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zeenokim@naver.com 2010-01-27 (수) 18:18
“82세 할머니가 사투 끝에 찾아 온 99엔을, ‘국익을 우선으로 한다’던 우리정부는 왜 포기 했나?”26일 정오, 광화문 외교통상부 정문 앞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정부의 외교적 굴욕을 규탄했다.
‘비굴하다 못해 수치스럽고 외교적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유명환 외통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최근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후생연금 99엔에 대해 일본정부와 다시 재협상하지 않겠다는 발표와 함께 일본정부 대신 우리정부에서 99엔에 해당하는 19만 8천원을 국민의 혈세로 지급하겠다는 것과 관련, 외교통상부의 국가정체성을 따져 물었다.
국민을 대신해서 ‘99엔이 뭐냐’고 따져야할 정부가 일본정부 대신 돈 몇 푼 던져주면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피 값을 마치 거지에게 적선하는 듯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같은 외통부의 태도는 대한민국정부야 말로 자주권을 포기한 제2의 '국치'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그나마 99엔도 우리정부가 나서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 82세의 할머니가 노구를 이끌고 갖은 서러움을 당하며 찾아온 것인데, 그러는 동안 우리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또 “이 후생연금뿐만 아니라 일제 당시 최소 약 4조원에 달하는 노무자 체불임금이 일본의 국책은행에 그대로 공탁 보관돼있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정부의 방패막이 노릇을 자처한다면 이 체불임금 문제 역시 지레 포기할 수밖에 없고 후생연금의 온전한 지급은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국치 100년째 되는 해에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정부에게는 일제에 의해 피해를 입은 자들의 피 값은 없는가?”라고 물은 이들은 “J마지막으로 일본의 방패막이를 자처하여 99엔 포기로 일제 피해자들의 영혼 마저 매장하려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정권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인공 82세 양금덕 할머니는 “살아도 삶이 고통이었다”며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초등학교 6학년 16세의 나이로 근로정신대로 일본에 끌려가서 온갖 고통과 수모를 당해가면서 공장근로를 하다가 해방이 되어서 고향에 돌아와서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 갔다왔다는 이유로 다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삶을 살았다며 그렇게 고통스런 삶도 원통한데 이제 와서 이 정부가 어찌 나를 거지 취급을 할 수 있느냐며 하소연을 쏟아냈다.
한 참석자는 일본언론에 보도된 기사내용을 보이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알려주고 있다면서, 체불된 임금 316엔는 당시 황소 여섯 마리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99엔은 지금의 기준으로 환산하면 왕복 차비도 안 된다고 한숨을 지었다. 또한 자신들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