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매화 피는 초봄이면 고매 가득한 먹점골에서 풍류 매화차회
매화향과 차 만끽하며 시를 짓고 낭송도 하며 옛 다승들의 멋진 삶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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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차를 가르치고, 만들고, 함께 마시며 선다일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선혜스님. 스님은 젊은 시절 강남 봉은사에 주석할 때 석정원이라는 차 공무모임을 만들었다. 봉은사에서부터 훗날 석정원이 인사동으로 이전하기까지, 차에 관심이 있거나 차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석정원을 거쳐나갔다. 석정원은 그러니까 불교계에서는 최초로 다승(차를 공부하는 스님)이 이끄는 차공부모임으로 무려 35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모임에는 아주 오랫동안 이른 봄 매화가 필 무렵이면 경남 하동 지리산자락에 있는 먹점마을에서 ‘풍류매화차회’를 열고 있다. 올해에도 예외 없이 지난 3월 15일, 수천그루의 고매(古梅)가 가득해 매화향기가 지천을 뒤덮는 먹점골에 석정원 식구들이 모였다.

서울 등 각지에서 참석한 열명 남짓의 차인들은, 이날 차를 우려내 매화꽃을 띄워 마시며 최고의 품격을 갖춘 풍류차회를 열었다. 매화 숲속에서 매화향을 만끽하며, 매화차를 음미하고, 매화차와 관련된 시를 짓고, 낭송하면서 격조 있는 풍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이 차모임에는 초의선사부터 이어져온 다승들의 수행과 직결되는 격조 높은 차문화를 재현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선혜 스님을 비롯 몇몇 회원들은 차회 하루 전날 미리 내려와 쌍계사에서 하루를 보내며 사찰순례도 하며 부처님께 봄 인사를 올렸다.

선혜 스님은 현재 태릉 법륜왕사에 주석하며 포교에 앞장서면서 차의 수도로 일컬어지는 전라남도 보성을 오가며 차를 만들고 나눠 마시는 다승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선혜 스님은 지난 3월 15일, 먹점골에서 매화 풍류차회를 하며 지은 시 두 편을 <미디어붓다>에 사진과 함께 보내왔다. 스님은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한 편(먹점골 풍경)은 먹점골에서 매화차회를 하며 지은 즉석 시이고, 다른 한 편(매화꽃이 피었네)은 차회 하루 전날 밤 쌍계사 객실에 머물며 지은 시이다. 스님의 시를 소개한다. 사진과 함께. (이 풍류매화차회의 현장을 강순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이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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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점골 풍경>

먹점골 산자락마다

매화 꽃신이 내려와

찬바람 붙들어 세우고

언 마음 열어 놓은 찻잔에

세월을 담아 마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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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꽃이 피었네>
                   -쌍계사 객실에서

찬 냇물소리

밤새
 
잔설을 녹여내더니

세상소리 하얗게 닦아

객실 창 너머로
 
봄내음 한 아름 안겨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