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에 한 번 열릴까 말까한 초대형 ‘사경(寫經)전시회’가 열린다.

우리나라 사경을 대표하는 대가(大家) 아홉 분을 초대해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초청되는 전문작가 한 분 한 분이 하나같이 이 시대 사경예술을 대표하는 최고의 고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경계에서는 그 실력이 잘 알려진 고명한 작가들이고, 명성을 입증하는 작품들이 총출동한다. 사실 사경 전문작가들은 자신들을 밖으로 내세우는 반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이들 9명의 작가들은 그 실력에 비해 세상 밖으로 그 이름과 작품을 널리 알리지 못한 면이 없지 않다. 이렇게 순수하게 사경작품을 수행으로 하는 작가들을 발굴해 그 심원한 세계를 조금이라도 세상에 알리고, 그 노고가 빛을 보도록 해드리고자 이들을 지도해온 외길 김경호 선생이 원력을 다해 준비작업에 참여했다.

이번에는 사경 초대 개인전을 갖는 아홉 분의 작가들 각각의 도록 9권이 한 세트로 묶어져 발행될 예정이어서, 전시회 사경도록의 가치 또한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의 공식 명칭은 ‘21세기 한국사경 정예작가 9인 초대개인전’이다. 내년(2016년) 1월 7일(목)부터 1월 12일(화)까지 일주일간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한국미술관 주최, 한국전통사경연구원 주관으로 열린다. 오픈 행사는 2016년 1월 7일(목) 오후 5시.
           
석가모니 부처님에게는 각 분야별로 뛰어난 10대 제자가 있었고, 보살들이 부처님의 성격별 특장, 즉 ‘지혜-문수보살’, ‘행원-보현보살’, ‘자비-관음보살’, ‘대원-지장보살’ 등을 지니고 있듯이 이번에 초대 받은 9인의 사경수행자들은 모두 21세기 사경 작가를 대표한다고 할 만한 특장점을 지닌 작가들이라는 것이 이들을 직접 지도한 스승인 외길 김경호 선생의 전언이다. 따라서 초청 작가들의 작품세계는 매우 다양한 사경작품으로 구체화 될 것이며, 아마도 이런 정도의 다양한 특장을 지닌 뛰어난 사경작품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9인의 대가를 초대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일은 다시 이루어지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최상의 사경작품은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크게 ‘수행법으로서 최상의 사경작품의 특징과 조건’을 가리는 방법과 ‘예술품으로서 최상의 사경작품의 특징과 조건’을 가리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수행법으로서 최상의 사경작품의 특징과 조건’을 살펴보면 지혜사경(심안과 혜안이 열려 일상의 지혜로 섭수하는 사경작품)을 비롯하여 선정(삼매)사경(고도의 집중을 통한 법열과 가피 속에서 사성한 사경작품), 정진사경(목표를 정하고 오랜 기간 규칙적인 정진 끝에 사성한 사경작품), 인욕사경(세상의 평판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신심으로 사성한 사경작품), 지계사경(불교적인 수행법에 입각한 지극한 신심으로 사성한 사경작품) 등 5가지 기준을 들 수 있다. 
    
또한 ‘예술품으로서 최상의 사경작품의 특징과 조건’은 장엄경(금자경, 은자경)사경(금과 은의 사용 기법이 뛰어난 초고밀도 사경작품), 기(氣-우주와 사경수행자의 맑은 기운의 조화로운 합일)가 오롯이 담긴 사경작품, 서예와 회화의 최상의 기법들이 원만히 조화를 이루고 내용이 충실한 사경작품, 전통사경을 바탕으로 하되 답습에 그치지 않고 21C 시대상을 담은 사경작품, 학문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법고창신의 정신을 담아 창작한 사경작품, 전통사경에 입각하여 타 장르의 장점을 적극 수용, 발전시킨 사경작품, 사경작품에 사경의 근본정신이 부여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순일한 사경작품 등 12가지 요소가 한 작품에 모두 담겼을 때 최상의 사경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분류로 이번 초대 개인전을 갖는 작가들의 최대의 특장에 따라 이번에 출품하는 각각의 작품을 살펴보면, 9분의 작가 모두 몇 가지 요소의 장점들을 함께 지닌 작가들이지만, 감상의 묘미를 한층 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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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 감지금니 불설아미타경, 권자본, 32*320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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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모, 감지금니 금강반야바라밀경. 34.5*600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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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림, 백지묵서 국역묘법연화경, 전7권 중 제1권, 절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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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부부의 도리, 베드로전서 3장, 백지채색. 38*43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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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빈, 묘법연화경 보탑도. 백지묵서. 200*70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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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준, 1080반야심경, 10권 중 선장본 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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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 수월관음도. 견본채색, 103*68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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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지, 금강반야바라밀경, 감지금니, 91*337센티미터

강경애 작가는 천지인(天·地·人)의 기(氣)를 오롯이 담은 사경작품(사경작품 봉안한 불상이 방광)으로, 강충모 작가는 철저한 이론 학습에 기초해 시종일관 정진을 거듭하여 사성한 사경작품으로, 김명림 작가는 고도의 집중을 통한 법열과 불보살의 가피와 서원 속에서 사성한 사경작품으로, 김영애 작가는 전통사경을 바탕으로 성경사경을 재해석한 초유의 사경작품으로, 박경빈 작가는 붓끝 0.1mm에 집중을 거듭하여 시종일관 순일하게 사성한 사경작품으로, 박계준 작가는 세상 평판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신심과 발원을 담아 사성한 사경작품으로, 윤경남 작가는 전통사경의 바탕 위에 공필기법을 도입하고 21세기 시대상을 담은 사경작품으로, 조미영 작가는 학문적인 성과(서예학박사)를 바탕으로 법고창신의 세계를 담은 사경작품으로, 허유지 작가는 서예와 회화의 기법이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민화기법을 도입한 사경작품으로 각각의 특장점을 꼽아볼 수 있다.

외길 김경호 선생은 “이번 전시회에 출품하는 작품들은 공히 최상의 사경작품이 지녀야 하는 불교수행법과 예술작품으로서의 모든 요소가 사경작품에 구현되어 있으며, 그런 까닭에 그야말로 아주 특별히 기획된 전시회”라고 설명했다.

사경 초대 개인전을 갖는 작가들의 주요 약력은 매우 화려하다. 

전국 서예공모전 중 사경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서예문화대전 사경부문 초대작가에 강경애, 강충모, 김명림, 김영애, 박경빈, 윤경남, 허유지 작가가 있고, 세계 서예계의 가장 권위 있는 행사인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사경전 3회 중 2회 연속 초대된 사경전문가도 강경애, 김명림, 조미영, 허유지 작가 등이 있다. 전통사경 개인전을 1회 이상 가진 작가에 강경애, 김명림, 박경빈, 박계준, 허유지 작가가 있으며 작가의 서력(서예경력)은 최소 20년에서 최고 50년까지 분포되어 있다. (강충모 작가만 10여년) 이 가운데 조미영 작가는 전통사경 기능계승자(노동부산업인력공단)로 ‘화엄석경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출품 작품들은 모두 전통사경에 대한 심도 있는 이론과 형식과 양식 및 기법의 학습에 바탕을 두고 법고창신하고자 지난 수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완성한 작품들이다.

작품수는 약 350점에 이르며, 장정양식도 전통사경의 모든 최상의 장정양식(권자본, 절첩본, 선장본)을 총망라했다. 여기에 전통의 병풍과 가리개 및 서첩 및 화첩 등의 장정양식과 현대적인 액자, 족자 등도 등장한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로는 전통재료와 현대재료가 망라됐다. 금니, 은니, 먹, 주묵, 경면주사, 채색화 물감 등등을 들 수 있다. 바탕지(紙)도 백지, 감지, 홍지, 자지(자색지), 상지(갈색지), 황지, 흑지, 비단 등 총망라하고 있다.

작품을 주제별로 나누면 불경사경, 게송, 조사어록, 명언명구 등 불교 관련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성경사경 등 전통사경 영역을 확장시킨 작품도 있다.
장르는 서예(한문+한글)를 기본으로 불화, 성화(기독교), 민화, 전통문양 등등이 결합 등 다양하다.

출품된 작품의 총 글자 수가 약 100만자에 이르고, 모든 작가 사경의 1글자의 크기는 2mm~1.2cm로 초정밀 집중을 요한 작품이다.

초대작가 9인은 모두 외길 김경호 선생(전통사경기능전승자)의 제자로 각 분야 특장을 지닌 최상의 작가들이다. 사경분야를 개척한 외길 선생의 지도를 받아 전통사경에 대한 철저한 이론과 실기 학습을 지난 수년간에 걸쳐 수학한 정예작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