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개골 맥전 마을에 가면 버려진 헌 문짝과 나무들로 만든 한 평 남짓한 집이 있다. 집이라고는 하지만 설마 사람이 살까 의심해 봄직도 하다. 하지만 의심은 의심일 뿐 엄연히 누군가 살고 있다.

두 명의 제자가 한명의 스승을 모시고 이 시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살고 있다. 물신주의를 뒤로하고 안락함을 멀리한 채 나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며 말이다.

크게보기산골 마을 좁은 토굴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맥전 마을 스님들이 좌충우돌 수행기가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두 분의 스님이 지리산 토굴에서 수행하며 건진 소박한 일상과 은사인 정봉 스님에게 들었던 법문을 대중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책은 두 명의 제자 중 한명인 천진 스님의 글을 또 한명의 제자인 현현 스님이 골라 엮었다. 솔직하게 일상을 써내려간 스님의 글은 물론이고 꾸밈없는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은 스님들의 수행과 삶과 행복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욕망의 시대, 경쟁의 틈바구니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 큰 위안이 되어 준다.

스님들은 말한다.

“로또 당첨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당첨금 전액을 기부하는 일입니다. 로또 당첨은 몇 생의 복을 한꺼번에 당겨 받는 것과 같아 당첨 후 오히려 불행해진 사람이 많기에 그 해결책으로 기부를 하면 몇 생 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로또에 당첨이 된 후 오히려 불화를 겪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 현실이고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보시한다고 나쁠 일은 없을 것도 자명하다.

또 은사인 정봉 스님의 치열한 삶을 소개하며 수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맞춤형 해결책도 제시해준다.

‘어떤 분을 선지식으로 의지해야 하나’, ‘참선하기 전에 갖추어야 할 것’, ‘선정 속의 체험’, ‘일념삼매가 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해 답한 것이 바로 그러하다.

지리산 화개골 맥전마을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를 한번 들여다보자

세상의 온갖 불화가 치유되고 평화로워 질 것이며 방황하는 사람들은 나침반을 얻게 될 것이다.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천진 스님 글, 현현 스님 엮음/ 불광출판사/ 256쪽/ 12,000원

*천진 스님은?

1975년 서울에서 출생 고려대 문과대를 졸업하고 다시 어릴 때 꿈을 위해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 대흥사에서 참선 수행을 통해 자유와 행복을 느낀 뒤 2000년 수덕사 견성암으로 출가했다. 2002년부터 지리산 홍서원에서 정봉무무 스님의 지도아래 수행하고 있다.

*현현 스님은?

1977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부산대 음대를 졸업해 아이들을 가르치다 생사고해를 벗어나는 부처님 법문을 만난 인연으로 2000년 수덕사 견성암으로 출가하였다. 2002년부터 지리상 홍서원에서 속가의 부친이자 불가의 스승인 정봉무무 스님의 지도아래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