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를 정성을 다해 개최하는 공덕으로 '한국의 전통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기원한다."

'한국의전통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장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11월 20일 전라남도 순천시 문화건강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동 추진위 사무국장 석운 스님이 대독한 개회사를 통해 전통산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코모스한국위원회가 주관하고 한국의전통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학술회의에는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혜은 위원장, 박철환 해남군수, 조충훈 순천시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세계 7개국에서 논문발제를 위해 방한한 문화유산 전문가와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 최성은 덕성여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불교계를 대표해 대흥사 주지 월우 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낡은 옛것으로 인식되었던 한국의 전통산사가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의 도움 덕으로 과거의 그릇된 인식은 사라지고 고유의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과 불교가 복합 융화한 한국 고유 전통 문화양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면서 "여러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회향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나선화 문화재청장도 축사를 통해 "불교유산의 세계유산적 가치에 대해 전문가들의 열띤 발표와 토론을 통하여 불교유산, 더 나아가서 한국의 전통산사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확인하는 이 자리가 자연 속에서 자연과 대화함으로써 수행을 원활히 하고자 하였던 고대 한국 불교산사의 환경적, 역사적, 정신사적 가치도 깨우쳐서 그 가치를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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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한국 역사 속의 불교문화의 위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에서 "한국의 사상과 문화적 측면에서 불교는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1,000여년의 세월을 국가사상으로써 중심역할을 해왔다"며 "불교는 한 차원 높은 인간관과 세계관을 제시하고 고대국가의 정신적 기반을 마련하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이어 "불교는 외래종교이면서도 불교이전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파괴하지 않았고, 삼국시대에는 불교신앙이라는 공통분모를 삼국민 사이에 형성함으로써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이질적인 면이 많았으나 통일 이후의 민족 융합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통일신라, 고려시대를 걸치면서 한국의 문화 전반에 엄청한 역할과 기여를 해온 불교의 전통을 높이 평가한 이배용 원장은 삼국의 불교수용의 역사적 의미, 신라의 삼국통일과 승려의 역할, 고려의 건국과 선종의 사상적 배경, 조선의 억불정책과 불교문화 등을 일괄하고, 인쇄문화 발전 등 종합예술로서의 역할에 주목했다. "불교는 한국인들의 삶과 내면적인 영역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 현실에 대한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면서 내일의 희망의 세계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이 원장은 "이런 찬란한 불교문화유산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에게 많은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는 7명의 외국인 문화유산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중국을 대표 구오레이 중국 정저우시 문화유산국 부국장이 ‘불교유산의 보호와 관리: 소림사를 중심으로’를 발표했고, 일본에서는 노부코 이나바 쓰쿠바대학교 교수(이코모스 일본위원회의 집행위원)가 ‘일본의 세계불교유산’을, 베트남에서는 트란 딘 탄 베트남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유산과 부국장이 ‘엔뚜 기념물 및 경관지구 세계유산 등재 준비’를, 미얀마를 대표해 수 수 만달레이 기술대학교 교수가 ‘도시 확장을 제한하는 방법: 스리크세트라를 중심으로’를, 중국에서 차 췬 문화재연구소 부소장이 ‘중국 티베트불교 건축물 입지 선정에 관한 고찰’을, 태국에서 바수포샨안다나 이코모스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태국의 세계불교유산’을 각각 발표했고, 베트남의 응우엔 칵 도아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유산과 직원이 토론에 참여했다.

중국 쑹산 문화재의 세계문화유산 비문작성에 참여하고, 중국 정저우시 주요 문화재 지역 컴파일링 작업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한 구오 레이 중국 정저우시 문화유산국 부국장은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에는 소림사로 잘 알려진 쑹산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대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구오 레이 부국장은 “세계유산 지정의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이 갖는 유티크한 특성”이라며 “한국의 전통산사만이 갖는 특성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산정책과 관련하여 일본 정부의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노부코 이나바 쓰쿠바대학교 교수는 일본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불교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설명했다.

베트남 세계유산 및 문화유산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트란 딘 탄 부국장은 옌뚜 기념물 및 경관지구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드러내고 공유하는 노력의 과정을 실무경력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미얀마 Pyu 고대도시의 유물 관리계획과 유산등재 서류를 준비하는 작업과 기술실무를 담당했던 수 수 만달레이 기술대학교 교수는 퓨 고대도시, 스리크세트라 및 근처에 있는 피이에 있는 수많은 경제 및 도시기반 시설들이 오늘날 무형의 가치가 있는 유형유산이 된 과정을 설명했다.

중국 문화재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하며 중국의 사원이나 유적의 보존 계획이나 보호건설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을 가진 차 췬 부소장은 발제를 통해 티베트 불교 건축물의 입지 선정의 특징을 설명하고, 지난 수년 동안 참여했던 티베트 문화유산 보호 프로젝트에서 얻은 문화적인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입지 선정의 가치를 밝히고 중국의 산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코모스 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수 포샨안디나 사무총장은 태국의 세계불교유산 특징을 설명하는 것으로 한국의 전통산사 유산지정에 힌트를 제공했다.

한국을 대표해 정병삼 교수(숙명여대)는 ‘한국 전통산사의 세계유산적 의의’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한국 전통산사의 의의는 오랜 역사를 이어온 종교와 문화의 전당이라는 점을 비롯하여, 수행과 신앙의 종교적 기능성이 온전하게 유지·계승되고 있는 점, 자연친화적 입지와 경관을 갖고 있다는 점,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화적 사회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세계유산으로서의 자격과 내용을 잘 갖추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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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에 앞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문화유산전문가들은 세계유산지정 7개 전통산사 가운데 호남지역에 위치한 대흥사와 선암사를 사전 답사하면서 한국 전통산사가 갖는 특성과 아름다움, 자연과의 조화 등을 직접 시찰하고, 이어 환영만찬 행사에 참가했다. 

만찬에서 한국의전통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석운 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2018년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으며, 내년 등재 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이 지지해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혜은 위원장은 건배사를 통해 “2018년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이번에 국제회의를 하고 있으니, 등재를 위해 모두 힘과 뜻을 모으자”며 건배를 제안했다.

선암사 조계종측 주지인 법원 스님도 환영사를 통해 “한국을 포함해 6개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한국의 전통산사는 사찰에 살아 있는 문화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아 있는 문화재는 발로 산사에서 스님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 즉 의식주를 포함해 그 시설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 법원 스님은 “이런 점이 잘 인정되어 세계유산 등재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해외참가자를 대표해 발언한 노부코 이나마 쓰쿠바대학교 교수는 “개인적으로 각 나라의 대표적인 불교유산은 세계 유산에 등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한 우리 외국인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의 각기 다른 불교유산이 모두 세계 유산에 등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서 아시아불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코모스한국위원회에서 이런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선암사와 대흥사의 입지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매우 멋졌으며, 다른 5개의 사찰이 모두 이런 환경이라면 세계유산 등재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한 노부코 교수는 “문화유산 등재에서 첫 번째는 그 가치를 확실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그 가치는 그 장소의 정신적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