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6-04-13 (수) 15:27향상포럼, 4월 15일 ‘박물관 불교학’ 주제로 창립 토크콘서트
공동대표 법인·박태원…“‘붓다 법설의 문제해결력’ 제대로 복원”
불교 안의 대화와 소통을 추동하기 위한 마당 역할을 자원하는 성격의 통섭모임 ‘한국불교 향상포럼 ‘성찰과 대안’(이하 향상포럼)이 설립된다.
향상포럼의 공동대표는 법인 스님(대흥사 수련원장)과 박태원 교수(울산대, 불교철학)가 맡았으며, 현재까지 참여한 운영위원으로는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교수,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류지호 (주)불광미디어 대표, 조성택 교수(고려대, 불교철학), 한형조 교수(한국학대학원, 한국철학/고전학), 황순일 교수(동국대, 초기불교) 등이다.
향상포럼은 오는 4월 15일 오후 7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첫 행사로 토크콘서트 ‘박물관 불교학, 실용 불학’을 주제로 연다.
향상포럼의 설립 동기는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불교의 해석학적 개방성에 더 이상 역동성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현실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붓다의 법설이라는 보배로운 원천과, 그 원천에서 각자의 두레박으로 감로수를 길어 올려온, 남/북전을 관통하는, 열린 성찰과 실험으로 펼쳐가는 ‘해석학적 개방성’은 어느 덧 빛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향상포럼은 한 마디로 “기존의 해석학들이 부동의 권위를 누리면서 유권해석의 준거로 작동하는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오늘날 한국불교(특히 지식인층)의 현실을 진단했다. 이런 잘못된 관행, 특히 지식인 불자 사이에서 공고화된 폐쇄성을 깨뜨리는 일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남방전통은 아비담마 해석학의 시선으로 니까야 법설을 이해하려는 수동적 태도를 ‘정통 보수’라고 정당화 시키면서 고수하고 있고, 북방전통은 중관/유식/천태/화엄/선까지의 진보적 성취를 보수적으로 관리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또한 불교학의 이름으로 전개되는 호교적 교학과 문헌학, 종학(宗學)에서는, 역동성을 상실하고 굳어버린 ‘해석학적 수구성’에 자족하는 경향이 목격된다. 붓다 법설이라는 중핵을 에워싼 나이테의 형성과정은, 선종 선불교를 마지막 테로 남긴 채 멈추어 있다.”
향상포럼은 창립선언문에서 이 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불교의 자폐성’과 ‘불교대중의 정체성 혼란’ 현상은 특히 ‘전문성과 현장의 불상응(不相應)’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향상포럼은 한국불교의 미래 구성을 위해 남전(南傳)과 북전(北傳)의 갈등을 전향적으로 해소해 가는 통섭작업을 열린 성찰로 진행하고, ‘붓다 법설의 문제해결력’을 제대로 복원/발전시켜 구현해 가기 위해 지성의 공동협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향상포럼은 향후 ▲‘삶의 문제해결과 관련된 주제와 내용’을 다루며 ▲‘문제중심형’으로 발표하고 ▲‘자기의 생각’을 ‘의미를 명확히 한 현재어’에 담아내며 ▲발표방식은 자유롭게 선택한다 는 4개 원칙을 정했다.
공동대표 법인 스님은 “향상포럼의 활동방향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가르침에 그치지 않고 중생의 삶을 바꾸는 데 초점이 있으며, 때문에 오늘날 다양한 문명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시대변화에 응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그런 의미에서 가르침과 현실의 접점을 찾고 소통을 하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법인 스님은 “‘향상’에서 ‘향’은 부처님 가르침의 지향을, ‘상’은 가르침이 중생의 삶을 풍부하게 드높이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원칙아래 과감한 변신을 통해 한국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넓혀가기 위한 담론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운영위원 조성택 교수는 “불교계에 포럼, 연대, 네트워크 등 여러 단체가 많은데 하나를 더 보태게 된 데 부담도 있지만 나름대로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했기 때문에 향상포럼을 만들게 되었다”며 “향상포럼에서 추구한 매우 중요한 한 가지는 종교 내 대화”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불교 내의 대화가 참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어쩌면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보다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는 종단의 책임이자, 모두의 책임이다. 한국불교는 현재 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며 “예컨대,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깨달음과 역사>의 재출간과 ‘그 이후’에서 밝힌 깨달음에 대한 논지를 둘러싼 갈등을 지켜보면서, 이제 무엇인가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종교 내 대화, 불교 내 대화가 매우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포럼 설립 배경을 밝혔다.
조 교수는 “불교가 이론화, 관념화 되어 있고, 문제해결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논쟁, 토론 등의 방법이 있으나, 향상포럼에서는 현장 소통의 문제를 더 강조하려고 하며, 따라서 학자들 중심이 아닌 현장 활동가도 함께 참여해 만드는 포럼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출가와 재가, 학자와 활동가가 함께 하는 포럼, 진지하고 품격 있는 대화를 풀어가는 포럼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조 교수는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원효의 통섭의 작업, 즉 7세기의 교판과 경쟁적 다툼을 한반도 입장에서 회통하려 했던 원효의 시도를 오늘날 제2의 화쟁, 제2의 회통의 이름으로 다시금 구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향상포럼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유지호 (주)불광출판사 대표는 “진지한 성찰과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포럼을 만들고자 노력하겠지만, 그것의 성공은 대중적 참여와 호응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교계언론의 관심과 질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신대승네트워크 박재현 소장은 “향상포럼이 이전의 여러 포럼보다 다른 점은 현장성에 대한 고민인 것 같다”며 “현장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대안을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