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교수 ‘청화사상연구회 세미나’에서 ‘염불선의 선정위차’ 조명
“청화선사 염불선 동아시아 전통에서 이례적…세계시장서도 통할 것”

“대승경론 상에 선정과 염불이 어떤 상관관계로 나타나는가? 또 선정위차와 염불수행이 맞물려 설해지는 경우가 있는가?”

선정과 염불의 관계를 대승경론에서 찾아보려는 논문이 발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조준호 교수(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4월 23일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6년 청화사상연구회 제8차 학술세미나’에서 ‘대승불교경론 상에 나타난 염불선과 선정 위차- 불교의 근본선인 구차제정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선정과 염불의 관계, 특히 구차제정과 염불의 상관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조준호 교수는 이 논문에서 “현재까지 선정(구차제정)과 염불의 관계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면서 “가끔 수행을 겸비한 전공자 가운데 염불선을 구차제정의 어느 단계까지 제시하기도 하지만 경론의 근거까지 제시하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시대의 수행자인 청화선사는 구차제정으로 염불선정의 위치를 설하고 있다”며 “따라서 청화선사의 염불선정론의 근거를 대승불교 경론에서 찾을 수 있는가를 밝히는 것은 불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청화선사는 붓다와 중생의 본질을 광명으로 설한다”고 설명한 조 교수는 “(청화 선사의 법문 중) ‘끝도 갓도 없는 우주에 펼친 광명, 영원적인 진리를 갖춘 광명이 부처구나’, ‘부처님은 우주의 모든 실존의 대명사구나’ 이렇게 느끼면서 부처님을 생명으로 구하고, 부처님 이름을 외우며 염(念)하는 것”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이어 조 교수는 “(청화선사는) 이러한 무량한 부처님(아미타불)의 광명을 염두에 두고서 찰나도 잊지 말고서 가는 것이, 이것이 참선이라고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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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전경

조 교수는 “이제까지 불교 교리사나 학계에서조차도 이러한 염불선정 위차 또는 계위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동아시아 정토종의 영향으로 염불을 극락왕생의 방법으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나아가 이러한 염불선정의 위차에 따라 금타화상과 청화선사는 용수와 무착, 그리고 세친 등의 주류 대승불교 역사에서와 같이 염불을 왕생보다는 무상보리를 위한 선정수행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또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대방등대집경(大方等大集經)을 인용하여 “4선(禪) 경지의 염불에 의지한 삼매를 닦으면, 그 낱낱의 차별을 다 인식해서 통달하리라”, “4선 경지의 염불에 의지한 삼매를 깊이 닦아서 마음속에 훈습해야 하고…”, “4선 경지의 염불에 의지한 삼매를 듣고서 지극한 마음으로 이러한 염불삼매를 믿는다면,… ” 등을 열거했다. 또한 구마라집이 한역해 대승률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불장경(佛藏經) 염불품(念佛品)에서 ‘무분별(無分別)을 염하는 것은 곧 붓다를 염하는 것이며, 모든 법의 실상을 보는 것을 이름하여 부처를 보는 것’,  제2 붓다로 칭송받는 용수(나가르주나)가 십주비바사론(十住毘波沙論)에서 제시한 반주삼매(般舟三昧)의 의미를 인용, ‘반주삼매은 보살의 염불수행과 함께 붓다의 공덕력과 붓다의 위신력 그리고 붓다의 삼매력이라는 세 가지 힘에 의해서 붓다가 눈앞에 나타나는 삼매’이며 ‘그런데 용수의 염불은 왕생이 목적이 아니고 반주삼매(가 목적이며), 즉 모든 법의 실상에 바로 들어가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바로 이 점은 청화선사의 실상염불선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즉 무착이나 세친도 그러했던 것처럼 이것은 모두 법신과 하나되는 수행으로 법신염불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밖에도 오문선경요용법, 관무량수경, 대승기신론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선정과 염불의 관계를 조명한 후 “대승의 흥기는 염불선정의 수행자들과 함께 한다. 붓다와 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선정을 통해서이다. 붓다와 접선과 교신할 수 있는 매체는 바로 선정이었다. 칭명을 통한 기도와 염불은 질적으로 차원이 달랐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한 불교역사적인 맥락에서 청화염불선의 위상을 살폈다. 그는 “청화선사는 불교의 모든 수행의 근본 또는 기본 위차는 구차제정이 되어야 함을 분명하게 인식하였고, 여러 법어에서 구차제정을 근본선으로 강조하며 설명했다”고 전제하고 “이 같은 인식은 동아시아 불교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상좌불교권 등에서도 선정을 통한 광명에서 붓다의 덕성을 관하는 불수념이 수행되지만 상좌전통은 대승이나 청화염불선과 달리 염불과 관련한 높은 단계의 선정위차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신앙이 약화되어가는 현대에 염불선은 신앙성과 종교성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장점과 동시에 세계불교와 소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추고 있어 세계 불교시장에 내놓을만한 독특한 수행법”이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법상 스님(중앙승가대 외래교수 및 조계종 아사리)이 <관무량수경 16관법과 염불선>을, 최동순 박사(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가 <천태 육묘법문과 염불선>을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