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55 – 모든 게 내가 원인, 스스로를 성찰해야
 
Help me!
사람들은 알아차린 것을 전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 알아차린 것보다 제가 뭘 모르고 있는지를 더 전하고 싶습니다.

그게 정말 나눔이 아닐까요?
제가 아는 것을 나누는 것은 자만이고 허영이며 굳이 좋게 말해도 베풂입니다.

하지만 전 도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게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와 달라는…….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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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한테 왜 그래!

곤란한 일? 당혹스러운 일?
뭣 때문에 여기서 굳이 이런 경험까지 하고 있을까요?
대체 세상은 나한테 왜 그럴까요?

이렇게 한탄하지 말고 정말 그 이유를 정밀하게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굳이 말하자면 신의 의도일 것입니다.
우리 불교에서 말하는 내 안의 불성이 존재하는 이유일 따름입니다.
모든 게 내가 원인입니다.

내가 굳이 지금 저지른 일이 아닌 듯해도 그 원인을 따져보면 언젠가의 사건이나 사고의 인과응보일 따름입니다. 따라서 내 탓이 맞습니다.
혹시 그게 아니더라도 이번에는 나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교훈적인 경험일 따름입니다.

내가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을 얻고
가슴에 새겨서 실천하는 '언행일치'와 '지행합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난 또 그런 싫은 경험을 거듭해야 할 것입니다.
이걸 아는 데 이미 반평생을 소비했습니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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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의 말에는 메시지가 있어요.
메시지란 다른 의미도 많겠지만, 역시 '마음'이라고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더 차원을 조금 낮춰서 제 수준에서 얘기하자만 '욕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뭔가 원할 때 '말'을 하게 됩니다.
내자불선(來者不善)입니다. 다가온 자는 선하지 않습니다.
출언불선(出言不善)입니다. 말을 하는 자도 선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선하지 않다는 뜻은 비록 청욕이라도 '욕심'이 있다는 의미지 단순히 도덕적인 '선, 악'으로 '나쁘다'라고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명상모임에 새로운 분들을 후배들로 봤습니다. 언젠가부터 도반으로 봅니다. 지금은 스승으로 봅니다. 아니 제 거울로 자화상으로 보게 됩니다.
제가 한 마디 감히 좋은 의도를 가지고 '조언'이나 '농담'이나 '낚시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언젠가부터 제 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이젠 그러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젠이란 '더 이상 앞으로는'의 뜻입니다.
이미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이미 길에서 벗어났습니다.

길에서 벗어난 도반은 어떤 의미에서는 스승이 될 수 없습니다.

교학상장이라고 하니 이제 다시 제가 선배 어쩌면 스승이 되어야 할 차례입니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배와 후배, 스승과 제자의 역할을 하기에 도반이라고 하나 봅니다. 도반이 아니라면서 도반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삼시도 여기에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마디 다시 올리기도 합니다.

이젠 않겠다는 말은 이제라는 말에 담긴 무의식을 보라는 것이며
호, 불호에서 꺼둘리는 어쩌면 도반을 형식적으로 비워야 할 '현상'으로 본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않겠다'라는 말의 대상 자체가 일그러지게 되는 이유입니다. '않겠다는 말까지 나온 것은 과거에 대한 회한이 있습니다. 상처가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상처로 받아들인 '집착'이 있습니다. 그 집착 속에 가라앉아 있는 '욕심'을 못 보고 있습니다. 그 욕심은 말합니다. 무의식이라는 허울을 통해서 '난 잘나가!' '너보다'를 잘도 숨깁니다. 이렇게 '도인'이 된 '도반'은 잠시 '제자'를 가장하기도 합니다.

"어제(제자)는 되었지만 오늘(도반)은 안 되고,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스승)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어느 한 시점이나 단계에 고착화된 듯합니다. '명사'를 단정적으로 자주 쓰는 분들의 오류일 수도 잇습니다.

이렇게 마음의 표출로 나온 '언어'에는 항상 그 사람의 의도가 있습니다. 물론 답도 함께 있습니다. 마음이 표출된 또 다른 통로인 '얼굴'의 표정에도 답이 있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거기에도 답이 있습니다. 당당을 가장한 '거만함' 속에 아픔이 파동칩니다.

보이는 얼굴, 들리는 소리, 말, 냄새, 행동 등등으로 나타나는 모습 모두에 그의 '깊은 시름과 고통'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못 볼 뿐입니다. 어쩌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를 외면하듯이.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