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타 스님이 들려주는 금강산 전설] 8 - 만폭동 ‘장경암’ 전설(화룡과 사자의 싸움)

만폭동 팔담의 맨 위에는 풍운을 타고 천지조화를 부리는 화룡이 숨어 살았다는 화룡담이 있고 그 동북쪽 법기봉 줄기에 으르렁대는 사자 모양을 한 사자 바위가 있으며 그보다 얼마간 서쪽에 장경암이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깃들어있다.

 옛날에 법기보살이 사자 등에 대장경을 싣고 금강산으로 와 법기봉 바위위에 대장경을 차곡차곡 가려놓고 자기는 그 곳에서 살고 사자는 화룡담 옆에서 살도록 하였다.

 그런데 대장경을 읽는데 만 정신이 쏠린 법기보살은 사자가 먹는지 굶는지 잊고 전혀 돌봐주지 않았다. 며칠을 굶고 난 사자는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개울가에 나와 용의 새끼를 잡아먹었다.

크게보기

 이 사실을 안 화룡은 노기충천하여 입으로는 불을 내뿜고 꼬리로는 안개와 바람을 불러 일으켜 사자와 생사결단의 피비린 싸움을 벌였다. 사자가 화룡의 허리를 물어뜯으려고 하면 용은 안개를 피우고 그 속에 몸을 감추면서 사자의 멱살을 물어뜯을 기세로 덤벼들었다. 한편 사자는 하늘과 땅이 울리도록 고함을 지르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산과 산 사이를 나는 듯 뛰어 다니며 용의 약한 고리를 노리고 있다가는 번개같이 내달아 용의 대가리를 철근 같은 앞발로 내려치곤 하였다.

 첫 타격을 받은 화룡은 성이 머리끝까지 나서 더 세차게 불길을 뿜으면서 덤벼들었다. 그러나 사자는 사자대로 어미용까지 잡아먹으려고 욕심을 부리며 대들었다.  이렇게 며칠을 두고 격렬한 싸움을 벌이던 용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자가 자기의 새끼를 잡아먹은 일을 생각하면 눈에서 불이 나지만 힘만으로는 사자를 당해낼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생각 끝에 화룡은 사자의 날랜 다리 하나를 분질러놓을 것을 결심하였다. 사실 사자의 다리 하나를 분질러 놓으면 사자는 한쪽 날개가 꺾어진 새와도 같이 되는 만큼 이것은 실로 용이 생각해 낸 지혜이기도 하였다.  이리하여 화룡은 사자의 목덜미를 노리는 척 대어들다가 갑자기 자세를 돌리면서 뒷다리 하나를 분질러 놓았다. 사자는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더니, 산중턱에 울라가서 울고 있었다.

 화용과의 싸움에서 한쪽 다리를 상한 사자에게 법기보살이 “나쁜 놈 배가 고프다고 하여 남의 새끼를 잡아먹는 너 같은 놈은 응당 그러한 벌을 받아야 한다. 내 이제 너로 하여금 남의 새끼를 잡아먹는 모든 짐승들에게 징계의 표본으로 삼으리라.”고 말하고는 재빨리 돌 한 개를 뽑아다가 부러진 사자 뒷다리를 괴여 주었다. 그것이 변하여 사자바위로 되었다.

 이때 허공에서 법기보살에게 하는 말이 “그대는 어찌하여 사자를 혹사하고도 먹을 것을 주지 않아 이 같은 비참한 일이 벌어지게 하였는고? 오늘의 죄는 사자에게만이 아니라 그대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마땅히 그대도 벌을 받아야 할지어다.” 하고 불길을 일으켜 법기보살을 돌로 변하게 하였다. 이와 함께 그가 사자에 싣고 온 대장경도 변하여 “장경암”으로 되었다고 한다.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