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은 가난한 집 딸이었다. 그는 집이 너무도 가난하여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밥을 빌어먹으면서 여러 곳을 돌아 다녔다. 그러다가 금강산에 들어 왔는데 지금의 보덕굴을 발견하고 그것을 대충 손질하여 집으로 삼았다.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딸은 불교 교리를 지극히 숭상하였다. 하루는 딸이 성글게 짠 베로 열 말 들이가 되는 주머니를 만들더니, 그것을 폭포 곁에 걸어두고 아버지에게 물을 펴서 그 주머니를 채우시라고 말하였다.

“물이 주머니에 가득차면 도리를 알게 될 것입니다.”

이 날도 딸은 고죽(산죽)을 베어다가 삼태기를 걸어 바구미재(박음재)에 가져다 팔아서는 쌀 한 되를 바꾸어 와서 아버지에게 밥을 지어 드렸다. 이때 한 승려가 처녀의 아름다움에 끌리어 딴 생각을 품고 은근히 처녀를 꼬이려고 하였다.

 딸은 그의 행동거지를 보고 탁상 위에 걸어둔 부처 그림을 가리키면서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림부처도 공경히 대하는데 하물며 살아있는 부처에게 어찌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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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굴 앞바위에 의지해 있는 보덕암. 마음씨 착한 보덕각시가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보덕굴이다. 후에 보덕굴에 보덕암을 짓고 그 안에 옥으로 보덕각시를 형상한 조각상을 놓았다고 한다.

 순간 그 승려에게는 처녀가 금빛 찬란한 관음보살상으로 보이면서 눈이 부시었다.

 “제발 용서하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승려는 진심으로 빌었다.

 딸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제는 주머니에 물이 찼습니까?”

 “성근 베주머니인데 언제 물이 차겠느냐.”

 아버지는 시답지 않게 대답하였다.

 딸은 아버지에게 공손히 말하였다.

“한 가지 마음을 먹으면 공 드리는데 전심하게 되고 공 드리는데 전심하면 도가 응결되어 깨칠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지금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주머니에 물이 차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시면서 억지로 물을 길어다 부으니 어떻게 공 드리는 것이 전일해지고 어떻게 도가 응결 되어 깨칠 수 있겠소이까?”

 그 말을 듣고 아버지는 크게 깨달은바가 있어 다시 성의를 들여 가지고 물을 떠서 주머니에 부으니 주머니에 물이 차고 넘치었다. 아버지는 이에 크게 웃으면서“등불도 불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밥도 이미 익은지가 오랬겠구나.”라고 하니 딸도 역시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승려에게 삼태기를 던져주며 “물이 주머니에 차고 삼태기가 고간에 차면 공은 이루어지고 소원은 풀리게 되니, 부처님을 만나 뵈어도 부끄러움이 없지 않겠소.”라고 하였다. 승려가 또한 크게 깨달은바가 있었다.

그 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세 사람의 조각상을 만들어 세웠다고 한다.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