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조계종 교육원, 문화사업단과 화운사 대중스님들, 그리고 리즈, 존, 잭 등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영어 말하기가 아직 능통하지는 않지만 외국인들을 만날 때 두려움은 사라졌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표현할 수도 있게 되었구요.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불교를 전 세계로 널리 알리는 주역이 되어 종단과 화운사 대중들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조계종 국제불교학교의 제3회 졸업식 및 4기 수료식 지난 2월 25일 오후 2시, 용인 화운사내 국제불교학교 2층 강의실에서 열렸다.

국제불교학교 학장 선일 스님과 화순사의 원로 대중스님들,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각 스님, 국제포교사회 최수찬 총무부장, 화운사 문수회 회장 등 화운사 신도들이 동참한 가운데 열린 이날 졸업식은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기쁨 가운데 숙연함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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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졸업장을 받은 스님들은 돈각, 다경, 법찬, 청효, 동인, 상범, 능휴, 성화 스님 등 8명의 비구니 스님들. 2년이라는 세월을 동고동락하며 도반으로 살아오다가 막상 헤어지는 순간이 되자 진한 아쉬움에 스님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저희는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두 번씩 함께 보내며 화합과 이해 배움을 배웠습니다. 여러 선지식을 통해 다방면의 공부를 했고, 미국 동부에서 온 청소년들의 템플스테이 진행하면서, 또 미국에서 직접 연수를 하면서 미국에서 포교하는 선배스님들의 경험담 들었고, 숭산스님께서 설립한 프로비던스 방문하고 또 미국 전등사의 봉불식을 함께 진행하는 등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모든 분들의 도움과 격려가 있었기에 2년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 화운사에서의 시간들, 공부했던 순간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화운사 주지이자 국제불교학교 학자인 선일 스님이 축사를 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이곳 국제불교학교에서 지난 2년간 영어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3기 8명의 스님들의 졸업식과 제4기 7명의 스님들이 수료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오늘 아침 새벽 예불시간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언제나 아침 예불 때마다 학인 스님들이 있던 자리를 보면서 이 스님들이 저의 권유로 익혔던 자애수행 발원문의 내용과 같은 수행자의 길을 걸어간다면 닙빠나(열반)를 기필코 성취하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저는 스님들의 이런 발원이 반드시 성취될 것으로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제로 부처님의 예언이었고, 희망과 축복의 메시지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졸업과 수료를 하는 여러 스님들이 부디 조계종단, 문화사업단, 그리고 화운사를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이 영어단어와 문법을 공부하고 외우면서 열심히 공부하던 곳이었지, 하는 기억들. 그리고 이제 이곳을 떠나 어느 곳에서 정진을 하더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싶거나, 힘들거나 하면 도반과 함께 마음 편히 찾아올 수 있는 화운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화운사 주지로서 약속하겠습니다. 국제불교학교 1~4기 총 30명의 스님들이 화운사를 찾는다면 언제든지 이곳에 스님들의 자리를 남겨놓겠다는 것을…”.

유창한 영어로 축사를 하는 선일 스님과 그 이야기를 듣는 학인스님들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감동과 아쉬움, 감사함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그런 광경이 이어졌다.

“저는 진심으로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다툼 없이, 함께 서로 도우면서 노력하세요. 마치 물과 우유처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나에게 기쁨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장과 성공을 보면서 늘 흐뭇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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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각 스님의 치사가 이어졌다.

“국제불교학교는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해인사 주지로 계실 때 해인사에 만들고자 하다가 여의치 않았던 것을 교육원장 취임 후 화운사에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원장 스님은 한국불교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있다고 늘 소신처럼 여기고 있는 분이십니다. 한국불교가 많은 자원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데도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언어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스님들에게 영어교육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셨던 것입니다. 8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원불교가 특히 외국에서 급성장한 배경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의 양성이 있었습니다. 오늘 아쉽게 국제불교학교의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정식 대학교도 좋지만 이런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 졸업하는 여러 분들은 좋은 도반으로서 앞으로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불교의 앞날이 오늘 졸업하고 수료하는 스님들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생들, 그리고 경주동대로 진학하는 수료생들, 또한 각자의 길에 나아가는 모든 분들이 다 잘되기를 바랍니다.”

이어 돈각 스님을 시작으로 졸업생들의 영어 졸업소감 발표가 시작됐다. 스님들은 능통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한 영어로 구사했다.

“입학전에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어요. 비록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외국인과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아졌습니다. 앞으로 외국에서 국제포교의 기회가 온다면 종단의 은혜, 화운사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해볼 생각입니다.”

“2년 전 초등학교 입학생처럼 설렘으로 학교에 들어왔어요. 그러나 외국어 학습과 글로벌적 안목을 갖는다는 게 전통적인 불교교육시스템 속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종단과 화운사,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도와주셔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등 영어 이외의 것도 많이 배웠어요. 소중했던 기억들 가슴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화운사 국제불교학교가 없었다면 영어에 대한 갈망이 여전했을 겁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외국인들 찾아오면 반갑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으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여기서 받은 만큼 더 베풀고 그런 길을 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되겠습니다.”

“동국대에 재학 중에는 영어가 제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학교를 선택했는데, 지난 2년의 시간은 앞으로의 인생을 펴나가는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영어를 더 열심히 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 재미교포 2세들을 대상으로 불교를 가르치고,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곧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종단과 교육원, 화운사 어른스님들, 영어선생님들 감사드려요. 그리고 내 인생 최고의 보배, 도반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반들과, 선생님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지정스님, 권선아 선생님께 감사드리고요. 리즈(엘리지베스), 잭, 존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저의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스님들의 영어 회화 솜씨에 졸업식장은 시종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졸업장과 상장을 받은 스님들의 표정에 행복이 가득 묻어나왔다. 봄이 아름다운 절 화운사의 2015년 봄이 영어공부를 마치고 떠나는 비구니 스님들의 웃음을 타고 밀물처럼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