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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화(紙花)는 의식 때 사용하고 다 태워버리기 때문에 남아있는 자료가 희박합니다. 옛 문헌이나 감로탱화에 남아있는 것을 토대로 복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 지화를 만들고 계승하는 지화 장엄 전문가 천태종 석용 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장엄 이수자, 사진)이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 2층에서 전통지화 전시회를 개최한다. 석용 스님은 10월 21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지화가 언제부터 등장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국시대 왕관 장식 등에서 그 연원을 짐작해볼 수 있다. 불교에서는 영산재, 천도재, 수륙재, 생전예수재 등 각종 행사에서 지화장엄을 해왔다. 불보살단인 상단에는 모란과 작약을, 신중단인 중단에는 국화와 다리화, 영단이 하단에는 연꽃을 장엄하는 식이다.

천태종의 지화 전승은 1970년대 인간문화재 범패 전승자 권수근 스님으로부터 시작됐다. 석용 스님은 권수근 스님과 현 천태종 총무원장인 춘광 스님, 그리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장엄 이수자인 태고종 장벽응 스님에게 사사받아 천태종 지화의 맥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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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용 스님은 지화의 매력으로 생명존중 사상과 다양성을 꼽았다. 스님은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나무 하나 꽃 한 송이 꺾지 않고 한낱 미물의 생명도 존중하며 지내왔다”면서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크기와 종류에 제한 없이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점 때문에 지화가 민간에 널리 쓰여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닐하우스 등에서 생화가 대량 재배되면서 지화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석용 스님은 “문헌에 의하면 불가에서 28종, 무속에서 28종 총 56종의 지화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꽃이 다 사라지고 없다”며 “개인적으로 사라진 지화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현재까지 옛 문헌 등을 참고해 17종의 지화를 복원해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모두 30여 점의 지화가 전시된다. 한지를 천연염료로 염색하고 말리기를 반복한 다음 약 90일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후 지화용 칼로 일일이 주름을 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꽃들이다.

석용 스님은 “지화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못 할 일이다. 매일매일 똑같은 종이를 다루고 있자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다. 이제는 지화를 수행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며 “전시회를 통해 지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계승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게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