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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열린 ‘승군의 날 제정을 위한 세미나’에서 진관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철문 교수, 동성 스님, 진관스님, 지승 스님, 송영신 교수.

임진왜란 당시 활약했던 기허당 영규대사는 서산대사가 승군의 총책임을 맡기 전 자발적으로 승군을 조직한 최초의 승장(僧將)이다. 영규대사는 8백 승병을 이끌고 청주성 탈환에 큰 공헌을 하였고, 6백 승병과 함께 금산의 연곤평 전투에서 순절했다.

그런데 청주성을 탈환을 기리는 청주공원이나 금산의 칠백의총에는 일군순의비(一軍殉義碑)만 있다. 승려를 천시한 조선왕조 정책의 반영이다.

충북 옥천 가산사는 영규대사가 의승군을 훈련시키고 군영으로 사용했던 사찰이다. 조선 숙종 때 호국사찰로 지정돼 영규대사의 영정을 극락전에 봉안하고 있다. 지금도 가산사에서는 영규대사와 의승군들이 순국했던 음력 8월 18일에 제사를 모시고 있다. 제관은 옥천군수다.

8일 한국불교역사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승군의 날 제정을 위한 세미나’에서 가산사 주지 지승 스님은 의승군에 대한 제사는 지자체가 아닌, 국가가 모셔야한다고 제안했다.

“7백의총의 7백 명, 청주성 전투에서 순국한 2백 명과 연곤평 전투에서 희생한 6백 명을 더한 8백 명을 합친 1500명의 위령탑을 세우고 격식에 맞는 사당을 지어서 국가가 제사를 지내라. 대한민국 건국이념의 주춧돌 밑에는 이 분들의 순국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승 스님은 방법까지 제시했다.

“지금 가산사 앞에는 2만평 정도의 들판이 있으니 그 땅을 국가가 매입해서 추진하라는 취지다. 16대 17대 국회에 청원을 했지만 단한 번의 심의도 없이 자동폐기 됐다. 18대 국회에는 상정하지 않았다. 이제는 힘 있는 총무원이 나서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오늘까지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총무원이 나설 만한 명분이 있는 일이다.”

지승 스님의 주제발표(조선 승군 영규의 참전과 전사)에 대한 토론에서 전 경남향승위원장 동성 스님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수행에 전념하던 승려들이 분연히 일어나 구국의 선봉에 섰던 사실을 국가는 기억하고 이분들을 추모해야 한다.”면서 “승군의 날을 제정해 호국불교의 정신을 계승해나갈 의무 역시 국가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송영신 한양대 강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승군의 날 제정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진관 스님이 ‘조선 승군의 임진왜란 참여 연구’ 제목의 주제발표와 홍익대대학원 진철문 강의 교수의 토론이 진행됐다.

전 조계종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축사를 통해 “흩어져 있는 조선 승군의 역사를 잘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스님들의 임무”라면서 “오늘 행사를 계기로 승군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