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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이며 조계종 화쟁위원회 기획위원인 서재영 박사가 현 동국대 사태와 관련,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서 박사는 “김건중 학생은 목숨을 담보로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 학생을 이기려면 그 학생보다 더 정의롭거나 당당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제 어른들이 답할 차례이다.”라면서 이사장 스님의 결단을 촉구했다.

 

서 박사는 동국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으며, 불교TV 피디, 조계종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글을 미디어붓다에 전재한다.

 동국대를 찾았습니다. 학부와 석· 박사를 이곳에서 마쳤고, 맑은 영혼들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강의했던 모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들이 재학하고 있기에 이 학교의 학부모이기도 합니다.

오늘 찾은 동국대 교정에는 날이 갈수록 단식 천막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동국대 이사 미산 스님, 교계 중진 법인 스님과 금강 스님도 어제부터 단식에 동참했습니다. 한동안 외롭게 싸워왔지만 이제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하고, 사회적 여론도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천막에서 단식을 시작한 스님들을 뵈었습니다. 미산 스님은 말씀했습니다. “처음에는 도덕적 문제로 시작했겠지만 이제는 생명의 문제가 되었다.”고요. 오늘로 김건중 부총학생은 단식 48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단식을 멈추어도 장기나 뇌에 손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결단을 내려야할 사람은 꿈쩍도 않고 있다고 합니다.

듣기로 이번 일로 결단을 내려야하는 분들은 김건중 학생이 아직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게다가 불교를 공격하기 위한 이교도들의 성전(聖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자신과 입장이 다르면 악마화 하는 것입니다. 당장 대통령부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농민들을 IS테러 분자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마화가 가장 잘 통하는 곳이 종교집단입니다. 이교도의 불순한 의도라고 몰아붙이면 애종심 많은 사람들일수록 쉽게 동조합니다. 훼불의 피해라도 본 사람들은 호교적 입장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객관적 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잃고 맙니다.

하지만 이 일의 발단은 애초 종단이 제공한 것입니다. 종단이 동국대 총장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면서 촉발된 사태입니다. 그 때 종단 지도부는 대학의 인사문제를 마치 종단 산하 말사 주지 임명정도로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대학은 엄연한 공적 기관이고, 독립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운영되는 곳입니다. 설립은 종단이 했지만 운영은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게다가 이곳에는 합리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정의와 도덕을 믿는 청년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20만이 넘는 동문들이 있고, 불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종립학교입니다. 그래서 종단이 한 그런 선택이 결코 순탄하게 끝나지 않으리라 예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사안의 단초는 종단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면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가 총장 후보의 표절문제가 불거졌고, 이사장의 탱화절도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도 문제의 핵심은 도덕성의 문제였고, 보는 관점에 따라서, 또는 처해 있는 위치에 따라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미산 스님의 말씀처럼 김중건 학생에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진단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성직자를 향해 도덕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주장을 이교도의 성전으로 몰아붙이면서 학생회장도 투신을 공언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40일이 넘게 고공 농성을 해도,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해도 그들이 믿었던 정의는 실현되지 않고, 악마로 매도되는 상황에서 느끼는 분노일 것입니다.

불교는 자비의 종교입니다. 자비의 기본은 생명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사장 스님은 생명나눔실천운동본부를 이끌고 계십니다. 저도 그 단체의 회원이고, 우리 가족도 장기기증 서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또 다른 생명이 투신하겠다고 하는 마당입니다. 진정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분이라면 장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죽어가는 또는 죽어갈 위험에 처한 앳된 청년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자리가 엄청난 자리이기에 보기에 따라서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딱 “한 생각” 돌리면 되는 일입니다. 법문하실 때마다 스님들이 늘 말씀하시는 “한 생각!” 바로 그것만 돌리면 두 생명도 살고, 종단도 살고, 불교도 살 수 있습니다. 길게 보면 그런 결단을 내린 스님도 사는 길입니다. 후대 사람들은 평가할 것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겼던 스님은 대의를 위해, 불법을 위해 자신의 억울함을 감내하고 대승적 결단을 내린 분이라고요.

김건중 학생은 너무도 순수합니다. 그는 학교를 향해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종단을 향해 어떤 거래도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측이나 종단에서 그와 협상할 카드가 없는 것입니다. 학생은 목숨을 담보로 정의를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의를 주지 않으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것이 그의 태도입니다. 각박한 우리사회에서 이런 모습을 본지 도대체 얼마만입니까? 그는 세상의 순수함을 믿기에 자신의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런 순수함에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학생을 이기려면 그 학생보다 더 정의롭거나 당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무모한 싸움 같았고, 승산 없는 것 같았지만 그가 정말 순수했기에 이제 승산 없는 것은 결단을 내릴 분입니다.

이제 어른들이 답할 차례입니다. 결단을 내릴 사람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때가 위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자칫 촌각이라도 놓치면 그 때가서는 내려놓아도 환영받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내려놓을 자유조차 없을 것입니다. 이 일은 단지 종립학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계종의 명운이 걸린 문제가 되었고, 한국불교의 존재 이유를 묻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 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더 이상 무슨 낯으로 생명을 말하고, 장기기증을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스님께서 앞으로도 생명 나눔이라는 거룩한 일을 지속하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은 지고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결단하셔야 합니다. 분명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스스로 결백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결단하셔야 할 때입니다. 부디 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