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천태종은 불교계 여러 종단 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종단으로 손꼽힌다. 천태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신이한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지만, 천태종이 소백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구인사를 설립하면서 급성장해 가는 과정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천태종을, 그리고 오늘의 천태종을 있게 한 상월 스님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 『처처에 백련 피우리라』(운주사)가 출간됐다.

책을 쓴 이는 천태종 교무부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가진 현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최동순 연구교수다. 그는 천태사상 및 상월조사에 대한 다수의 연구논문을 낸 천태종 전문가다.

천태종의 중창조로 명명되기는 했지만, 천태종은 사실상 40여년전 상월원각 대조사에 의해 창종되다시피 한 종단이다. 길지 않은 역사인데도 신도의 수가 무려 200여만 명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조계종, 태고종과 함께 한국 불교 ‘3대 종단’으로 꼽힌다. 신자 30여만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신자가 있는 사찰인 부산의 삼광사도 천태종 소속이다. 사실상 조계종에 이어 2대 종단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교계의 정설이다.

이런 천태종의 최대 성지는 충북 단양 소백산 구인사다. 지금도 모든 천태종 신자는 구인사 를 원찰로 여기고 있다. 저자인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최동순 연구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상월 스님이 1911년이 아니라 1922년에 태어났다는 문제 제기로 책을 시작한다. 강원도 삼척 마읍골에서 2대독자로 태어나고 자라난 상월 스님은 어려서부터 선도의 비기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저자는 상월 스님의 고향인 삼척 마읍골의 산중 신앙문화가 상월조사를 배출했다고 믿는다. 다양한 삼척의 신앙문화가 자양분이 되어 상월 스님은 젊은 나이에 깨달음을 이루었고, 구인사를 창건했으며, 짧은 시간 안에 교세를 신장시켜 한국의 주류종단에 편입시킨 경이로운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상월 스님은 6·25 직후 현재 구인사가 있는 소백산 골짜기에서 초막을 짓고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초기엔 <천수경> 독송과 천수다리 주송이든 궁궁강강을 부르거나 관세음보살을 칭명하는 수행을 했다고 한다. 홀로 수행하기보다는 대중적으로 기도하면서 주송해 힘을 얻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천태종의 특징은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하향성에 있다고 저자는 설파한다.

이 책은 산에서 태어나 산에서 도를 얻고 산에서 전법하다가 산에서 입적에 든 상월조사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구인사 창건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급성장한 천태종의 비결, 기적같은 성장을 이끈 상월 중창조의 면목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