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응스님 칼럼] 전통문화마저 정경유착으로 가나?

“문제는 안일한 종단…이제라도 연구개발과 혁신에 박차를 가하라”
 
지난 5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소비와 구현의 거점인 K-Culture Valley 기공식에 참석하여 연설을 했다.

K-Culture Valley는 CJ그룹이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에 축구장 46개 규모의 한류 콘텐츠파크 ‘케이컬처밸리’를 조성하고 각종 사업을 전개한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사업내용 중에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변화상에 따른 시설을 설치하고 내방객으로 하여금 체험할 수 있는 6개의 구역(Zone)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K컬처밸리는 CJ그룹이 그동안 CJ E&M, CGV, CJ푸드빌 등 계열사를 통해 창조하고 축적한 문화, 예술, 식품 등 모든 장르의 것들을 보이고 체험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류스트리트에는 한국전통의 미와 문화를 가미한 숙박시설, 한식, 한류캐릭터상품 등 판매상업 시설구역이 설정돼 있다. 그 외 콘텐츠파크와 융복합문화전용공연장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첨단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감체험특별영화관인 4DX 기술 등을 활용한 체험형 시설도 들어선다하니 사람들이 몰리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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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CJ그룹이 주도하는 고양 일산의 K-Culture Valley와 홍릉의 문화창조 아카데미, 청계천의 문화창조벤처단지, 상암동의 문화창조융합센터 그리고 제주도의 융복합상설공연장을 상호간 ‘연계 및 협력’토록 하는 가칭<문화창조융합벨트>를 구축해서 그 시너지 효과를 증대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이 장충동에 고급한옥 호텔 사업의 승인을 따냈다. 3천억 원을 들여서 지하 3층, 지상 3층에 91실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우려하는 바는 정부와 대기업이 한류문화의 호황을 앞세워서 전통과 역사문화와 관련한 사업에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은 전통문화의 체험을 불교계가 주도한다는 이미지였는데 상쇄의 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전통문화 탐방객의 발길이 향후 적지 않게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는 K-Culture Valley와 같은 시설로 향할 것이다. 한국전통의 미와 문화를 가미한 숙박시설은 참여자들에게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토록 할 것으로 그 운영과 시설 그리고 내용면에서 불교계의 템플스테이와 비교가 될 것이다.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나 자본의 힘을 아는 필자로서는 재벌과 정부가 유착하여서 문화 다양성을 붕괴시키는 발상이라는 생각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유전된 전통의 미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결국 한 나라의 (전통)문화산업을 재벌그룹이 좌지우지 하는 판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

정부가 전통문화사업마저도 재벌위주로 한다면 전통문화의 재벌독점화가 이루어 질 것이며, 토건마피아에서 전통문화마피아로의 전환을 부추기고 있음이다. 전통과 인간 삶의 문화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공감되어야 한다. 금권을 앞세워서 전통문화를 장악하고 상업화 하려는 발상자체가 한국의 전통문화와는 이미 거리가 멀다.

정작 문제는 종단이다. 정부와 재벌이 전통문화를 독점 해 나간다면 그동안 한국전통문화를 대변해온 불교계는 서서히 뒷전으로 밀릴 것이 자명하다. 종단은 템플스테이는 물론 새로운 불교문화 체험안을 개발하고 특히 세월과 역사의 혼이 밴 사찰의 주변의 자연환경은 재벌이 돈으로 모방할 수 없기에 그 고유성을 잘 지키는 일에 집중해야하다. 종단은 외형이 아닌 내용적으로 불교의 본질이 녹아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동안 사업의 문제점들을 솔직히 들어내고 개선해야 한다.

근자 서울시가 삼성대로에 추진 중인 광역복합환승센터의 지하 1층에 한류문화 체험관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준비하면서 지척의 봉은사를 배척한 것, 일산의 K-Culture Valley의 건립은 그동안 한국문화의 대표성을 자부해온 불교문화에 대한 위기신호가 분명하다. 문제는 불교계가 그 경고를 아는지 여부다.

재벌의 덕목중 하나가 ‘돈으로 할 수 있는 데 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돈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조계종은 장충동의 한옥호텔과 K-Culture Valley의 한류스트리트 내 숙박시설 그리고 광역복합환승센터에 대해 무엇인가 할 일이 있을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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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는 종단에 제대로 된 연구개발(R&D) 기능과 기구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기능이 부재하니 현안을 놓치고 엉뚱한 곳을 쳐다보고 있지는 않나 한다. 종단에 이런저런 위원회가 여럿이나 정작 필요한 것은 기획기능을 수행하는 미래위원회와 같은 기구다. 현 종단제도와 기능에 대한 진단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어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심층, 광의적인 논의와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설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이사(理事)의 모든 분야가 논의의 대상이다. 무수히 제안한바 어느 분야든 연구와 개발을 외면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광속으로 변화하는 시대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연구기획기능을 구비하고 현안에 대하여는 열린 자세로 연구하여 답을 구해야 한다.

 法應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