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주어사는 조선 후기 탄압을 피한 서학자들을 서학을 배우는 강학회 장소였던 절이다. 현재 국유지인 이곳을 가톨릭계 일부에서 성지화를 추진하고, 불교계가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주어사를 역사 공유와 종교평화의 공간으로 함께 가꿔가자고 제안한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불자들의 자발적 결사모임 ‘붓다로 살자’는 11월 25일 서울 견지동 소재 조계종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주어사 문제의 종교평화적 해법을 모색하는 야단법석’을 개최했다.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경계너머 아하 이사장)를 좌장으로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경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사), △지역 불교의 입장(민학기 조계종 제2교구 신도회장) △가톨릭의 입장(한상봉 카톨릭 뉴스 지금여기 주필) △시민의 시선(조현 한겨레 종교전문 기자) 등을 주제로 발표,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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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현(한겨레 종교전문 기자), 이경순(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사), 오강남(종교너머 아하 이사장),

                                                       한상봉(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필), 민학기(조계종 제2교구 신도회장)

이날 참가자들은 주어사 문제는 공간이 아닌 역사 복원이 중요하고, 불교와 가톨릭이 종교평화의 공간으로 함께 가꿔가는 게 좋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경순 박사는 “가톨릭이나 불교 뿌리라며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보다는 당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복원하고 계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봉 주필은 “주어사 강학회는 천주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지성인들이 서학을 공부하고 움을 틔운 역사적 장소”라며 “두 종교가 서로 화합하고 탐색하며 문화가 만나는 새로운 공간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민학기 회장은 주어사지의 5개 전각 복원과 천주교와 불교인 다종교간의 공존과 평화를 상징하는 기념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주어사까지 7.5km 오솔길을 종교 평화의 상징적인 길과 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붓다로살자’ 측은 “이날 토론회는 종단 대표가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불교계 인사와 천주교 인사, 개신교, 일간지 종교전문 기자 등이 모여 제3의 시선으로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날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주어사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정리해 불교계와 가톨릭 측에 공식적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12월 9일 오후 7시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세월호와 대한민국의 소통’을 주제로 월례모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