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법계위원회(위원장 고산 스님)는 10월 30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대덕·혜덕과 중덕·정덕에 대한 법계 품서식을 봉행했다.

법계위원회는 지난 10월 9일부터 10일까지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실시한 승가고시 결과에 따라 2급 합격자 87명에게 비구 대덕과 비구니 혜덕의 법계를, 3급 합격자 286명에게 비구 중덕과 비구니 정덕의 법계를 수여했다.

“불조혜명 세우고 요익중생 하기를 서원합니다”

법계위원장 고산 스님은 오전 11시에 봉행된 대덕·혜덕 품서식에서 “오늘날 불조혜명을 세계만방에 세우기를 요청 받고 있는 종단의 현실 앞에서 모든 종도는 다시금 분발할 것을 부처님 전에 분골쇄신의 각오로 서원하여야 할 것”이라는 서원을 시달했다.

이에 대덕·혜덕 스님들은 종단의 화합과 발전, 불법 홍포를 위해 신명을 바치고, 대승불교의 원력을 실천하며, 인천의 사표로서 요익중생하고, 승가의 위의를 바르게 갖추고 불법을 위해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출가의 본분이 여기에 있고 한국불교가 여기에서 생명을 얻음이니, 선·교·율·교화·행정의 모든 분들이 안으로는 참나를 밝히는 데 혼신의 정력을 다 쏟을 것이며, 밖으로는 간화선을 널리 선양하고 포교함에 힘써야 함이로다”라는 법어를 전했다.

이날 품서식에 따라 대덕·혜덕 법계와 새 가사를 품서 받은 승납 20년 이상의 스님들은 교구본사 주지를 비롯해 중앙선거관리위원, 고시위원, 소청심사위원 등 각종 위원과 칠증사,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종정예경실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소임을 맡을 수 있다.

승납 10년 이상의 중덕·정덕에게는 말사주지와 교구본사 국장, 중앙종무기관 국장, 교구선거관리위원장 및 교구선거관리위원 소임과 상좌를 둘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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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 승가고시에 합격해 대덕 법계를 품서받는 비구 스님들이 가사를 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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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고시, 교(敎) 치우침에서 다양성 인정으로 가야”

법계 품서식 전날인 29일에는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고시위원장 지안 스님을 대신해 2·3급 승가고시 성적우수자 4명을 시상했다.

이 자리에서는 2급 승가고시에서 수석을 차지한 보우 스님(니)과 차석 자현 스님, 3급 승가고시 수석 고웅 스님과 차석 선주 스님(니)가 표창장과 장학금을 수여받았다. 이들은 시상식 이후 간담회를 통해 승가고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논술과 자유서술 등이 습관화 되지 않은 절집 문화인데 준비하느라 애들 많이 쓰셨다”고 치하하며 “아직도 고시의 방법이나 적정성 등 보완할 점이 많다. 이번에 고시를 보며 느낀 점들을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청했다.

2급 승가고시에서 처음 실시된 설법 시연은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이는 동시에 교(敎)에 치우쳐 있는 평가 방식에서 탈피해 선수행, 염불, 기도, 복지활동 등 개개인이 지닌 수행의 방편을 폭넓게 인정해달라는 요구와도 맞닿았다.

보우 스님은 “선방 스님, 천일기도하는 스님 등 수행을 하는 방편이 다른데 3급 문제는 너무 ‘교’에 치우쳤다”며 “선 수행의 경지를 갈마한다던지 기도에서 겪은 가피를 질문한다던지 좀 더 실용적이고 형평성을 높일 수 있도록 평가의 방법을 다양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현 스님은 길게 서술해야 하는 논술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문제를 너무 축소해서 길게 쓰는 것보다 포괄적인 서술 질문을 두 개로 늘리면 어떻겠느냐”며 “긴 논술은 훈련이 된 사람은 쓸 수 있지만 훈련받지 않으면 힘들다”고 말했다.

고웅 스님은 “신도들의 수준은 점점 올라가는데 스님들이 오히려 낙후되는 현상이 보이는 때에 고시 제도가 도입된 것을 환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본 교육의 경우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하지만, 고시는 누구라도 응시할 수 있도록 접수비가 면제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선주 스님은 “2, 3급 승가고시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지만 활용도는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3급이 주지 자격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3급 시험을 본 사람 중에 몇 명이나 주지 소임을 살 수 있느냐”며 “발굴된 인재가 등용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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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현응 스님은 “지속적으로 직급에 맞고 변별성을 갖출 수 있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선방 스님들의 경우 선지를 거량할 수 있는 법거량 형태의 승가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급 승가고시 합격자를 공찰로 발령내는 등의 인재 활용법을 모색하겠다고도 했다.

또 승가고시 비용에 대해서도 “현재 5, 4, 3급까지만 종단에서 고시비가 지원하고 있다”며 “2016년도가 되면 종단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3급까지는 전액 무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승가고시 뿐 아니라 가사비도 종단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응 스님은 “승가고시에 의한 법계제도가 정착되어 인재를 배양하고 구축해 현대 사회에 맞는, 대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