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올 봄 폐암 판정…‘솔바람 물결소리’ 떠올랐다”
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4-10-30 (목)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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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 얘기다. 당시 <동아일보>에 박완서 씨의 소설 <살아 있는 날의 시작>이 연재되고 있었다. 마흔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박 씨의 작품을 읽으며 36살 그녀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하루에 80~100매씩 써내려갔고, 2주 만에 탈고했다. 공모 마감 날 원고를 들고 조계사 법당을 찾았다. 108배를 하면서 서원을 되뇌었다. ‘이 원고가 당선되면 앞으로 부처님 법을 세상에 전하는 글을 쓰겠다’고.
남지심 씨는 이렇게 해서 1980년 <여성동아> 공모 여류 장편소설에 당선됐다. 그 작품이 <솔바람 물결소리>이다.
27일 재출간 소식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그녀는 “풋풋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젊은 나이였는데, 그때 왜 그렇게 죽음의 문제에 매달려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회고했다.
주인공 강기혜를 그때 나이인 30대 후반에 폐암으로 죽게 한 후 35년의 세월이 흐른 금년 봄, 그녀는 폐암 수술을 받았다.
“폐암 판정을 받고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솔바람 물결소리>가 떠올랐습니다. 뿌린 씨를 거두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죠.”
이 책은 당선 직후 <여성동아> 부록으로만 8쇄를 찍었다. 국내는 물론 미국, 호주, 일본 등지에 있는 교포들의 뜨거운 성원이 넘쳤다. 그 뒤 43쇄까지 나오고 절판됐다.
남지심 씨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아이인 자운, 혜강, 덕이를 고아로 팽개쳐 놓은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그런 2년쯤 후, 그녀는 그 아이들을 다시 한 번 끌어안고 싶은 열망으로 후편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속편이 <연꽃을 피운 돌>이다. 이 책은 39쇄까지 발행됐다.
원고를 탈고한 뒤에 그녀는 다시 한 번 가슴 속에서 통증 같은 아픔을 느꼈다. 강기혜의 딸 자운과 제자 혜강 스님의 사랑이 너무 애절해서였다. 전편을 쓴 뒤 세 아이의 인생을 정리해주고 싶어 속편을 썼는데, 막상 쓰고 나니 가슴 속에 또 다른 숙제가 남겨지고 말았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만 아릴 뿐 그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자운과 혜강 스님의 애절한 사랑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함께 한 생을 살게 해서 인연의 고리를 풀게 할까요, 아니면 사랑을 초극해 각자 구도의 길을 감으로써 인연의 고리를 풀게 할까요?”
남지심 씨는 요즘 불교문학창작교육원을 운영하면서 작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스토리텔링사회적기업 ‘얘기꾼’을 창립해 국립공원 힐링로와 북한산 봉우리를 스토리텔링 작업 중에 있다. 내년에는 그녀의 대표작인 <우담바라>를 재출간할 예정이다. 솔바람 물결소리, 408쪽, 13,500원 ; 연꽃을 피운 돌, 402쪽,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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