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과 뇌과학, 이것과 불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동국대 경주 불교학부 김성철 교수의 '불교로 푸는 진화론과 뇌과학'을 주제로 불교평론과 경희대비폭력연구소 주최 열린논단에서 열띤 강의를 펼쳤다. 김 교수는 '진화생물학과 사성제', '뇌과학과 마음의 정체'에 대해 특유의 명쾌하고 직설적이며, 단정적인 어투로 소개했다.

김성철 교수는 "진화생물학은 사성제의 고성제와 집성제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라이언킹과 같은 가장 강한 동물은 가장 살생을 많이 하고 음행을 많이 한 동물이며, 동물적인 경우에 악을 많이 저지르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 되지만, 불교는 바로 그 반대, 동물과 반대되는 삶을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동물과 반대되는 삶이 사성제의 멸, 도의 삶’이라고 전제한 김 교수는 “찰스다윈은 진화생물학을 통해 고, 집성제를 잘 설명하고 있다”는 독특한 논리를 펼쳤다. 김 교수는 "농경지역이었던 맨체스터에 농사를 지을 때는 검은나방이 눈에 띠고, 나중에 공장이 많이 생긴 뒤에는 흰나방이 다 새들의 먹이가 되어 개체수가 줄었다"는 예로 양육강식의 생태계를 설명하고, "양육강식은 사성제 가운데 바로 고와 집성제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백인이든 흑인이든, 노인이든, 갓난아이든, 고릴라든 호랑이든, 닭이든 고양이든, 개구리든 사마귀든, 물고기든 메뚜기든, 이목구비가 얼굴에 몰려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이어갔다. 이목구비가 몰린 이유는 조건,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 김 교수는 “먹기 위해서, 또 먹히지 않기 위해서 혀(근접화학탐지기), 코(원격화학탐지기), 눈(광학탐지기)는 먹기 위한 탐지기이고 귀(매질진동탐지기)는 먹히지 않기 위한 탐지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사람은 육기어류(지느러미가 살로 이루어진 어류)에서, 기어 다니는 동물(포유류), 직립동물로 진화했다”고 밝힌 김 교수는 “원래 이목구비가 앞부분에 붙어있던 것이 직립을 하면서 위로 이동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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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하기 위해서 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러워진다는 티베트 설화를 예로 들어 설명한 김 교수는 “생명에게 가장 두려운 공포는 굶주림의 공포, 살해의 공포 두 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들짐승은 반드시 살해당하지만 인간은 살해당하지 않으니까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고 말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몸의 중심은 입과 성기이며, 나머지는 부속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뇌조차도 입과 성기의 부속기관이며, 그런데 뇌가 중심 역할을 하다보니까 여러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대부분의 동물의 몸의 좌우가, 즉 이목구비, 근육, 골격이 모두 좌우대칭인 이유를 풍경을 좌와 우의 양쪽으로 가르면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지금까지 굶지 않고 살아 있기 때문이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섹스에 성공했기 때문이고, 살해당하지(죽지) 않고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김 교수는 “이목구비를 한 곳에 모아 만든 것이나, 사람의 몸을 대칭 구조로 만든 것은 조물주가 아니라 그 동물들이 살아가는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동물이 갖고 있는 본능적 윤리성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꿩의 수컷이 아름다운 이유는?”라고 물음을 제시한 김 교수는 “섹시한 아들의 가설과 아모츠 자하비의 두 가지이며, 포식자가 접근하는 동물만 수컷이 아름답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컷이 아름다운 것은 암컷과 새끼를 수컷의 희생을 통해 지키려는 유인과 희생의 원리”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이런 것들은 동물적 윤리라고 할 수 있으나, 불교에서는 이것을 뛰어넘는 원리를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동물의 새끼가 귀여운 이유를 성적으로 미숙하기에 그 모습이 전투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힌 김 교수는 “이것을 불교적으로 설명하면 고집멸도에서 집이 아직 생기지 않아서 귀엽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간이 생태계에서 최강이 된 이유는 사회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다 남이 만들어진 것이듯이 인간의 사회성은 모든 생명들과 인간을 구분짓는 대표적인 속성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래서 사람들을 독방에 가두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하나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것은 표정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은 다양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전하며, 또는 협동하기 위해서, 언어, 표정, 손이 사회성을 관장하는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한 기관이 뇌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불교적 삶이란 짐승과 반대로 사는 것이고, 멸을 추구하며 도를 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識)을 한 점의 의식의 흐름(One point stream of consciousness)으로 설명한 김 교수는 이 식을 통해 윤회에 대한 논증을 시도해 이목을 모았다. “중간, 중간 끊어져서 다른 것이 연결될 수 있는 전기줄이 바로 뇌신경의 특징”이라고 설명한 김 교수는 “사망할 때 갑갑한 식은 튀어나간다. 갑갑하지 않은 식은 남아 있다. 갑갑함을 이기지 못해 튀어나간 식이 좋아하는 것이 거의 먹는 것과 섹스하는 것인데, 그래서 사망을 한 후식은 주로 섹스하는 곳을 찾아가게 되는 속성이 있고, 이 때 수정란에 들어붙어서 새로운 몸을 받는 것”이라고 윤회의 원리를 설명했다. 

“그러나 사망했을 때 갑갑하지 않은 식은 튀어나가지 않으며, 이런 경우가 해탈, 해탈지견”이라고 설명한 김 교수는 “아라한도 다른 아라한이 아라한인 줄 모른다. 오직 부처님만이 그가 아라한인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잡아함경의 ‘맹구우목의 비유’를 통해 사람의 몸을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실감나게 설명한 김 교수는 “인간이 내생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확률은 거의 없지만, 세 가지 번뇌 즉, 유신견, 불교에 대한 의심, 계금취견(다른종교의식을 믿어서 하늘에 태어난다는 생각)하고 하는 경계를 확실히 벗어난 사람은 내생에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고 ‘용기’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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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김성철 교수. 사진=미디어붓다 DB 

이어 김 교수와 포럼 참석자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뜨거웠던 토론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다.

- 김 교수는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가? 윤회를 벗어난 단계인가? 아니면 내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단계인가?

"우리(불교학자)는 아무 것도 아닌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다. 가장 적확하게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지만, 여행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가정을 떠나지 못했다."

- 살생을 잘하고 섹스를 독점하는 것이 동물세계에서는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동물을 전반적으로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지? 동물이 인간 못지않다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도 있고, 동물윤리학이라는 책도 있는데, 김 교수의 강의와 저서의 내용을 보면 동물이 식욕과 성욕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졌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인간이 식욕과 성욕에만 집착했다면 인류는 벌써 멸망했을 것이다. 진화는 상호부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클로포드 키의 이론이 있다. 지금 세계관의 전쟁-영성이냐? 과학이냐? 라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과학적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윤회를 설명할 때는 영성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김 교수는 영성과 과학중 어느 쪽인가?

"동물의 협력, 동물의 이타성에 대한 연구도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전자 중심주의, 친족선택의 원리, 일개미의 희생을 통해서 여왕벌이 번식을 하는 것을 종족선택의 원리라고 한다. 이 경우는 일부는 분명히 이기적이어야 하고, 일부는 분명히 이타적이어야 한다. 모든 선은 동종(유전자) 중심으로 살 때이다. 유전자적 삶은 이타적인 삶이다. 그러나 개체적인 삶은 이기적인 삶, 즉 라이언킹과 같은 삶이 된다. 경제구조로 볼 때 자본주의는 개체중심이고 사회주의는 동족유전자 중심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서 중병에 걸렸다가 쾌유되면 대부분 착해지게 된다. 그런 일이 있기 전까지는 개체중심의 삶을 살다가 지인중심, 즉 동족유전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죽음의 두려움이 줄어든다. 죽을 때 착해진다는 것은 개체중심의 삶을 살다가, 죽음이 두려워서 동족중심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다음은 과학과 영성의 문제인데, 과학은 특별한 학문이 아니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인데, 과학적 사유, 합리적 사유는 불교적인 것이다. 불교적 사유는 합리적인 것이다. 불교는 고행에도 빠지지 않고, 삼매에도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프로이드의 셀프퍼니시먼트(자기처벌)는 불교에서 자업자득으로 말할 수 있다. 불교의 영성은 불성이고 공성이다. 중도가 불성이고 불교적 영성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성과 다르다. 그러므로 불교적 영성은 과학적 영성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고(苦) 속에는 낙(樂)도 들어간다. 내 새끼만 잘되라고 하는 것은 불교에서는 동물적 사랑에 속한다. 불교적 사랑은 범위가 넓어야 한다. 보편적 사랑이 불교적 사랑이다.“

-육바라밀은 선인가?

보시와 보시바라밀은 다르다. 진제와 속제가 혼재하는 것이 바라밀이다. 무한자비심이 발현될 때 비로소 바라밀이다. 지계의 단계에서는 선악을 가리지만 지계바라밀은 선악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선을 행하는 것이다. 선 그자체가 되는 것이다. 무한사랑이라는 바라밀 정신이 깔려 있으면서 자식사랑을 하는 것, 이런 경우가 진제와 속제가 균등하게 가는 육바라밀적 사랑이다.“

-김 교수는 여행은 떠나지는 않았지만, 지도는 완벽하게 그렸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히말라야 올라가봐야 완벽한 지도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본다. 불교학자는 관(觀)이 있어야 한다. 저는 중관학을 전공했다. 저는 공성이 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논리적 설명이 아닌 직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아직 아니다. 제 스스로 볼 때 탐욕도, 진심도 있고, 치심도 남아 있다."

-뇌과학이 발전했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깨달음이 집단적으로 가능한가?

"한 점 의식의 흐름이 뇌의 어느 곳에도 속박되지 않는 것이 깨달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도를 그리셨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가야하나?

"현대과학으로 불교를 재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에 불교가 들어왔을 때 노장으로 불교를 설명했듯이(격의불교), 오늘날에도 현대과학으로 불교를 설명하는 제2의 격의불교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