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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지식이라면 원각경의 인지법행체계를 말할 수 있어야!

하도겸 | dogyeom.ha@gmail.com | 2015-01-19 (월) 11:00

원각경(圓覺經)은 693년 북인도의 승려 불타다라(佛陀多羅)의 한역본이 유통되고 있으나 이 한역본의 산스크리트어 원본이 없어 중국에서 만든 위경(僞經)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여러 보살들이 질문하고 석가모니부처님이 답하는 이 경전의 내용은 매력적이 아닐 수 없었다. 고려의 지눌(知訥)이 깊이 신봉하여 요의경(了義經)이라 한 뒤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통되었고, 조선 초기 함허화상(涵虛和尙)이 ≪원각경소 圓覺經疏≫ 3권을 짓고 유일(有一)과 의첨(義瞻)이 각각 사기(私記)를 지은 뒤 정식으로 불교전문강원 사교과(四敎科)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처음 불교에 입문한 사람이 불지(佛地)까지 이르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 과정을 인지법행(因地法行)이라고 한다. 수행자의 경지는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행을 보면 그 계지를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말을 속여도 행은 속일 수 없다. 말도 행이지만 실천적인 행동은 그들의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초월한 ‘안목’이라는 그릇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행자의 행동을 경전이라는 법에 적힌 대로 잣대를 들이대면 그 경지를 알 수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그러한 행을 할 수 있다면 그러한 경지에 이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습관이 된다고 하던가? 어제 도적이었을지라도 오늘 보살행을 시작하고 계속해서 보살행을 거듭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람의 경지를 뭐라고 부를 것인가? 행이 전부일 따름이다! 이러한 인지법행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경전이 원각경이라고 구선 스님은 말한다.

 

선나힐링센터의 구선스님은 원각경에서는 수행의 체계를 三觀의 단계, 三解脫의 단계, 셋째는 三無想의 단계로 나뉘어진다고 이해하고 있다. 삼관은 空觀, 可觀, 中觀의 법으로, 초선정에서 사선정에 이르는 방법으로 견성오도를 목표로 한다. 삼해탈은 허공해탈, 금강해탈, 반야해탈의 법으로, 돈오로 본성을 깨달은 사람이 보임을 위해 행하는 수행이다. 허공해탈법은 본성에 입각해서 경계를 제도하는 방법으로, 자기와 경계 간에 조화를 창출하면서 본성과 경계를 계합시키는 법이다. 금강해탈법은 본성에 입각해서 자기 습성을 제도하는 방법으로 이 두 해탈법은 금강경에 자세하다. 반야해탈법은 본성을 인식의 주체로 해서 심과 식과 의를 본성과 분리시키는 방법으로 초입반야, 중간반야, 종반야의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반야심경에 자세하다. 삼무상은 중무상, 공무상, 가무상의 법으로 보살도 50과위와 등각도 두 단계, 묘각도를 포괄하는 진여수행법으로 삼관과 삼해탈의 생멸수행과 대별된다. 선정체계로는 초선정에서부터 7선정까지가 생멸수행이고 9선정의 체계가 진여수행이다.

 

생멸수행의 목적은 의식과 감정과 의지를 자기로 알고 있는 중생이 진여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인 본성 각성 밝은 성품을 체득해서 생멸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의식 감정 의지를 자기라고 잘못알고 있는 중생은 본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항상 그것이 일으키는 탐착에 빠져들어 번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육도 윤회를 하며 생멸문의 세계에서 유전되는데 이런 상태에 처해진 중생들은 우선 진여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 중에 본성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서 의식과 감정과 의지에 편향된 마음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삼관의 단계이고 본성을 인식하는 과정이 견성오도 즉 사선정의 경지이다.

 

본성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은 중생은 그 다음과정으로 진여를 이루는 두 가지 면모인 각성과 밝은 성품을 체득하기 위한 수행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삼해탈의 과정이다. 선정으로는 5선정인 공무변처정과 6선정인 식무변처정 7선정인 무소유처정이 이 과정에 해당한다.

 

5선정의 과정에서는 감정의 추업과 세업을 본성에 입각해서 제도하고 그 과정 중에 밝은 성품의 인식과 각성의 증장이 함께 이루어진다. 6선정에서는 의식의 추업과 세업을 본성에 입각해서 제도하며 7선정에서는 의식과 감정과 의지를 본성과 분리시키는 수행을 하게 된다. 이 중에 5선정과 6선정은 금강해탈과 허공해탈의 과정이고 7선정이 반야해탈의 과정인데 5선정과 6선정에서 금강해탈과 허공해탈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본성을 인식한 뒤에도 심식의의 상태가 경계와 함께 인식되기 때문에 두 가지 해탈도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7선정의 초입반야에서는 본성이 인식의 주체가 되고 중간반야에서는 본성과 심식의가 분리된 상태로 공존하면서 함께 인식되며 종반야에서는 본성과 심식의가 완전히 이격되어 심식의는 인식의 대상이 되지 않고 본성과 각성과 밝은 성품만 현전하는 상태이다. 특히, 초입반야의 과정에서는 시각이 본각으로 전환되게 되며 진여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 중 각성이 무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처음 견성오도를 한 시각의 상태에서 허공해탈도와 금강해탈도를 거치면서 각성이 진보됨으로서 얻어진 결과인데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온전한 각성을 갖추게 된다. 여기서의 각성은 본성을 인식하기 이전에는 유위각이라 부르고 이는 의식과 감정과 의지를 주시하는 지각적 면모이며 수분각과 상사각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대승기신론에서 마명이 제시한 각성의 원리이기도 하다. 반면에 본성을 인식하는 견성오도 이후의 각성을 무위각이라 부르는데 이 또한 두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시각과 본각이 바로 그것인데 시각은 본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각성이지만 아직도 심식의의 습성이 남아있어서 지속적으로 본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각성이고 본각은 해탈도의 과정을 통해 심식의의 습성을 제도한 뒤에 본성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수 있는 각성의 상태를 말한다. 본각의 상태는 본성과 각성이 계합을 이루어서 본성 자체가 각성을 껴안고 있는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는 본성이 인식의 주체가 된다. 본성은 증감이 없지만 각성은 증감이 있어서 단계적으로 증장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견성오도 이후에 해탈도라는 과정을 통해 보임을 하는 것이다.

 

진여의 요소 중 밝은 성품은 기쁨 착한마음 뿌듯함을 주는 생명에너지인데 이는 본성에서 생성되는 생명력이다. 초입반야의 과정에서 본성이 인식의 주체가 되고 중간반야의 과정에서 본성과 심식의를 분리시키며 종반야의 과정에서 심식의를 인식의 대상으로 삼지 않게 되면 이때가 바로 생멸수행이 끝나고 진여수행으로 나아갈 때이다. 선정으로는 상수멸정으로 가는 과정이고 오도적 관점으로는 해탈도에서 보살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앞서 말했듯이 진여수행은 도합 5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보살도 50과위, 등각도 2과위, 묘각도 1과위가 바로 그것이다.

 

인지법행이란 이와 같은 수행체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한 후에 그것을 체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먼저 인지법을 알고 그 후에 수행을 통해 체득한 깨달음에 입각한 행을 과지법행이라 한다. 인지법에 대해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한 경전이 원각경이고 그 인지법을 갖추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설해진 경전이 화엄경이다. 화엄경의 선재동자편은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통해 인지법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설하신 것이다. 과지의 경지와 그것을 체득하는 방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대표적인 경전이 금강경과 반야경, 아함경, 금강삼매경 등이다. 불교사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지법행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마명의 대승기신론과 불밀의 청정도론이다. 이를 포함하여, 원각경인지법행에 대해서 『관, 존재 그 완성으로 가는 길』의 저자인 선지식 구선 스님이 오는 2월 26일(목)부터 평창동 선나힐링센터(02-766-8145)에서 강의한다니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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