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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부부의 특별했던 ‘오스트리아 18일’

이학종 기자 | urubella@naver.com | 2015-10-12 (월) 11:05

전남 화순 쌍봉사 위 이불재(耳佛齋)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정찬주 씨(법명 무염)와 도예가 박명숙 씨(법명 무량광) 부부가 최근 아주 특별한 18일간의 오스트리아 방문을 성황리에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 9월 10일부터 27일까지의 두 사람의 오스트리아 방문은, 비엔나에 있는 KKH(추기경문화회관;Kardinal Koenig Haus)의 초청으로 오스트리아인과 교포들에게 지난 9월 20일 ‘한국인에게 불교란 무엇인가?’ 주제의 ‘소설가 정찬주 선생 특별 강연’과 9월 14~18일 ‘한국의 미’를 주제 ‘불교도예가 박명숙 비엔나 초대전’의 일정 소화를 위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번 18일에 걸친 오스트리아 방문이 ‘한국의 문학’과 ‘한국의 전통도예’라는 두 프리즘을 통해 나타나는 한국불교문화의 정수를, 불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톨릭 국가 오스트리아의 정수리에 고스란히 전해주고 온 아주 보람 있는 여행이었다고 <미디어붓다>에 전했다.

 

불교도예가 박명숙 씨의 도예전 ‘Beauty of Korea(한국의 美)’는 비엔나 중심가에 있는 갤러리 암  파크(Galerie Am Park)에서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렸다.

 

박명숙 작가는 전기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작품을 만들며 소나무 장작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작품 활동에 매진해온 것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특히 유약을 작품 속에만 바르고, 작품 겉은 가마의 장작불로 표현된 자연 색을 선보여 주목 받아왔다. 또 항아리 입을 두세 겹의 꽃잎이나 잎으로 표현하는 등으로 한국의 백자전통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박 작가의 도예품 카탈로그를 본 갤러리 암파크의 루이스 비즈먼 관장이 국제 도자기 교류전을 기획하면서 박 작가를 초대하게 돼 이번 전시가 마련됐다. 

 

도예가 박명숙 씨의 이번 비엔나 전시는 오스트리아의 여류도예가 싸비네 씨와 2인전으로 열렸다. 왼쪽부터 베흐나 의학박사, 권숙녀 대표, 도예가 싸비네와 박명숙 씨, 소설가 정찬주 씨 등이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환희, 추억, 마음, 축복’으로 이름 지어진 작품 12점을 전시했다. 이번 오스트리라 비엔나전은 그녀에게는 두 번째 도예전(자연을 주제로 한 동서양 도예가)이다. 이번 도예전의 전시장소는 정찬주 선생이 강연을 한강연장 KKH(추기경문화회관)이었으며, 오스트리아 여류도예가 싸비네와 함께 전시회를 열어 앙콜 전시회가 됐다. 특히 싸비네는 달라이라마(첫번째 사진 참조) 둥근 공에 새긴 글)를 존경하여 그의 작품에 달라이라마 법어가 쓰여 있기도 했다.

 

9월 14일 오후 7시에 열린 리셉션에는 오스트리아 한국 친선협회 회장과 클래식뮤직 공연기획사 IMK의 대표 권숙녀(소냐 스테인들 권 65세),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도예가들과 미술평론가, 신문사 기자 등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작품을 감상했다.

 

특히 한 젊은 부부는 도예전 오픈 시간부터 리셉션 이후까지 발길을 떼지 못한 채 작품 감상에 몰두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작품이 너무 아름다워 발길을 떼지 못하겠다”며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박명숙 작가의 기계를 사용하지 않은 100% 수제 도예작품들을 본 오스트리아 현지의 미술평론가들은 “작품들이 영적이다, 영혼이 느껴진다”는 말을 반복하며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서 오스트리인들이 말하는 ‘영적’이라는 표현은 자연의 영성과 신성을 의미한다.

 

갤러리 암파크 관장이자 큐레이터이자 디자이너 출신인 루이제 브이스만 여사는 30여 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온 한복을 리셉션 파티에 입고 나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박명숙 도예전 리셉션 장면. 오른쪽 색동한복을 입고 있는 분이 관장인 루이제 브이스만 여사이다.

 

전시기간 동안 소설가 정찬주 선생은 그를 초청해준 권숙녀 씨(65)와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몬타폰으로 가서 헤르바르트 빌리(H.Willi 60세) 씨를 만났다. 정찬주 선생은 빌리 씨와 3박 4일 동안 함께 하며 동서문화를 주제로 긴 대화를 나눴다.

 

빌리 씨는 한국을 두 번이나 내한한 저명한 오스트리아 작곡가이다. 권숙녀 씨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본사를 둔 클래식뮤직공연기획사인 IMK 대표다.

 

권 대표는 기획사 일로 한국에 드나들다가 공항 서점에서 우연히 작가(정찬주)의 불교관련 소설과 산문집들을 보고 애독자가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오스트리아인 의사이고 종교는 가톨릭 신자이다.

 

빌리 씨는 모차르트 미완성 악보를 비엔나시로부터 의뢰받아 완성할 정도로 오스트리아의 최고 작곡자인데 빈필하모니 150주년 기념 때도 작곡을 의뢰받았다고 한다.

 

현재는 한국인의 정(情)을 주제로 9장의 심포니를 작곡 중에 있다. 그는 정찬주 선생에게 자신이 작업 중인 악보(오른쪽 사진)를 보여줄 정도로 친금감을 드러냈다. 정을 주제로 하되 ‘인간과 우주가 하나다’ 라는 것과 ‘남북통일을 기원’ 하는 음악이 될 것이라며 롯데 신축건물의 오페라하우스 개관 때 연주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빌리 씨는 “자신의 음악은 ‘자신이 깨달은 공간의 메시지를 연주자가 깨닫게 하고 다시 청중이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말해, 마치 선사가 화두를 던지고 그 화두가 제자들에게 걸리게 하는 것을 연상시키기도 했다고 정찬주 선생은 전했다. 실제로 함께 자리했던 박명숙 도예가는 빌리 씨의 음악을 감상한 후 하루 종일 화두가 들린 것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는 신비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빌리 씨는 자신은 머리로 작곡하지 않고 알프스 산정에서 하늘의 소리를 받아 적는다고 했다. 그는 정찬주 선생 내외에게 하늘의 소리를 듣는 해발 1600미터 부근의 장소를 알려 주고 함께 산책을 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산책을 하면서 정찬주 선생이 ‘일체중생 실유불성’이라는 말을 하자, 빌리 씨 역시 “음악도 생명이 있다”고 호응하기도 했다. 그에게 음악은 들리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고 만져지기도 하는 생물이며, 색연필로 그릴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정찬주 선생은 빌리 씨가 ‘음악의 구도자’처럼 보였다고 회고했다. 빌리 씨는 미국의 카네기홀에서도 자기 음악을 연주했는데 그는 최고의 연주장소로 알려진 그곳을 소음공장이라고 평가절하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앞으로의 희망이 있다면 동양”이라며 “절대로 동양 사람들은 동양의 사상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작곡가 빌리 씨의 집 뜰에서 기념촬영을 한 정찬주 작가.

정찬주 선생에 따르면, 빌리 씨는 자신이 전생에 한국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해인사에 들른 적이 있는데 법당 벽화(팔상도일 것 같음)를 보고 발길을 떼지 못했고, 서울 이화장을 들렀을 때도 기운이 좋아 그곳을 떠나기 싫은 특별한 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빌리 씨는 7살 때 불치의 병에 걸려 병원과 집을 왕복하며 살았다. 10대 후반에는 병원을 나와 강물에 몸을 던졌는데 이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물방울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좇아 자신의 음악이 시작됐다고 술회했다. 그는 그 소리를 자신의 작업실에서 피아노로 정찬주 선생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정찬주 선생은 빌리의 음악이 듣기에는 하나는 깊게 잠기는 소리였고, 또 하나는 길게 여운을 끄는 소리였다고 소개했다.

 

그의 구도기 같은 얘기를 들은 정찬주 선생은 빌리 씨에게 “당신의 음악선생은 바로 당신의 병이었다. 당신에게 불치의 병이 없다면 음악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그도 쾌히 동의했다.

 

빌리와 헤어지는 순간, 그는 “정찬주 선생을 만날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자신의 얘기(동양적인 사고)를 유럽의 일부 사람들은 미친 사람의 소리라고 비웃지만, 혹시 정찬주 선생이 다 이해해 주었다면 친구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찬주 선생은 “언젠가 당신의 얘기를 글로 쓰겠다”고 화답해 주었다.

 

빌리씨가 살고 있는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

정찬주 선생의 오스트리아 방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던 ‘한국인에게 불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은 9월 20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동안 뜨거운 관심 속에서 이어졌고, 이후 30분 동안은 열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오스트리아의 방송사는 국영방송뿐인데 강연에 참석했던 이 국영방송의 국장은 “강연을 통해 프란체스카 여사가 오스트리아 출신인지 몰랐다”며 좋은 정보를 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청중들도 프란체스카 여사가 오스트리아인이라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청중 가운데 두 세분이 프란체스카 여사에 대해서 물었다. 아마도 자국인이라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이를 보아 프란체스카 여사가 통해 한국과 오스트리아와의 우호를 돈독하게 하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또 다른 질문은 한국의 종교간 대화, 기독교의 원죄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에 대해 정찬주 선생은 “불교는 자작자수, 인과응보, 업의 윤회가 있을 뿐”이라고 간결하게 답해 박수를 받았다.

 

KKH추기경문화관의 강연장에서 강연을 하는 소설가 정찬주 선생. 

정찬주 선생은 강연 말미에 “원래 오페라 <나비부인>이 유럽에서 기노모 차림의 일본인이 등장하여 일본을 알리듯, 나 자신도 역시 프란체스카 여사를 소설화해서 그것을 대본삼아 오스트리아 작곡자가 오페라를 만든다면 아름다운 한복차림의 한국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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