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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 은빛으로 헤쳐진 초겨울이면

김주덕 | nokwoodang@gmail.com | 2014-11-16 (일) 21:54

감정이란 대단히 개인적인 것이다.

 

대단히 개인적인 것임에도 처음 대면한 사람에게

 

서슴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

 

"외롭지 않으세요? 아직도 그리우세요?"

 

내가 남편과 사별을 하고

 

지난 십 수 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수도 없이 들어 온 물음이다.

 

그들은 내가 혼자 살기 때문이라며 그런 질문을 한다.

 

나는 무엇 하나가 빠져나간 사람인지

 

그리움에는 종종 휘둘리지만 외로움에 휘둘리지는 않는다.

 

 


 

물론 나는 혼자가 아니다.

 

수많은 이웃과 친구와 가족들을 두고

 

게다가 자연과 무한 인연을 맺고 거저 누리고 살면서

 

혼자라고 말 할 수 없다.

 

육안으로 보면 혼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원을 세우며 살고 있으니

 

심안과 영안으로 보면 혼자가 아니다.

 

남들이 나를 혼자라고 보는 여건인 때부터

 

한 사람 몫은 분명히 하고 살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살았던 덕에

 

외로움이라는 사치스러운 감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내가 만난 어떤 이는

 

내게 외로움이나 그리움 같은 감정은 없을 것이라 여긴다.

 

얼핏 너무 씩씩하게 살고 있어서일까?

 

부처가 아닌 이상 어찌 오욕칠정을 극복했겠는가만

 

그저 고요해지려 다스릴 뿐이다.

 

어떤 이는 나의 됨됨이가 닦일 만큼 닦였다고 오해했는지

 

그들의 고충을 들어 주고 손잡아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감정의 풍랑도 때로는 이십대의 지경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들어 주고 차 한 잔이라도 따뜻하게 대접할 뿐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답이 될 수 없다.

 

세월 더불어 삶의 발걸음 또박또박 가다 보면

 

그도 언젠가는 가슴 울리는 답을 구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 온 세월이 꽤 되었는지

 

근래 들어 이별을 겪는 인연들이 늘어 간다.

 

힘들지 않은 이별 없겠지만

 

배우자와 사별인 경우는 특히 더 힘들어 한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거나

 

죽음에 이르도록 함께 살 것이라는 착각이 가져 온 충격파다.

 

남들보다 일찍 겪어 낸 나는

 

묵묵히 듣고 손잡아 줄 뿐 이렇다 저렇다 말 하지 않는다.

 

세월이 약이라거나

 

열심히 살면 다 살아진다거나 따위의 말을 건네지 않는다.

 

아무리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살았다 해도

 

이별 후에 누군들 충분했었다 말 할 수 있겠는가?

 

회한으로 위로가 되지 않으며 그리움이 약이 되지도 않는다.

 

이별 뒤에 회한은 갖지 말 일이며

 

그리움과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로 지내면 좋다.

 

가슴 속에 그리움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너무 건조하고

 

그리움에 무너져 내린 사람이라면 남은 생이 누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고 응석을 받아줄 곳은 없다.

 

응석은 부모 품에 있을 때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다 해도 억새꽃 은빛으로 헤쳐진 초겨울이면

 

회색빛 하늘에 시선을 두고 응석부리고픈 마음 달래곤 한다.

 

아직도 그리움의 질풍이 나를 훑고 간다는 것이다.

 

이제 내게 있어 온갖 감정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

 

뿌리가 들리게 하지는 않는다.

 

이 나이 되도록 으늑한 품은 키우지 못했어도

 

심신 추스르며 인연들에게 짐 되지 않게라도 살자는 것이다.

 

이만이라도 한 것은 정신의 근간을 이룬 가르침 덕분이다.

 

--

 

 

김주덕/ 청재설헌 - Healing Garden - 淸齋蔎軒 대표
+82 64 732 20 20 / http://www.bnb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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