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마사였다”라고 고백하는 한 비구니 스님의 책이 출간됐다. 보기에 따라서는 도발적이기도 한 이 책의 제목은 <비구니 도원, 나는 퇴마사(退魔師)였다>(한빛서원)이다. 그러나 이 제목에는 비구니 도원 스님의 자신감이 내포되어 있다. 과거에는 퇴마사였지만, 지금은 ‘특별한’ 능력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세상에 전하는 ‘항마사(降魔師)’가 되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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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도원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 태고종 소속의 불광정사 주지스님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 기 수련가로, 영적 치유가로, 그리고 이제는 불가의 수행자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영(靈)의학을 매개로 한 자비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사실 불교계에서 영(靈), 또는 영성(靈性)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생경하게 받아들여진다. 주로 심리학이나 마음학을 공부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고, 지금은 그 사용빈도가 늘어가는 중이다. 영성이라는 용어를 불교계, 특히 불교학계에서 사용해도 되는가를 놓고 지난해에는 금강대에서 ‘영성은 불성인가?’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영성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시나브로 사용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고, 일본의 저명한 선사 스즈키 다이셰츠가 서양에 선을 전할 때 불성과 영성을 같은 것으로 소개하면서 국내 학계의 학자들보다 외국에서 유학한 학자들에 의해 이 용어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튼, 도원 스님은 그동안 어둠을 물리치는 퇴마사로서 빙의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빛을 전해주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3년 전까지는 퇴마사로 있다가 비구니가 된 도원 스님의 인생고백록이자 영적 힐링의 보고서인 셈이다.

도원 스님의 특별한 인생은 15살 소녀 때 탁월한 영적 능력과 치유능력을 가졌으나 그 능력을 널리 활용하지 못하고 세상을 뜬 조부가 몸에 깃들면서 혹독한 시련과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작됐다. 장구한 세월 동안 온갖 질병을 수반한 고난과 고통의 삶을 직접 겪으며 칠흑 같은 어둠의 세계를 체험한 것은 그 어둠을 이기는 빛의 존재로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었던 같다고 도원 스님은 털어놓는다.

“최근 바티칸에서도 빙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퇴마사를 공식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은 그는, 이제 우리 불교에서도 의학적으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는 수많은 빙의 환자들을 불보살의 특별한 위신력으로,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에 대해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앞으로는 영의학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영의학의 시대를 대비하고, 그 불교적 대안을 앞당기는 역할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영적 건강의 시대를 만들어가야지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확신으로 똘똘 뭉친 도원 스님은 당당하다. 기자들을 향해 질문이 있으면 어떤 것이든 질문하라고 말한다. 그만큼 자신의 치유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 듯했다.

“지난 2012년 가을,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삭발을 하고 비구니가 되었습니다. 득도 이후 저는 부처님 도량에서 수행정진하면서 대광명인 불성의 빛으로써 모든 세상 사람들이 진정으로 병든 영혼을 치유하고 참 행복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원하며, 또 인도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불문에 귀의하다보니 불교에 대한 공부가 모자라 열심히 불교공부를 하고 있다. 교리에 대한 깊은 공부는 물론 특히 마음에 대한 가르침인 유식학 분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강의도 듣고 관련 책을 읽었다. 이따금씩 불교계에서 열리는 마음이나 심리, 영성 관련 세미나에는 열 일을 다 제치고 참석하는 것도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몸짓 중의 하나다.

스님은 지난 1998년에 의통, 1999년에 영통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그 후 정신세계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잠재적 영적에너지를 깨우쳐주는 수련회를 10여년 간 진행했고, 사단법인 정신과학회에 ‘심평치유의 원리와 실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책을 쓴 동기는 정신세계원에서 3시간을 워크샾을 해보니, 사람들이 강의한 내용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도원 스님이 처음 치유를 한 대상은 일본인 자폐아였다. 한 번 시도를 해보니까 놀랍게도 치유의 효과가 나타났다. 그 후 자폐, 빙의, 우울증. 루게릭 등의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어려운 증세들을 주로 치유하게 되었다. 그 종류만도 150여 가지가 넘는단다.

스님은 어떤 사람의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때는 자신의 몸과 정신도 맑아지는 것을 체험했다. 그 과정에서 인체가 소우주라는 것을 체득했다고 한다. 무인의 길 대신 출가를 한 이유는 천태종 관문사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권기종 교수의 금강경 강의를 경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때까지는 교회에 나갔는데, 권 교수의 강의에서 연기법과 여래장 사상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 강단에서 환한 빛이 일어나는 것을 체험하고, 발심을 출가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는 원래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앎이 시작되면서, 초월적인 것을 알게 되면서 공통된, 본질적인 우주의식을 깨닫는 순간,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는 순간, 이것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지요. 비록 가는 길이나 방법은 다르지만 제가 가고자 하는 이 길도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세상에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원 스님은 그 후 환희심으로 더 큰 불법광명으로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는 차원에서 아주 만족스럽고 환희심나게 수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저를 찾는 분들은 대부분 현대의학, 대체의학 등을 다 해보고 오는 분들입니다. 쉬운 분들이 없지요. 그러나 우주본연의 에너지로 치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이 능력이 부처님의 가피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불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누가 먼저 그 경지에 가느냐, 누가 자신 안에 부처님과 만나느냐가 중요하지요. 앞으로 이것을 깨우치는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도원 스님은 현재 강동구 둔촌동 길동4거리 66-1번지에 소재한 작은 상가빌딩 3층 불광정사에 주석하고 있다. 296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