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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욱 작가의 설악 1626.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설악산의 사진 60여 점이 한지에 특수 인화돼 전시되고 있다. 
 
임채욱 작가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재 아라아트센터에서 설악산을 주제로 열고 있는 사진전 ‘인터뷰 설악산’에서다.

임 작가의 전시작은 기존 사진전의 전시작과 달리 한지에 평면으로 인화한 50점과 입체적으로 인화한 8점, 영상작 3점이 전시된 것이 특징이다.

1층에서 지하 4층까지 총 5개 층에 걸쳐 높이 1.6m에서 8m에 이르는 대작 6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전시작은 임 작가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여 회 가량 오르내리며 찰나에 담았던 설악산의 설경과 구름과 안개에 뒤덮인 장관을 한 폭의 산수화처럼 선보이는 작품이 대다수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임 작가가 이번 사진전을 위해 특수 개발한 한지는 나무와 눈, 구름의 결 등 자연스러운 질감을 표현한다. ‘자연이 작품’이라는 그의 시선에 포착된 사진이 한지 위에 인쇄되며 인화지로는 담을 수 없는 필선과 농담도 담았다.
 
설악산의 물소리와 구름의 변화 등을 담은 영상도 구겨진 한지 위에 상영돼 입체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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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는 13일 교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관광지로서의 인식이 강한 설악산의 문화와 역사 등 인문학적 가치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명도 ‘인터뷰 설악산’이다.
 
북한산, 인왕산, 지리산, 덕유산 등 한국의 산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이어 온 임채욱 작가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님의 침묵’을 기록한 백담사,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탄생한 오세암, 겸재 정선의 스승 김창흡이 거주한 영시암 등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설악산에 이번 전시의 초점을 잡았다.

전시는 설악이 운해 사이로 은근한 모습을 드러내는 ‘설악이 열리다(1층)’, 발길이 닿지 않은 설악의 속내가 카메라 앵글에 담긴 ‘설악에 들다(지하 1층)’, 능선의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설악이 펼치다(지하 3층)’, 설악의 아름다움이 무한으로 변모하는 매개 공간인 봉정암을 담은 ‘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지하 4층)’ 등 4개 파트로 구성됐다. 참고 자료와 영상 입체작은 지하 2층에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가치 있게 인식해야 할 부분이 “봉정암 가는 길”이라고 강조한 임 작가가 전시의 마지막에 선보이는 작품은 높이 8m, 폭 5m에 달하는 대형 입체작품 ‘봉정암 부처바위’다. 출입금지구역에 가까스로 들어가 최대한 몸을 낮춰 위를 올려다봤을 때 구할 수 있었던 희귀한 사진인데다 사진을 구겨 실제의 입체감을 표현했기에 일반인으로서는 생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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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는 “이 부처바위는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무척 닮은 자연 바위로 봉정암 5층석탑을 향해 합장하는 옆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정한 곳에서만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설악산의 케이블카 설치로 인해 644년 자장 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의 역사가 무색해지고 봉정암은 성지순례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 작가는 “봉정암 사리탑 뒤편 하단에 앞으로 케이블카가 들어설 예정”이라면서 “인생을 살면서 기도밖에는 할 수 없는 순간 백담사에서 출발해 5~6시간 걸어 봉정암 가는 길은 참나를 만나러 가는 길일 텐데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사리탑 너머 케이블카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2일까지 전시를 여는 임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의 산에 담긴 숨은 가치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작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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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임 작가는 전시작과 평론, 인터뷰 등을 올칼라로 수록한 책 《설악산 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도서출판 다빈치, 사진 왼쪽)를 출간했다.

임 작가는 경주 성주 출신으로,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1984년(당시 중학교 1학년) 안양 염불암에서 방학 동안 머물며 주지 도명 스님의 도움으로 달마도 등 불화를 그렸다. 이후 1986년 대구 능인고에 입학한 뒤 불교미술전에 작품을 출품해 입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벤처사업가로 활동했으나 2008년부터 ‘마인드 스펙트럼’ 연작을 통해 본격적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2012년부터 산을 주제로 한 전시를 개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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