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영주 부석사박물관 학예사가 사라진 9세기 제작 추정 봉화 오전리 석불의 광배가 호암박물관 정원에 있는 광배라는 주장을 매우 신빙성이 높은 자료를 제시하며 거듭 주장하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지난 해 6월 김 학예사의 이 같은 주장을 미디어붓다와 경향신문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호암 측은 다른 광배라며 김 학예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김 학예사는 동일한 광배임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자료를 발굴해 다시 공개한 것이다. 이 자료는 진홍섭(秦弘燮) 선생이 쓴 이화여대 소장 조사보고서이다. 진홍섭 선생은 이 보고서에서 불두와 광배의 실종은 1979년 이후부터 1981년 사이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김태형 학예사가 보내온 기고문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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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운명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일부러 무엇을 찾겠다는 공명심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우연히 하나 둘 그렇게 다가왔다.

경북 도유형문화재 제154호 봉화 오전리 석조여래좌상과의 만남은 내가 부석사박물관 학예사로 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니 어쩌면 더 오래된 인연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2013년 4월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산책삼아 나갔다가 처음으로 오전리 부처님을 만났다. 목이 없이 몸체와 대좌만 남아 있고 바닥의 지대석들도 이격이 발생해 보존처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학예실에서 여느 때와 같이 이런저런 자료들을 들춰보다가 『오가와게이기치(小川敬吉)조사문화재자료』를 보고 이 부처님이 처음부터 목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고 광배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거기까지였다.

이듬해 여름. 부석사 자인당 석보여래좌상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던 중 뜻밖의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 정원에 있는 ‘광배(光背)’였다. 순간 어디서 본 듯하다는 느낌이 들어 자료를 찾아보니 『소천경길(小川敬吉)조사문화재자료』에 부석사 석불좌상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호암미술관의 광배와 이 책의 광배를 면밀히 검토해보니 너무나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국립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이 책의 PDF를 확인하였고 거기에 보다 큰 사진으로 나온 것을 대조하였더니 너무나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 사진을 페이스북 등에 공개하였고 이후 호암미술관을 찾아가 실물을 대조하여 보았다.

결론은 너무나 똑같다는 것이었다. 다만 너무나 작은 사진이어서 아주 세부적인 것까지 일치시키기에는 2%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내용을 기초로 작년(2014년) 6월 17일자 경향신문, 미디어붓다에 관련기사가 보도되었고, 호암미술관측의 의견이 언급되었다. (미디어붓다 2014. 6. 17. ‘사라진 봉화 오전리 석불 광배 빼닮은 것이 호암미술관 정원에!?’ 기사 참조)
 
당시 호암미술관측에서는 “동일한 광배가 아니다”라며 일방적인 주장과 함께 “(근거 없는 주장에) 당혹스럽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 사건은 일단 여기서 마무리가 되었다. 더 진전도 없었다. 문화재판 역시 힘 있는 자의 아성은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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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궁 속에 있던 중 며칠 전 결정적인 자료를 다시 확인하였다. 무량수전 관련 논문을 준비하던 중 연구논문 등을 검색하던 중 작고하신 진홍섭 선생님이 1980년에 쓰신「신라북악태백산유적조사보고(新羅北岳太白山遺蹟調査報告)[3]」에서 1970년대 말 오전리 석불에 대한 조사 도판(圖版)에서 땅속에 매몰되어 있다가 출토된 오전리 석불의 광배사진을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게다가 이 자료를 통해 광배와 더불어 불두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서까지 모두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보고서에는 1970년대 말 당시로부터 30~40년 전에 그 마을에 살던 주민이 광배의 손상을 막기 위해 땅속에 묻었다는 증언과 함께 석불 서쪽의 지표를 걷어내고 광배를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어 광배의 도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부처님의 머리가 부석사에 보관중이라는 내용과 사진을 첨부하고 있었다. 이후 경과에 대해 각주를 달아 ‘불두(佛頭)는 계속 부석사에서 보관 붕이며 광배는 지상에 노출시켜 석불 서측에 엎어 놓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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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광배는 불신(佛身) 뒤에 곧 복원 할 수 있고, 머리도 복원이 가능하니 이렇게 되면 원형의 석불이 될 것이고 조각도 우수하여 9세기 초의 조성으로 추정되니 마땅히 그 보호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여 진홍섭 선생님도 이 석불의 원형 복원을 간절히 바라셨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확인된 것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박물관에 찾아가 관련 자료사진의 열람과 복사를 요청했지만 해당사진이 없고 나머지 사진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득이하게 PDF와 이대박물관에서 자료 실물을 보고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검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는 오전리에서 사라진 광배와 호암박물관 정원에 세워진 광배는 ‘동일한 광배’라는 것이다. 문양은 물론이고 광배의 좌우측 손상부위까지 너무나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호암미술관측에서는 분명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렇게 명백한 사진과 자료가 다시 발견되었는데 이제는 또 무어라 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이제 남은 것은 부석사 경내에서 사라진 불두를 찾는 것이다. 누군가 이 불두를 훔쳐가지 않았다면 분명히 부석사 경내 어딘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부디, 잡초 밭에 댕그라니 모셔진 오전리 석불의 원형 복원이 이루어져 많은 불자들의 귀의불(歸依佛)로서, 또 관련 연구자들에게는 신라불교 연구의 좋은 유물로 다시 살아오시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