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오로지 간택함을 꺼릴 뿐이네[至道無難 唯嫌揀擇]’. 중국 선불교의 3조(祖) 승찬 대사의 ‘신심명(信心銘)’이 전각에 아로새겨졌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일 개막한 일섭문도회 제2회 회원전에 출품된 ‘승찬대사 심신명 10곡 병풍(심무용, 스승 석정 스님)’에서다. 35cm의 10폭 병풍에 빼곡히 박힌 붉은빛의 글귀는 성불할 때까지 마음에 새겨야 할 신심을 내용으로 해 불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총146구 584자에 달하는 글귀는 76과의 석에 새겨진 가늘고 굵음의 균형과 표현된 색의 진하고 옅음의 조화로 단조로움을 피했다.

녹색과 홍색을 주조색으로 한 화려한 색감의 의겸의 수월관음도는 홍송의 질감을 살려 만든 조각으로 되살아났고(옥용호), 해봉 석정 스님이 감지에 금니로 그린 불화도 나무에 서각을 새겨 묘사한 ‘아미타삼존선각’(강근순)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일섭 스님의 후학들이 모여 만든 ‘불교미술 일섭문도회’(회장 김성규, 이하 일섭문도회)가 자부심 가득한 결과물을 전시한 두 번째 회원전을 열고 있다. ‘2015불모들의 향연’이란 주제로 회화‧조각‧단청‧공예 등 10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을 접할 기회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김성규 일섭문도회장은 9일 개막식에서 “조선후기 대표 불모(佛母) 유성(有誠) 스님의 화풍을 이어온 일섭 스님 문도 300여 명이 오늘 회원전을 열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면서 “짧은 기간에 준비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전시회를 열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대독한 격려사를 통해 이들의 회원전을 축하하고, “일섭문도회가 스승의 가르침으로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불교미술의 밝은 빛이 되고 사회의 행복으로 회향하기를 기원한다”고 기대했다.

일섭문도회는 석정‧청원 스님, 전기만, 조정우, 양용호 씨 등 15명의 무형문화재 등 현역 작가 300여 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의 불교미술단체다.

한편 1975년 입적한 일섭 스님은 일생 동안 해인사 사천왕탱화, 조계사 후불탱화, 송광사 시왕각부탱화, 옥천사 팔상탱화, 백양사 사천왕 소조상, 대원사 삼존불 목조상 등 전국 주요 사찰에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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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섭문도회 제2회 회원전 전시에 앞서 열린 9일 개막식에서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을 비롯한 내빈들이 테이프를 자르며 전시 개막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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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순, 아미타삼존선각(왼쪽) 옥용호, 의겸등필수월관음(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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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신심명 병풍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