻한 국까지 준비해 주셨습니다. 추위에 떨던 우리 일행은 아주 따뜻하고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낙동강과 내성천이 합쳐지는 삼강
드디어 삼강교입니다. 낙동강의 본류와 지류인 내성천이 만나는 곳입니다. 우리는 삼강교 근처에서 조금 여유를 부리기로 했습니다. 하풍리 문경야구장 앞에는 여전히 가랑비가 뿌리지만 이제 정말 강물에 발을 담그는 정취를 느껴줘야 합니다. 강바닥은 충분히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강물을 누리기엔 괜찮은 편입니다. 수심은 40-60cm 정도입니다. 이제 맨발로 바지를 걷어 부치고 누구랄 것 없이 강물에 들어가 첨벙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일 안동 연미사가 운영하는 안동청소년문화센터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고 연미사에서 공양을 하기로 했지만 물에 빠져 정신없던 우리가 식사인원을 제대로 알려드리지 않아서 휴일에 나와 극진하게 공양준비해 주신 분들을 실망시켜드렸습니다. 우리의 순례는 사실 많은 분들의 덕과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를 재워주고 식사를 제공해주시는 사찰에 말할 수 없는 큰 감사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해당 사찰의 방침에 어긋나지 않도록 새벽예불에 참여하고 청소를 철저히 하곤 했지만 가끔 방심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는, 인지부조화
우리가 4대강 순례를 하면서 2가지의 인지불일치(Cognitive dissonance)를 겪습니다. 순례하면서 강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과 이 강이 썩은 강, 죽어가는 강이라는 고통을 느껴야 하는 인지부조화입니다. 우리가 낙동강의 절벽 옆에 2km 정도 테크로 조성된 쌍절암길을 걸으면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곳은 자전거는 못 다니고 사람만 다니게 꼬불꼬불한 만들어진 강가길입니다. 절벽의 꽃들과 식물도 아름다웠지만, 강 쪽의 낙동강 풍경도 절경이었습니다. 도중에 그 보기 어렵다는 <노란망태버섯>도 보게 되었으니까요
우리가 계획한 낙동강의 최종목적지는 안동댐입니다. 삼강교를 떠나 지보면을 거쳐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돌아 안동시내에 들어섭니다 안동시내에 들어서기 전에 구담보와 수하보가 있습니다. 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4대강 사업에 찬란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곳입니다. 안동시내에 있는 안동보는 2013년 부실공사로 쇄술현상이 발생하여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안동대교를 지나 안동의 시내중심을 관통하는 영가대교를 지납니다. 안동댐과 임하댐이 갈리는 곳에 양쪽에 모두 하상보호공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실은 이것도 보입니다. 우리는 반변천다리를 지나 안동댐방향으로 걷습니다. 역시 강변 절벽의 데크길이 아주 경관이 좋습니다. 조정댐(보조댐)을 지나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물속에 50-100cm 정도의 거대한 강준치와 누치, 잉어 등이 엄청나게 많이 유영하고 있는 것을 보며 감동해야할지 기겁을 해야할 지 모를 상황입니다.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 월영교가 있습니다. 남편과 부인의 숭고하고 애틋한 사랑의 사연이 있는 목책다리입니다. 건너자 우리의 목적지인 물문화관에 도착했습니다.
낙동강 천도재
6월 18일 봉행한 세 번째 천도재
6월 18일 수행길 77일째를 맞아 우리는 안동댐에 와서 천도재를 진행했습니다. 전날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의 황지를 들러 물을 떠왔습니다. 영산강과 금강에 이어 3번째 천도재입니다. 모든 인권운동이나 사회운동은 인간의 고통을 함께하며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운동입니다. 결국 사람간의 평등과 평화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길은 인간간의 평화가 아니라 인간과 말 못하는 생명들과의 평등과 평화에 대한 일입니다. 결국 생명을 죽이고 있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 생명을 살리는 것도 인간이 할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들의 아름과 죽음에 예민합니다.
천도재는 4대강사업으로 죽어간 유주무주 유정무정 모든 중생들의 아픔과 고통에 교감하는 체험입니다. 버드나무는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여느 식물에 비해 40배 이상 탁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로병을 든 양류관음보살은 죽어가는 생명을 보살피고 살리는데 이 버드나무를 쓰기 때문에 천도재 때마다 버드나무를 영단에 드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불광> 편집장과 사진작가, 그리고 석포제련소에서 방출하는 중금속으로 인해 안동댐 위에 수많은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석포제련소문제로 싸우고 있는 안동환경운동연합과 대구환경운동연합 및 생명평화아시아, 낙동강사랑보존회 등에서 참여해 안동댐 월영공원에서 천도재를 잘 치렀습니다.
하늘이 내린 강, 내성천
낙동강의 본류는 안동댐으로 마무리했지만, 현재 석포제련소문제로 안동댐 상류지역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내성천을 넘어가 회룡포를 들렀습니다. 물이 돌아가는 회룡포는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그러나 4대강개발과 그 일환으로 지어내는 영주댐으로 인해 불행히도 회룡포의 넓고 깨끗한 모래는 이미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육화(육지화)되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웠던 내성천의 모습은 아마도 지율 스님이 만드신 <모래가 흐르는 강>에서만 볼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우리가 다녀간 선몽대도 이미 육화되고 있어 내성천의 곳곳이 이미 과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내성천의 이 뛰어난 모래생태계의 경관은 모래를 충분히 공급하는 넓은 영주분지와 그 주변 여러 발원지의 강들이 모래를 본류로 이동시키는 지질층에 감싸여 만들어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곳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내성천을 훼손시키는 영주댐
우리가 비박을 한 무섬마을은 고택과 집성촌이 보존되어 있고 모래가 마을을 감싸는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그런데 육화되지 않게 이 모래를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갈아주고 뒤집어주고 있는 흔적이 보입니다. 오랫동안 내성천과 낙동강을 지켜온 지율 스님이 인근에 기록관을 만들고 계십니다. 이후 강이 복원될 경우 본래의 모습을 기록해두어야 하기 때문이지이요.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이 이 지경이 된 것은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영주댐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댐으로 인해 500세대의 지역공동체가 해체되고 경관과 생태계가 파괴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낙동강과 내성천은 언젠가 다시 자연의 강으로 회복되어야 합니다. 자연을 파괴한 것도 사람이지만 결국 복구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힘, 사람의 힘을 움직이는 마음과 생각이 중요한 거지요.
집필 = 유정길(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에 여러분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4대강 수행길은 생명과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하나임을 자각하고, 인간의 무지와 탐욕을 성찰하며
묵언, 기도, 명상등의 수행을 하고 지역의 주민과 단체분들을 만나는 대화하며 재자연화를 염원하는 순례입니다. 함께 순례에 동참하실 분, 그리고 후원하실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 순례동참 : 하루, 1박2일, 또는 구간별로 참여가능하며 식사와 숙박은 본인이 준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화 :02-720-1654 . 010-3269-2516)
● 후원동참 : 국민은행 023501-04-152336 불교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