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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남은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십우도』에 이어 『탄트라』, 『돈오돈수 돈오점수』, 『출가』, 『칼의 어록』, 『소설 탄허』, 『 맑고 향기로운 사람 법정』 등 불교를 소재로 한 소설을 잇달아 발표해왔다. 2년 전 펴낸 『관상』, 올해 초에 나온 『퇴계』 등은 역사소설이다. 5년 만에 그의 장편 불교소설이 나왔다. 제목은 『목련의 기도』.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여섯 지옥을 헤맨 전생의 목련존자, 그리고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 나선 현생의 ‘나’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나’는 도쿄에 교환교수로 나와 있는 학자다. 어느 날 새벽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잠이 깬다. 전화를 걸어온 조카는 실종된 외할머니(‘나’의 어머니)에 대한 단서가 있다고 말하고, 나는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공항에서 어머니를 찾으러 가는 차 안에서 조카는 한 권의 책을 건넨다.

『목련암』이라는 제목의 책은 붓다의 제자인 목련이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찾아 여러 지옥을 헤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생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가는 ‘나’와 책 속에서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찾는 목련 존자의 이야기가 번갈아 편집돼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 백금남이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책 속의 책, 『목련암』 이야기에 담겨 있다. 출가하여 목련이 되는 주인공의 원 이름은 구율타. 그는 지옥을 향해 떠난다. 어머니는 무간지옥에 거꾸로 매달려 고통을 받고 있다. 생전에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 지옥, 그중에서도 가장 죄질이 나쁜 사람들이 떨어진다는 그곳에 있는 것이다. 도중에 그가 목격하는 8대 지옥의 무시무시한 풍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목련의 안내를 맡은 이는 질로라는 아홉 살 꼬마다. 그의 맹랑함에 아연실색하고, 화도 내고, 어처구니없어하기도 하면서 함께 무시무시한 지옥을 두루 순례한다. 질로는 목련과 티격태격하면서 고정관념과 허상의 실체를 하나하나 깨우쳐준다. 독자들은 질로의 대화를 통해 대승불교의 가르침에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백금남은 이 소설에서 ‘우란분재’의 기원이 된 목련존자 이야기를 소재로 붓다의 가르침과 업보와 인연, 윤회 등 불교의 심오한 주제를 풀어냈다. 효란 과연 무엇이며, 나와 부모의 관계는 또 무엇인지에 대한 깨우침을 준다. 한 번 읽고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 번, 네 번 거듭 읽으면서 삶과 인연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