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은 검소한 수행자를 뜻하는 치(緇)와 올곧은 수행을 통해 부처님 세상으로 들어가는 곳을 뜻하는 문(門)이 합해 치문이 됐다.

치문이란 곧 수행자들이 가야하는 길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스님이 되기 위해 출가한 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조계종에서 행자교육을 마치고 사미(니)계를 받은 예비승들은 4년간 강원교육을 받게 되는데 1년차에서 바로 『치문』을 배우게 된다. 어려운 한자가 많기로 소문난 책이라 이 책만 볼 수 있으면 다른 한문 불서들은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이렇게 난해한 치문을 해설한 책이 몇 권 나온 적이 있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원순 스님이 이번에 풀어쓴 『치문』은 다르다. 재미난 수필을 읽어가듯 쉽게 써내려갔으며 행간의 숨은 뜻을 끄집어내 책을 읽는 수행자들에게 바른 길을 안내해준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책은 먼저 『치문 1권』이 출간됐다. 따끔한 훈계를 주는 글을 모아놓은 ‘경훈’과 열심히 힘이 닿는 대로 부지런히 내전과 외전을 공부하라는 글을 모아놓은 ‘면학’, 제자나 후학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남겨둔 ‘유계’를 합해 스님들이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가르치는 내용이다. 해서 부제는 ‘스님들이 가야할 길’이다.

이어서『2권 수행은 중생의 복밭』과 『3권 모두 함께 깨달음』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크게보기치문이 본래 스님들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기는 하나 수행은 중생의 복밭이나 모두 함께 깨달음 등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출가수행자가 아니더라도 불교수행자가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해야 할 가르침이 곳곳에 들어있다.

원순 스님은 “어렵다고 알려진 치문은 사실은 무척이나 신심 나는 이야기”라며 “이 책은 불교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불교 공부에온 힘을 쏟아온 역대 선사들의 깨침의 길이 온전히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순 스님은 “스님의 길에 들어선 수행자는 물론 공부에 전념해야 할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도 일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문은 역대선사들이 깨침의 길에서 노래한 유문들이므로 자기 수행의 완성을 통해 그 인연으로 모든 중생이 함께 깨닫고 행복해져 부처님 세상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선지식들의 마음을 글 전편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순 풀어씀/ 도서출판 법공양/ 343쪽/ 20,000원

*치문이 만들어진 역사

치문경훈은 중국 북송 때 택현온제(擇賢蘊劑) 선사가 편찬한 치림보훈緇林寶訓이라는 좋은 책이 없어졌을 때, 원나라 환주암 지현영중(智賢永中) 스님이 흩어지고 없어진 글들을 모으는 가운데 부처님 가르침을 크게 일깨워 줄 수 있는 글을 조금 보태어 황경2년 1313년에 발간됐다. 고려 말 태고보우 스님이 중국에 공부하러 돌아다니다가 이 책을 보고 고려에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석옥청공 선사의 법을 이어 1348년 귀국하면서 책을 가져왔다.

조선 숙종1695년 성총 스님은 『치문경훈』을 추려내 원문에 상세하게 주해를 덧붙여 상중하 세권으로 구성된 『치문경훈주』를 만들어 출간한 뒤 불교 전통강원에서 반드시 공부해야 할 교재가 됐다.

*원순 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참선정진 했으며 <禪스승의 편지> <선요> <한글 원각경> <육조단경> <몽산법어> <선가귀감-선수행의 길잡이> <연꽃법화경> <깨달음에 이르는 길-돈오입도요문론> <마음 닦는 이를 위하여- 초발심자경문> 등 다수의 불서를 펴냈다.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 소 ․ 별기>를 <큰 믿음을 일으키는 글>로 풀이하는 등 경전과 어록을 알기 쉽게 우리말로 옮긴 공로로 2003년도 행원문화상 역경부문을 수상했다.

조계종 교재편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조계종 기본선원에서 어록을 강의하는 교선사(敎禪師)이다. 1996년부터 송광사 인월암에서 안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