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옥수종합사회복지관장 상덕 스님이 복지관 내 연꽃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90년대 중반이 되자 정수암 내에서의 각종 법회는 물론 경찰서, 구청, 교도소 등의 외부법회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때 상덕 스님은 잠시 이웃종교에 관심을 두게 됐다. 200년의 짧은 역사에도 교세가 급성장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이유를 살피기 시작했다. 의무화된 주간정기 집회는 신도를 단합시키고 종교성을 강화하는 기본뼈대였다. 여기에 삶의 현장과 밀착된 교육과 의료, 복지라는 세 분야의 살이 붙어 1600년 한국불교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됐음을 알 수 있었다.

“사찰에 찾아오는 신도와 불교 성향의 단체에서 설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린 마인드로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나누는 복지를 실천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사회복지 전문과정이 개설돼 1993년부터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복지관 운영의 원력을 다져가고 있었습니다.”

복지관 건립 소식 듣고 삼보 전에 성취 축원

원력은 성취되라고 있는 법, 스님이 지도하고 있는 성동구청불자회를 통해 마침내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옥수동 미타사 가까이 아랫마을에 복지관을 건립한다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저의 발원을 들어주시고자 가까운 위치에 종합사회복지관이 건립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복지관 운영을 맡아 부처님의 자비구세 정신을 실천해, 불교와 미타사의 지역에서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할 것을 발원하고 삼보 전에 성취 축원을 올렸습니다.”

1997년 옥수 복지관 건축 공정이 90%쯤 이루어졌을 때, 구청에서 위탁체 선정 공고를 신문에 냈다. 스님은 미타사 정수암이 지원 사찰이 되고자 뜻을 굳혔다. 지원 서류와 운영계획 등을 준비해 제출해야 했는데 걱정이 태산이었다. 때마침 먼저 불교 복지를 실천하고 있던 학교 동창 스님이 본인이 운영하는 복지관의 간부를 보내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그 당시는 총무원 사회부에서 복지재단을 운영했는데, 동국대 선배로 사회부장인 00스님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어, 조계종 복지재단 이름으로 위탁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위탁준비를 하다 보니, 개관준비금으로 1억 5천만 원을 위탁체에서 준비하는 조건이 있음을 알게 됐다. 정수암 불사로 아직 빚이 절에 남아 있어 또 빚을 내어 위탁에 응모해야 하는 처지였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정수암 대중스님들과 의논을 했다. 결과는 적극 지지였다. 이구동성으로 불교 복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행해야 하는 불사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참 큰 용기가 수반되는 결정을 한 것이었다. 다른 도반스님들은 사찰을 더 잘 운영하기 위해, 또는 절을 새로 장만하기 위해 시주금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거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를 담은 복지에 사용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스님은 새롭게 열리는 불교복지는 불교포교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했다. 불교가 사회와 서로 소통하며 상생을 도모하는 종교라는 인식은 불교 이미지 고양에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옥수복지관 위탁을 원하는 5개 종교 단체가 성동구청에 위탁 심의자료를 제출했다. 선의의 경쟁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분은 성동구청장으로 오래 재직했던 고재득 청장님입니다. 그 분은 ‘지역 복지 단체가 모두 천주교에 위탁되고 있으므로, 옥수복지관은 종교적 형평 안배 차원에서 불교에 위탁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불자모임인 바라밀 회원들도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위탁 운영 심의’에서 조계종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드디어 정수암이 옥수사회복지관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 과정들이 결코 쉽지 않은,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었는데 공공 기관을 상대로 겁도 없이 불교복지 실천이라는 원력 하나로 도전했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한겨울 추위 견디며 6개월간 개관 준비

크게보기

17년 전 옥수종합사회복지관 건립 당시를 회고 하는 상덕 스님.

운영 약정 체결이 조계종 복지재단과 이루어졌고, 조계종 재단에서는 1997년 9월에 옥수복지관 관장 임명장을 보내 주었다. 성동구청에서는 1998년 3월 26일 개원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때부터 개관 일까지는 딱 6개월. 개관 준비를 하기 위해 TF팀 직원 10여명을 공채로 채용하고 한마음으로 개관 준비를 했다.
 
복지관 준비 팀들은 먼저 지역민 욕구조사부터 실시했고, 조사를 기반으로 지역민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 운영 계획과 준비, 그에 따른 기관의 프로그램실 배정 공사, 각실 수납장 설치, 사무 용기 입고, 복지 프로그램 기획, 복지관 홍보, 이용자 모집 등 개관 업무 준비는 끝이 없었다.  직원들은 개관 일정에 맞추기 위해 야근은 물론 막차를 타고 귀가하거나 밤을 새워가며 업무를 이행 하는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부설 시설인 연꽃 어린이집은 개관일과 새 학기가 겹쳐 더욱 바빴다. 각 교실 장식을 하느라 추운 날씨에 밤을 새워가며 가위질을 하는 등 힘들게 개관준비를 해나갔다. 원아 모집기간은 1월과 2월. 정수암 신도들은 학교 앞에서 개원 홍보 안내문을 배포하느라 손과 발이 얼기도 했다.

여기에다 경제적 어려움을 걱정해야 했다. 복지관 운영 지원금은 개관일부터 나오게 돼 있다.  개관 준비 하는 6개월간 10여명의 직원 월급과 식사를 모두 정수 암에서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뿐 아니라, 개관 준비 팀의 하루 세끼 식사와 간식을 절에서 모두 준비하고 복지관까지 나르느라 대중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때 어려움을 보람으로 여기며 앞장서서 뒷받침을 해 준 50년 지기 법 형제인 총무 종일스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함께 매일 출근하며 봉사 해주신 신도님들의 은혜도 잊을 수가 없지요.”

 옥수사회복지관은 건물규모가 1천 평 이상 되는 가형의 기관이다. 본관과 더불어 개별 지원을 받고, 전문 시설장이 운영하는 부설 기관 6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분소인 옥수복지센터, 연꽃 어린이집, 좋은 벗 장애우 방과 후 교실, 정수데이케어센터, 서울 숲 데이케어센터, 차상위 계층의 복지를 위한 찾아가는 케어 서비스를 실행하는 옥수재가노인센터 등이 있다. 이밖에 별도 지원으로 운영되는 무료 공덕경로식당, 보현 경로식당, 희망미소 청소년교실도 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보면 인연의 소중함 느껴”

직원은 모두 65명. 각자의 자리에 맞는 자격증을 소지한 복지와 보육 전문인들이 성동구의 남녀노소 모든 계층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수고하고 있다. 스님은 각자 맡은바 업무를 밝고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부처님 자비품안이 이런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 한사람의 승려가 복지관 운영의 서원을 세우고 여러 난관들을 극복함으로서 이들과 인연이 될 수 있었다. 청춘 생애를 옥수복지관에서 꽃피우는 그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수백 명이 옥수복지관 인연의 생을 살고 있다. 1년 열 두 달 무료 봉사로 재능을 기부하는 전문 강사들과의 인연 또한 소중하다. 지역의 여러 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일도 복지관 운영으로 얻어지는 큰 보람이다. 가장 큰 것은 신도들에게 신행의 새 방향을 제시한 점이다. 복지관 운영은 신도들에게 적극적 자비 나눔으로 사회구세를 실천하는 사찰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신도들은 자비 손길 봉사와 경제적 후원 보시를 행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재정적 어려움 여전…사찰서 복지에 관심 가져야”

크게보기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위치한 옥수종합사회복지관 전경.

복지관 운영에서의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재단영입금 지원 부분이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전체운영비의 40%만 서울시에서 지원이 되고, 나머지 60%를 후원금과 재단영입금, 유로 프로그램 등의 운영으로 충당한다. 복지관은 조계종복지재단 이름으로 위탁을 받지만 실제 운영하는 지원 사찰이 정해진 재단 영입금을 매년 입금해야 한다. 작은 단위의 사찰에서 운영하기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스님이 관장으로 있는 시설은 대부분 스님의 급여로 충당을 하고 있지만 재가자 관장이 재직하고 있는 시설은 온전히 운영 사찰에서 부담해야 한다.

복지관은 공공 기관이어서 종교행위는 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힘든 복지사업을 전개하면서 운영 주체 재단의 종교를 이해하는 직원들이 함께 한다면 가족화 된 분위기에서 충전의 힘을 얻으며 더욱 업무에 매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순수 불자 복지 전문 직원을 채용하기가 많이 힘든 상황이다. 차선으로 가족이 불자인 사람을 선임하곤 한다.
 
일반 사찰의 무관심도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이웃 종교에서는 같은 종교에서 운영하는 복지 기관에 상시 정기후원과 봉사로 운영의 힘을 보태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찰들이 복지시설을 운영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신도들을 교육시켜 1년에 한 번이라도 금전적, 물질적 후원을 하게 하면 큰 힘이 된다.

작은 암자에서 원력과 용기로 시작해 불교 복지인의 길에 들어선 지 어언 17년. 사회와 소통하며 공식적으로,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자비 복지를 실천 할 수 있는 길이 복지관 운영이라 생각하고 지나온 시간이었다. 돌이켜볼 때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길이었다. 하지만 불교의 위상을 정립하는 길이었기에 보람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매일 출근하면 복지관 이용자들을 만납니다. 이들은 밝은 모습으로 합장인사하며 ‘너무 고맙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옥수복지관이 있어 나의어려움들이 해결되어 웃고 삽니다!’ 등의 진심을 담은 인사를 전합니다. 더욱이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을 모아 인사하며 ‘사랑합니다! 성불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밝은 미소를 지을 때, 행복과 보람의 미소가 절로 나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